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서울 공연 당시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웠던 ‘태양의 서커스-쿠자(KOOZA)’가 연말 공연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메가 히트작이자 2018년 압도적 흥행작의 귀환으로 주목 받았던 쿠자는 유튜브나 틱톡 영상으로는 감히 충족될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빅탑 텐트 앞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트릭스터



7년 만에 돌아온 아트 서커스

한밤중, 인적이 드문 잠실야 백경게임 구경기장 앞은 고요하다. 하지만 거대하고 화려한 ‘트릭스터’ 캐릭터 조형물이 광장에 서 있는 높이 2m의 카니발 텐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떠들썩한 마법은 시작된다. 고대 인도어로 ‘상자’ 또는 ‘보물’을 뜻하는 ‘KOOZA’는 막이 올라가는 그 순간부터 말 그대로 뭐가 튀어나올 지 모르는 보물이 든 박스처럼 관객들을 매혹시킨다.
광대 릴게임황금성 ‘이노센트’가 쿠자 세계의 창조자인 상자 속 트릭스터와 조우하면서 시작되는 공연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이노센트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통해 강인함과 연약함, 웃음과 전율, 혼란과 조화가 공존하는 세상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공연자 내 포토존.
골드몽릴게임릴게임


인체를 뒤틀리게 하는 신체를 크게 굽히거나 젖히고 뒤트는 동작으로 인체 유연성의 한계를 보여주는 몽골의 전통 서커스 곡예 ‘컨토션(Contortion)’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이를 소화하는 세 명의 아티스트는 자신의 허리를 꺾어 정수리가 자신의 엉덩이에 닿을 때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 온라인야마토게임 다. 객석에서는 탄성과 환호가 쏟아진다.




‘컨토션(Contortion)’ 공연 장면



공중에 매달린 후프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는 바다이야기비밀코드 올해 공연에서 새롭게 추가됐다. 공중 높이 매달린 후프를 잡고 매달려 움직이거나 몸이나 발, 팔에만 후프를 휘감고 회전하며 비행하는 곡예로, 이 타임이 되면 관객들의 집중도가 더욱 높아진다.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 공연 장면




온전한 인간의 노력, 가장 원초적이고 순수한 형태의 퍼포먼스에는 경이로움과 위태로움이 공존한다. 위험과 용기로 가득 찬 무대는 공중 곡예의 아름다움이 최대한 돋보일 수 있도록 꾸며졌다. 5회전 공중제비를 하고, 단 1개의 장대에 올라 10미터 상공으로 솟구쳤다가 다시 착지하는 인간의 몸은 인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상상을 넘어선다.“


높게 쌓아 올린 의자 탑의 끝에 손 하나만 의지한 채 올라선 ‘밸런싱 온 체어(Balancing on chairs)’ 공연을 지나 이윽고 무대는 8미터 가까이 되는 상공의 외발 자전거 위에서 무용수와 듀오 공연을 펼치는 ‘유니사이클 듀오’ 공연으로 이어진다.



‘밸런싱 온 체어(Balancing on chairs)’ 공연 장면



100년 전통의 곡예와 광대극이 보여주는 스펙타클함

상공 위에 걸린 2개의 줄 위에 장대를 잡고 올라선 3명의 곡예사가 어떤 벨트나 안전망도 없이 줄 위 자전거와 의자 위에서 점프하는 ‘하이 와이어(High wire)’ 공연과 공중에서 5바퀴를 회전하고 완벽하게 착지하는 ‘티터보드(Teeter board)’ 공연 신에서는 두 손을 꼭 쥐게 된다.
트램펄린의 원형이자 이누이트족의 전통놀이인 ‘나루카우크(담요 던지기)’를 응용해 곡예사들을 던지고 받는 액션으로,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시소처럼 생긴 판자 끝에서 뛰어오르면 반대편 곡예사가 10미터 상공으로 치솟는다.



‘티터보드(Teeter board)’ 공연 장면



2명의 궁정 광대들과 바보들의 왕이 ‘왕관’을 두고 펼치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객석에서 관객을 끌어올려 참여형 공연으로 만드는 신들은 아찔한 극한의 곡예 사이사이 휴식을 선사한다. 관객들과 대화를 하고 춤을 추고, 무대로 초대해 극중 공연에 참여하게 만드는 과정도 ‘태양의 서커스-쿠자’의 큰 볼거리 중 하나다.

