김욱 코만 회장이 지난달 26일 경남 함안군 공장에서 냉각 호스 제조에 쓰이는 동그란 구멍 형태의 봉 ‘맨드릴’을 가리키고 있다. 박윤슬 기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수적인 엔비디아 ‘블랙웰’ 등 초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과도한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로 냉각 솔루션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입소문을 타고 부상한 국내 중소기업이 있다. 냉각유를 냉각기로 보내는 ‘냉각 호스’를 만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에 공급하고 있는 ‘코만’이 그 주인공이다. 내년부터는 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 등에 납품을 시작한다. 릴게임5만 올해 7월 본격적으로 냉각 호스 공급을 시작한 코만이 내년까지 수주한 호스의 길이는 총 590㎞로 서울과 부산의 거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22일 코만에 따르면 내년 한 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에 공급하기로 한 냉각 호스(총 460㎞) 계약 규모는 총 400만 달러(약 59억 원)에 달한다. 이는 공급을 시작한 올해 7월부터 이달 1일까지 릴게임야마토 (약 100만 달러·15억 원) 계약 규모의 4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 냉각 호스를 빅테크에 공급하는 곳은 코만이 유일하다. 현재 경남 창원시·함안군에 총 7만8000㎡(약 2만4000평)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인 코만은 내년 11월쯤 1만7000㎡(5000평) 규모의 신규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신사업에 코만이 뛰어들 온라인릴게임 게 된 건 세계적으로 냉각 호스 품귀 현상이 이어져 발등에 불이 떨어진 빅테크들이 단기간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 나서면서부터였다. 기존 주요 사업으로 유압 호스를 생산, 70여 개국에 공급해온 코만은 유압 호스 제조사로는 매출 기준 세계 10위권에 드는 기업이다. 유압 호스를 만드는 회사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냉각 호스를 제조할 수 있다.
바다이야기오리지널 MS가 유압 호스를 만드는 세계 회사들에 연락을 취하다 기술력에 더해 빠른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코만을 발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 MS로부터 첫 연락을 받은 코만은 약 6개월간 냉각 호스 검증 기간을 거쳐 올해 7월 MS 대만 공장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MS에 납품을 시작하자, 메타·AWS·구글 등 다른 빅테크들의 러브 황금성슬롯 콜이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경남 함안군 코만 공장의 냉각 호스 생산 라인은 풀가동되고 있었다. 냉각 호스 생산은 우선 호스의 동그란 구멍 형태의 봉 ‘맨드릴’ 위에 내면(內面) 고무를 덮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이후 많은 냉각유의 압력을 버틸 수 있도록 강선과 섬유로 보강층을 만들어주는 ‘편조’ 작업이 추가된다. 이어서 강도와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고온으로 익히는 ‘가류’ 공정이 진행된다. 말랑말랑한 상태의 고무를 굳힌 이후 발췌기가 호스 내부의 맨드릴을 뽑아내면 호스가 최종 완성된다. 맨드릴은 재활용한다.
고무에 과산화물을 섞어 가열하는 작업이 코만 기술의 차별성으로 꼽힌다. 보통 고무호스의 탄성과 내열성을 높이기 위해 생고무에 황을 섞어 가열하는 ‘가황’ 방식보다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뛰어나다. 공장에서 만난 코만의 김욱(75) 회장은 “데이터센터의 고온 냉각수를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며 “냉각수는 일부 시스템에서 60도를 넘어간다”고 말했다.
특히 잘 휘어지는 특성도 코만의 차별화 전략이다. 김덕우 코만 대표는 “데이터센터는 공간 효율이 생명”이라며 “좁은 서버 랙 사이, 복잡한 배관 구조에서 호스의 굴곡 반경이 작을수록 설치가 용이하고 공간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만의 호스는 이런 제약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내구성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단기 대량 공급 능력도 차별성”이라며 “급속한 확장이 필요한 프로젝트에서 단기간 대량 공급이 가능한 파트너는 필수”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엔비디아의 비싼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빅테크들이 자체 AI 칩 신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코만 공장은 더욱 쉴 새 없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세계 AI 생태계는 GPU 중심에서 구글(텐서처리장치·TPU)·아마존(트레이니움)·마이크로소프트(마이아) 등 자체 설계 AI 칩으로 빠르게 확장될 전망이다. 메타도 2027년부터 TPU를 도입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49억 달러(66조 원)였던 세계 AI 칩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27.6% 성장해 4609억 달러(681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코만이 눈여겨보고 있는 미래 먹거리는 전기차 충전 시장이다. 김 회장은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도 냉각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메가와트(㎿)급 초급속 충전기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는 코만이 데이터센터에서 검증한 기술을 국내외 전기차 인프라로 확장할 수 있는 명확한 기회”라고 밝혔다. 코만 사명의 뜻은 ‘자랑스러운 한국인(코리안 맨)’이다. 김 회장은 “위기 때마다 직원들과 힘을 합쳐 과감히 도전해 이겨내 왔다”며 “백년기업이 되도록 터를 닦아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