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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조선 사회에서 천민 신분을 벗어난 여성 곽조이(郭召史)가 4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역사 앞에 섰다.
2020년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 쾌빈리 고분에서 출토된 미라와 유물을 둘러싼 학술적 탐구가 지난 27일 서울여자대학교 박물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다각도로 조명됐다.
'면천(免賤) 곽조이의 삶'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송미경 서울여대 박물관장이 기획·진행했으며, 인류학·문학·역사·복식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참여해 한 여성의 생애를 통해 조선 중기 사회와 신분 구조, 젠더, 일상의 결을 복원하는 자리가 됐다.
학술대회의 출발점은 성과금 '免賤海南郭召史之柩'라는 아홉 글자가 적힌 명정(銘旌)에 싸여 있던 미라였다. 국방부 이혜진 박사는 '고령 쾌빈리 출토 인골의 법의인류학적 분석"에서 골반골과 두개골 분석을 통해 성별이 여성임을 확인하고, 치아 퇴행 정도로 40세 이상, 장골 길이를 기준으로 키는 약 163cm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조선 중기 여성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곽조이가 신협 채용 영양 상태가 양호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일정한 지위를 지녔음을 시사한다.
서울여대 김수연 교수(국문학과)는 '발화하는 죽음 – 면천 조이의 명정' 발표에서 물질적 증거에 인문학적 해석을 더했다. 명정의 '면천(免賤)'은 곽조이가 천민 신분을 벗어났음을 보여주며, 여성의 호칭으로 '조이(召史)'를 사용한 점, 출토된 복식이 양반가 부인들과 유 농협후순위대출 사한 수준이라는 점은 그녀의 삶이 단순한 노비를 넘어섰음을 암시한다.
김 교수는 명정 속에서 세 가지 목소리를 읽어냈다. △양반 배우자와 적자 자녀가 첩이었던 곽조이를 '집안 경제를 담당하고 정실에 버금가는 존재'로 재평가한 목소리 △자녀들이 모친의 신분 변화를 공표함으로써 자신들을 '천첩 소생'이 아닌 '양첩 소생'으로 규정하려는 의도 카드설계사 △곽조이가 유언을 통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규정하려 한 자기 발화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그는 이를 "여성과 시대의 관계를 읽는 다양한 목소리를 발견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해남 곽조이 묘 출토 복식' 발표에서는 좁은 묘 내부에 차례로 넣어진 다수의 옷을 재질·디자인별로 분석하고 동시대 복식과 비교해 17세기 여성 복식문화의 단면을 복 제2금융이자 원했다. 옷감의 질과 배열 방식은 곽조이가 사회에서 차지했던 지위를 반영하며, 단순한 부장품을 넘어 삶과 죽음의 미학을 보여주는 문화사적 자료로 평가됐다.
정연식 서울여대 명예교수(역사학)는 ''조이(召史)'라는 명칭과 양천 구분'발표에서 명정에 쓰인 '召史'의 어문학적·역사적 의미를 규명했다. 한자음으로는 '소사'이지만 조선 사회에서 '조이'로 읽고 불렀던 관습, 그리고 그것이 신분 질서 속에서 어떤 위치를 지녔는지를 분석했다.
이숙인 교수의 '조선중기 여성의 삶과 생각' 발표도 곽조이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제도사·사상사적 맥락을 제공하며 여성 주체성 논의에 깊이를 더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 개인의 무덤에서 출발해 법의학, 문학, 역사, 복식학이 교차하며 한 시대 여성의 삶과 신분, 욕망을 입체적으로 복원한 자리였다. 학제 간 협업으로 드러난 연구 성과는 미라와 유물이 지닌 의미를 한층 풍부하게 했으며, 곽조이라는 한 사람의 존재를 조선 사회 구조와 연결해 새롭게 조명했다.
학술대회와 연계해 서울여자대학교박물관(관장 송미경)은 2025년 특별기획전 '면천 免賤, 곽조이 郭召史의 삶'을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사)한국대학박물관협회 주관의 '대학박물관 진흥지원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전시는 △1부 신분의 상승 △2부 조이의 삶 △3부 색(色)을 입히다 △4부 새롭게 짓다 등으로 구성되며, 2020년 고령 쾌빈리에서 발굴된 곽조이 묘의 복식과 명정이 최초 공개된다. 특히 조선시대 명정 가운데 '면천(免賤)'과 '조이(召史)'가 명시된 사례는 처음으로 확인된 것으로, 신분 상승과 여성 주체성의 역사적 의미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서울여대 평생교육원 출토복식 재현 전문가 과정 수강생들이 재현한 복식과 패션산업학과 학생들의 현대적 창작 의상도 함께 전시된다. 10월에는 초등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해 당시 신분사회와 복식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여대 박물관은 "과거의 유물과 현재의 감각을 잇는 이번 전시는 17세기 여성 생활사를 생생하게 전하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와 전시는 한때 '천민'이라 불렸던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조선 중기 사회의 구조와 가치, 여성 주체성의 목소리를 다시 묻는 자리였다.
곽조이는 이제 죽음 속에 침묵한 존재가 아니라, 시대를 말하고 역사를 다시 쓰는 주체로 발화하고 있다. 고령 쾌빈리에서 시작된 한 여성의 삶은 오늘날까지도 신분과 젠더, 기억과 기록을 둘러싼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 19일까지 서울여자대학교 50주년기념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