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만나 통일교 특검법안 등에 관해 논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빈손으로 헤어졌다. 전날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연대해 추진하던 통일교 특검을 받겠다고 전격 선언했지만, 이날도 별다른 협상의 진전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달아오른 특검 정국은 본격화할 태세다. 애초 통일교 특검에 불을 지폈던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날 특검법안을 공동 발의했고, 조국혁신당은 “로비와 무관한 비교섭단체가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며 별도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아직 관련 법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백경게임랜드 자체 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통일교 특검 등 현안 논의를 위해 각각 운영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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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추천권, 법원행정처 두고 이견
통일교 특검을 둘러싼 쟁점의 핵심은 특검 추천권과 수사 범위로 모아진다. 여권은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원칙을 강조하며 제3자 추천 방식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건데, 제3자가 특검 오션파라다이스릴게임 (추천을)하면 되겠냐”고 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가 공동 대표 발의한 ‘통일교와 정치권 인사 간 불법 금품 수수 및 유착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특검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은 3일 안에 특검을 임명해야 한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선 우려의 손오공게임 목소리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법원행정처에 추천권을 넘길 수 있겠냐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우린 법원행정처를 못 믿는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합의하지 못한 채 원내대표 회동이 끝났다”고 전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과 이주영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이 오리지널골드몽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통일교와 정치권 인사 간 불법 금품수수 및 유착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혁신당 법안은 비교섭단체 중 의석이 가장 많은 단체(조국혁신당)가 특검 후보를 2명 추천하도록 했다. 다만 특검법 시행일 당시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소속되거나 범죄행위 당시 소속된 정당의 추천권은 배제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현재 통일교와 연루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이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이 확인되면 혁신당이 단독으로 특검 추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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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범위도 쟁점, 수사기간 최장 170일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가운데)와 차규근(왼쪽), 신장식 의원이 23일 국회 의안과에 통일교 정치개입 진상규명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 범위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치인 수사보다 통일교·신천지 등 이단 종교 세력의 위법행위를 수사해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통일교의 불법행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은 수사 대상을 ▶통일교의 정치인 대상 불법 정치자금·뇌물 제공 및 수수 의혹과 ▶통일교 등 특정 종교단체의 정당 내 선거, 공직선거 불법개입 의혹 등으로 규정했다.

반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통일교의 정치권 인사를 대상으로 한 정치자금·후원금·금품로비 의혹뿐 아니라 ▶민중기 특검과 대통령실 등 공직자가 김건희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통일교 로비 의혹을 알고도 은폐하거나 사건을 왜곡·조작한 의혹, 수사 방해 행위 등까지 폭넓게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특검법안에 담았다. 아울러 수사 기간은 국민의힘·개혁신당, 조국혁신당 모두 준비기간 20일, 본수사 90일, 연장 60일 등 최장 170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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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특검판’ 되나
이번 특검 수사 결과는 내년 6·3 지방선거의 판을 흔들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23일 “의혹이 중대한데 시간을 끌면 진실은 흐려지고 증거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속도가 곧 정의다. 특검법을 최대한 빨리 준비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수용한 뒤 지방선거 전까지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더 큰 입장 차이는 2차 특검에 있다. 민주당은 2차 특검 법안을 이달 30일에 상정해 다음달 첫 본회의(22일 유력)에서 표결하는 시나리오를 고려 중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장동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민생 법안 처리까지 반대하는 등 2차 특검 추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2차 특검은 지방선거 흔들기용”이라는 이유에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통일교 특검을 2차 특검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근거도 없는 의혹을 덧붙여 수사하겠다는 2차 종합특검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국·오소영·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