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게르스타인. ©Marco Borggreve


"폭력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하고 아름답게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존 F. 케네디 암살 직후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이 남긴 이 말은, 폭력이 일상이 된 시대에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과 연결된다. 음악은 위로인가, 저항인가. 또는 침묵이어야 하는가.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46)은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음악이 전쟁을 멈출 수는 없지만 '지워 사이다쿨접속방법 짐'에 저항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게르스타인은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과 재즈를 병행하는 독특한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무대에 서는 연주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해 아르메니아 작곡가 한국릴게임 코미타스의 작품을 드뷔시 후기 작품과 나란히 조명한 프로젝트 음반 '드뷔시/코미타스: 전쟁 속의 음악'을 선보였다. 그가 말하는 저항은 분노의 외침이나 선동이 아닌 "기억과 복잡성, 그리고 인간의 목소리를 보존하는 일"이다. 제1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창작된 드뷔시의 후기 작품과 아르메니아 학살의 상처를 담은 코미타스의 음악을 나란히 배치한 이 프로젝트에 대 바다이야기꽁머니 해 그는 "재앙 속에서 탄생한 예술이 반드시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 음악들 중 상당수가 삶의 생명력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음악은 결코 고립돼 만들어지지 않고 그 맥락의 여파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사건을 음악으로 성찰하는 독창적 시도로 주목받은 이 앨범은 올해 오푸스 클래식 어워즈에서 '올해의 음악 기획 특별 릴게임다운로드 상'을 받았다.

"리스트 vs 브람스, 대비 아닌 통합의 경험"



키릴 게르스타인. ©Marco Borggreve


음악을 통해 시대와 삶을 통찰하는 이 같은 태도는 23일 예술의 야마토게임예시 전당에서 열리는 게르스타인의 첫 국내 독주회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의 내한은 지난 5월 서울시립교향악단, 11월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의 협연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지만, 리사이틀은 처음이다. 그는 리스트와 브람스를 선택했다. 1부에서는 리스트의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와 '순례의 해: 두 번째 해, 이탈리아' 중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 환상곡'을 연주한다. 2부에선 브람스의 스케르초 내림마단조, 피아노 소나타 3번을 들려준다. 그는 "리스트는 표제음악과 문학적 연상을 대표하고 브람스는 절대음악을 구현한다"며 "이는 19세기 후반을 지배했던 중요한 논쟁이었고, 리스트·바그너 진영과 브람스의 대립으로 자주 표현되곤 했다"고 전했다. 이어 "관객분들이 이것을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드는 대신 통합을 말하는 그의 태도는 클래식과 재즈라는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배워온 그의 이력과도 연관된다. 그는 클래식을 "악보에 쓰인 전통", 재즈를 "즉흥의 전통"이라 칭했다. "음악을 단순히 재현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사건으로 느끼게 해주는 즉흥 연주의 감각이 클래식 레퍼토리를 연주하는 방식에도 스며들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런 그에게 오늘날 연주자가 지켜야 할 가치는 관성과 타협을 경계하는 일이다.
"익숙한 작품일지라도 목표는 ‘결과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한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은 창작의 죽음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움직임과 발전을 추구합니다."



키릴 게르스타인. ©Marco Borggreve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