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패스인 모유진씨는 감정 일기, 감사 노트, 펜 등을 잔뜩 넣어 다닌다. 모유진 제공


“아니, 세상에 이걸 다 들고 다녀요?” 중력에 따라 축 처진 백팩과 한쪽 어깨에 걸친 또 다른 가방. 10대 때는 도라에몽, 20대 중반부터는 보부상으로 불린 나는 마주치는 이들에게 매번 걱정과 타박을 샀다. 그럴 때는 “잠깐씩 걸을 때 빼고는 차가 대신 들어줘서 괜찮아요” 하고 쓱 주제를 넘기거나 “이게 바로 인생의 무게예요” 하며 장난스레 넘어가곤 했다.
가방에 온갖 도구가 가득 차 있는 이유는 ‘언제 내가 그 도구들을 필요로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곳에 마침 사람이 적고,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여백 여신금융협회 카드매출 이 보인다면, 그 찰나에 책을 읽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준비해둔 책이 없다면 대신 다이어리를 꺼내 감정 일기, 감사 노트를 쓸 준비를 한다. 이때 늘 쓰던 0.3㎜ 펜마저 없다면 근처 문구점에 가서라도 사 온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주변에서 물을 때마다 나도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유진아, 너무 유난 떠는 거 아니야?’
양립예금 사실 나는 소리와 온도, 조도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깜빡거리는 조명이나 온갖 형광색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인 벽을 볼 때는 실제 두통을 느끼기도 하며, 백화점, 강남역 한복판처럼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는 쉽게 과부하가 오고 에너지가 바닥난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내 기질과 성향에 맞춰 주변을 세팅할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비과세 적금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편안한 시간, 즉,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타이밍’은 소중히 다뤄야 할 단비 같은 시간이었다. 이때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갖추고 있기 위해 가방은 늘 버겁다. 이 정도까지 설명하게 될 때면 듣는 이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진다.
“제가 좀 까다롭거든요, 저도 저를 데리고 사는 게 참 힘들어요.”
전화요금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해서 분위기를 살짝 풀어버린다. 그럼 한둘씩 웃으며 “천성이 예술가네. 그러니 글도 쓰고 노래도 만드는 거지”라며 이해하고 넘어가는 흐름으로 바뀐다.



두려움 없이, 당신 자신이 되세요 l 아니타 무르자니 지음, 황근하 옮김, 샨티(2022)
급유

피곤하고 까다로운 사람, 몸속에 든 장기부터 피부까지 예민한 사람, 감각이 민감해서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감정까지 다 읽어버리는 사람. 저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매우 민감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 즉 ‘엠패스’(empath)라고 했다. 엠패스는 모든 것을 깊게 느끼며, 직관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감정, 에너지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 흡수하기 때문에 혼잡하고 시끄러운 공간에서 감각의 과부하를 자주 경험한다. 저자는 이것을 두고 마치 여러 개의 라디오 채널에 주파수를 동시에 맞출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엠패스들은 구조해주는 사람,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 치유하는 사람이다. 다른 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볼 때 그 아픔을 함께 느낀다. 주변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껴야 본인도 편안해지므로, 끊임없이 사람들을 도와주고 구해준다. 이러한 재능의 단점은 자신이 얼마나 민감한지 잘 알지 못할 때 발생하는데, 자신의 힘을 다 써버려서 감정적, 신체적 자원이 고갈될 때까지 자신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는 다른 이들에게는 최고의 치유자가 될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최악의 치유자가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숙제’와 같은 고민이 있다. 나는 사람들과 있을 때 그들이 갖고 있는 불편함이나 불안, 걱정을 바로 느끼곤 했다. 이런 ‘따뜻한 오지랖’ 덕분에 주변 지인들은 남자친구나 부모님과의 갈등, 진로 고민을 공유하고 싶어 했고, 나는 기꺼이 실타래를 함께 풀어가는 동료가 되어 필요한 사람이 되기를 자청했다.
문제는 그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감정이나 스스로 알아채지 못한 마음을 내가 먼저 읽어버릴 때 일어났다. 미숙했던 나는 그들 안에 있는 무언가 불편한 존재를 함께 해결해주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이 설령 질투나 열등감과 같은 존재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덮어둔 마음을 누군가 들추려면 방어기제를 먼저 상대해야 한다. 자신의 약한 곳이 공격당하고 있다고 느끼고 논점을 흐려 회피하거나, 역으로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함께 버텨낼 수 있다면 결국 자신 안에 있는 지하실을 만나고, 오래 미뤄두었던 정리를 끝낼 때처럼 명쾌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사투(?)를 마치고 나면 눈물을 흘리거나,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은 때때로 아프기 때문에 내면의 힘이 있어야 마주할 수 있다. 그러므로 처음 지하실을 열 때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런 민감함을 엠패스의 강점이자 특별한 능력으로 받아들일 때 삶이 더 깊은 의미를 띠게 된다고 말한다. 본성을 숨기고 약점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민감함의 목적이 있다고 믿을 때, 에너지를 소모당하는 것이 아닌 ‘쓰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명 ‘코드 뽑기’가 필요하다. ‘두려움 없이, 당신 자신이 되세요’는 그동안 끊임없이 ‘섭취’해오던 온갖 소음과 정보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시간을 통해 자기 자신과 깊이 연결될 것을 권한다. 타인을 챙기느라 자주 잊게 되는, 혹은 배워본 적이 없어 시작하지 못했던 ‘자신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깨달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어딘가 다른 곳’을 막연하게 갈망해본 적이 있다면, 파도처럼 밀려오는 온갖 뉴스와 에스엔에스(SNS)로 인해 극도로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제는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고 자신의 재능을 되살리는 과정을 한권의 책을 통해 만나기를 소망한다. 스스로에게 접속하는 연습을 통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에 여유 공간을 만들어보자. 당신의 마음 공간이 발 디딜 틈 없이 짐으로 가득 찬 원룸이 아닌, 마당까지 있는 넓은 집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싱어송라이터 모유진



모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