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꾸준한 시작으로 자신만의 독보적 문학세계를 구축한 백무산(70) 시인과 채호기(68) 시인이 각각 새 시집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창비)와 '이상한 밤'(문학동네)을 펴냈다.
두 시인은 각기 약 40년의 시력(詩歷)을 녹여 절정의 시 세계를 보여준다.



백무산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는 한국 노 오리지널바다이야기 동시의 거목 백무산 시인이 5년 만에 펴내는 열한번째 시집이다.
그에게 시는 세상과 문명을 이해하는 한 방법으로 보인다.
시인은 인류 문명을 폭주하는 기차에 빗대 비판적으로 직시한다.
"달리는 기차를 본다 멈추지 않는 기차를/ 멈추지 않아 아무나 탈 수 없는 기차/ 그만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기차 바다이야기#릴게임 "('기차에 대하여' 중)
그는 또 "기차의 속도로 달려야만 탈 수 있다/ 내리고 싶을 때 내리는 자는 치명상을 입는다"며 문명의 폭력적 민낯을 비춘다.
그러면서 '멈춤의 미학'을 역설한다.
"하늘이 푸르른 것도 별이 빛나는 것도",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아서"라며 "하지 말아야 찾아오는 릴게임바다신2 새가", "멈추어야 자신을 모여주는 꽃이" 있다고 말한다.
멈춰야 비로소 반성 없는 문명의 세월을 돌아보고, 자연과 인간성을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백무산 시인은 조선소 노동자로 일하며 1984년 '민중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 등을 발표하며 1980년대 릴게임예시 대표 노동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새 시집은 노동에서 인간, 문명에서 만물로 지평을 넓혀 한국 현대시의 방향을 제시한다고 출판사는 설명했다.



채호기 '이상한 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바다이야기하는법 '이상한 밤'(문학동네)은 문학과지성사 대표를 지낸 채호기 시인의 열 번째 시집이다.
그는 1988년 계간 '창작과 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지독한 사랑', '슬픈 게이', '밤의 공중전화', '수련' 등 시집을 발표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시(詩)샘은 마르지 않았다.
전작 '머리에 고가철도를 쓰고'를 출간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신작을 펴냈다. 새 시집에는 무려 145편의 시가 담겼다.
시인은 오랜 세월 천착한 언어 실험의 정점이자 시적 상상력의 극한을 펼쳐 보인다.
"진짜 급진주의자 시인은 사물을/ 새로운 언어로 명명하지 않고/ 새로운 사물을 만들어낸다// 진짜 급진주의자 시인은 글을 쓰거나 말하지 않고/ 시가 사물에 접근하거나 사물이/ 인간을 읽고 기록하는 시적 공작물을 만든다" ('세 개의 모음' 중)
그의 시를 심리적 동요 없이 읽기는 힘들다.
시인은 끊임없이 익숙한 것을 비틀고, 부수고 해체하면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간다.
"펜촉이 혀를 길게 빼고 헐떡대며 '할 수 없는' 앞에 수십 개의 낱말을 열거한다./ 지금까지 열려 있던 바다의 액체가 순식간에 완전한 침묵의 고체로 닫힌다."('뱃머리' 중)
시어들 사이의 기묘한 개연성과 서서히 다가오는 기이함.
문학평론가 정승민은 해설에서 "채호기의 '이상함'은 단지 낯설거나 어색한 것이 아니라 세계 전체의 감각을 뒤흔드는 기이함"이라며 "이 기이함은 안정되어 있던 세계의 지반을 부수고 경계를 뒤흔들어 그간은 세계의 내부자로 포함되지 않던 것들과 조우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집요한 시어들 사이에서 에너지로 넘실거리는 예측 불가능한 시적 공작물을 마주하게 된다.
▲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 = 156쪽.
▲ 이상한 밤 =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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