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


손편지가 쓰고 싶다. 내 속에 할 말이 많아질 때 문득 손편지가 쓰고 싶다. 편지란 누군가에게 내 사연을 적어 보내면서도, 내 속에 있는 것을 꺼내서 차곡차곡 정리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회오리치는 마음도, 불처럼 달아오르는 마음도, 치솟는 분노도 편지지에 미주알고주알 쓰게 되면 어느새 선(禪)을 닦은 선사가 되기도 한다.
다 쓴 편지를 읽어보면 감정에 취한 나머지 마구 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은 푸른 하늘처럼 맑아져 있다. 슬며시 접어서 책 깊숙이 넣어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두기도 한다.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던 것도 특정인을 정해서 편지를 쓰면 그에게 편지가 도달하기도 전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꼭 그 편지를 부칠 필요는 없다.
편지를 쓰고 싶지만, 쓸 여력이 없다면 안도현 시인의 시 '바닷가 우체국' 시를 읽어보는 것으로도 족하다. 시를 읽다가 어쩌면 문득 편지를 쓰고 싶은 충동이 올라올 수도 있다. 꼭 편 바다이야기룰 지를 쓰지는 않더라도 내 마음 깊이 들어와 있는 것들을 순간 쏟고 싶어질 수도 있다. '나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쓰는', '소년이 되고 싶어진다'는 시적 화자는 '사랑을 하기 위해 살았다고'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쓰며, 주변을 살피고 자신의 마음을 다독거리다 보면, 마음속에 들끓고 있는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면서 마음에 여유의 공간을 백경게임 들여놓게 된다. 그 마음의 공간에 '따뜻한 국물 같은 시를 그리워하'며 누군가에게 따뜻한 국물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그리워한 것을, 남에게 그것을 채워주고 싶어질 수 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우체국이 있고, 우체국 앞에 빨간 우체통이 있는 곳을 우연히 지나게 된다면 마음이 어떨까? 빨간 우체통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리운 체리마스터모바일 이에게서 날아오는 편지를 상상하며 잠시 설렌다면, 설령 그 편지가 오지 않아도 좋다. 상상력은 자유다. 상상력마저 힘을 잃을 때 그때는 정말 나이가 든 것이다.
안도현의 '바닷가 우체국'에서 시적 화자는 '우체국에서 편지 한 장 써보지 않고',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난다면' 슬퍼질 것이라고 한다. 편지는 소통이 릴짱릴게임 다. 나와의 소통이기도 하다. 그것도 안부와 정과 사랑과 원망과 정보를 싣고 관계를 확장하는 매개체다. 수많은 일반 메신저보다는 편지가 갖는 무게는 클 것이다. 올겨울에는 나에게라도 편지를 써보자. 그리고 깊어지자.
'바닷가 우체국' 시가 길어 지면 관계상 일부분만 발췌했다.
바닷가 우체국
　우체국에서 편지 한 장 써보지 않고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난다면　나는 편지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이다　바다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쓸쓸해지는 저물녘　퇴근을 서두르는 늙은 우체국장이 못마땅해할지라도　나는 바닷가 우체국에서　만년필로 잉크 냄새 나는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쓰는 　소년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한 게 아니었다고　나는 사랑을 하기 위해 살았다고　그리하여 한 모금의 따뜻한 국물 같은 시를 그리워하였고　한 여자보다 한 여자와의 연애를 그리워하였고　그리고 맑고 차가운 술을 그리워하였다고
-안도현 시집 「바닷가 우체국」(문학동네, 1999)에서 시의 일부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