2막의 하이라이트는 공연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바로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 정통 서커스 중 하나지만, 엔진 장치 없이 오로지 사람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지름 2m 짜리 725km 무게의 금속 휠 안팎에서 두 명의 곡예사가 달리고 점프하고 뛴다.



[사진 박찬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거대한 휠 안에서 줄넘기와 점프를 해내는 휠 오브 데스는 일반적인 무대와는 달리, 좌우 사선으로 배치된 무대는 일반적인 대칭 구도에서 탈피, 환상적인 느낌을 더한다.

쿠자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음악. 1970년대 펑크에서부터 풀 오케스트라 편곡까지 서양의 팝 음악과 전통 인도 음악 등을 섞은 라이브 음악은 광대들이 극 공연을 펼치는 2번의 신을 제외한 130분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다.



라이브 밴드의 공연은 130분 간 이어진다.





‘휠 오브 데스’, 그 이름처럼 아찔한 모습을 선사한다.



공연에 대한 관객들은 리뷰들은 ‘역시 태양의 서커스 중 최고는 쿠자’ ‘이래서 쿠자쿠자 하는구나’ ‘서커스 맛집 소문 듣고 왔습니다’ 등 공연에 대한 극찬으로 가득하다.

쿠자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누구나 상자 속 보물을 안고 있으며, 인생에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 순간을 즐기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으라는 것. 무대 위 이노센트의 여정은 곧 객석에 앉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쿠자’는 오는 28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공연되며, NOL티켓과 예스24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서커스의 기원에는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이 깊이 뿌리 잡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를 숨죽이게 만드는 두려움, 또 하나는 우리를 눈물짓게 하는 경이로움입니다. 환상에 몸을 맡기고 감각을 길잡이 삼아, 도발적이고 당혹스러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보세요.”-가이드 및 창립자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e)




태양의 서커스 작품 중 가장 대담한 작품으로 꼽히는 쿠자



아트 서커스의 Top ‘태양의서커스, 쿠자(KOOZA)’

1982년 캐나다 퀘벡 시티 근교의 작은 마을 베생폴에서 장대 곡예, 저글링, 불 묘기 등을 선보이던 ‘하이 힐스 클럽’이라는 길거리 공연단이 태양의 서커스의 시작이었다. 거리를 배회하며 마을 주민과 관광객과 함께 어울리며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하던 하이 힐스 클럽은 1980년대 월드 투어형 공연으로 성공적으로 확장돼 현재는 전 세계에서 수십 년 간 공연되는 가장 성공적인 아트 서커스의 기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태양의서커스, 쿠자’는 퀴담(Quidam), 알레그리아(Alegria), 바레카이(Varekai), 뉴 알레그리아(New Alegria), 루치아(Luzia) 등 태양의 서커스 투어 공연 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하이 와이어(High wire)’ 공연



경이로운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와 위트, 환상적인 무대 예술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200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한 이래 전 세계 23개국 약 70개가 넘는 도시에서 5000회 이상 공연돼 약 8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2018년 초연 당시 서울에서만 총 매출 258억 원,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 유료 객석 점유율 95% (2,500석 기준) 등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사진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전 세계의 다양한 도시를 돌아다니는 ‘태양의 서커스-쿠자’ 팀 장비의 무게는 2000톤, 1000점이 넘는 소품과 액세서리, 그래픽 노블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티스트의 의상만 해도 1200여 벌로 이 의상만 담당하는 인원만 해도 8명이다.

서울 공연의 경우 103,104 구역 AA열에 위치한 익사이팅 존(Exiting Zone)에서는 공연의 액트를 눈 앞에서 더 스릴 있게 즐길 수 있으며, 출연진과의 사진 촬영 기회도 주어진다(공연일 마지막 회차, 30명 한정).
*공연의 내용과 순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의 변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생의 여정에 던져진 우리는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폭력적이고 잔혹하리만큼 무서운 세상과 마주합니다.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이러한 딜레마를 이해할 수 있는 캐릭터는 오로지 광대뿐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웃게 하고 눈물짓게 합니다.”(-창작 및 연출가 데이비드 샤이너 David Shiner)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마스트프로덕션]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1호(25.12.3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