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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lotnara.info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대통령의 뜻을 잇겠다는 충심일까,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역심일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의 오랜 뜻'이라며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일하게 맞추는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자 여권 내 동요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1인 1표제'에 우려를 표시한 이들은 당내 절대소수인 영남권 당원들이 의사결정 구조에서 사실상 배제될 수 있고, 그렇기에 더 폭넓고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는 현재의 '1인 1표제' 논란이 사실상 여권 내 '차기 권력 쟁투의 오징어릴게임 서막'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청래 대표가 이른바 '이재명식 성공 모델'을 재현하려 한다는 의심에, 일부 친명(親이재명)계가 친문처럼 '폐족'이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서사다. 즉, ①기성 정치 세력이 아닌 '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팬덤을 등에 업고(팬덤정치) ②당의 오랜 적자였던 친문(親문재인)계를 밀어내고 당권을 쟁취한 뒤(주류 교체) ③결국 대권 릴게임다운로드 까지 손에 넣은(권력 완성) '이재명식 성공 모델'이 다시금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내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심'(明心·이 대통령 의중)이 '정청래 2기 체제'를 원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대두된다. 이른 시일 내에 '친청(親정청래)-친명' 갈등이 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권 1년 차, 예상보다 릴게임바다신2 빠르게 떠오른 두 번째 태양을 두고 여권 내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1인 1표제'로 독주시대 열려는 정청래
민주당의 '표 가 바다이야기2 치 개편' 논쟁은 당의 '권력구조 개편'과 맞닿아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1표는 수십 명의 권리당원 표와 맞먹는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다 보니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가 어디로 움직이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대의원이 현역 의원·지역위원장 등 당내 주류 조직에 의해 사실상 선발·임명되면서, 이 제도가 조직 릴게임황금성 기반이 약한 비주류·대중형 정치인에게는 불리한 룰(규칙)로 작동해 왔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오랫동안 '대의원 과대표 구조'를 비판해 왔다. 지금은 권력의 정점에 서있지만, 친문 주류가 당을 장악하던 시절 그는 계파도 조직도 없는 비주류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당의 구심력을 '이재명'으로 돌려세울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당원 팬덤의 결집 덕이었다. 이 대통령은 기성 조직의 지원이 아닌 팬덤의 압도적 동원력으로 당심을 장악했고, 그 힘으로 당권을 거머쥐며 단숨에 당의 신(新)주류로 올라섰다.
당권을 쥔 후에도 이 대통령은 당원 표의 영향력을 계속 키우고 싶어 했다. 이 과정에서 '비명횡사'(非이재명계는 공천을 받지 못하는) 논란과 과도한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지만, 이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2023년 11월27일 50~60대 1 수준이던 전당대회 내 권리당원 대 대의원 표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조정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한 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의 등가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민주당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1인 1표제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근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의 뜻'을 이어받겠다며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과 당원 모두에게 '1인 1표'를 부여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대표는 11월23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시절 최고위원으로서 호흡을 맞추며 당원주권정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적었다. 이어 2022~23년 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가 대의원제 개선과 권리당원 1인 1표제를 요구했던 성명서를 인용하며 "이재명 정부의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주권 시대로 화답해 달라"고 했다.
11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왼쪽부터 전현희 최고위원,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한준호 최고위원, 이언주 최고위원 ⓒ시사저널 이종현
"왜 지금?" 발끈한 친명, '비청 횡사' 우려하나
그렇게 '친명'을 자처하는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주장해온 '1인 1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여권 내부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당 지도부와 원외 친명 조직 등이 연이어 정 대표가 충분한 숙의 없이 이 같은 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언주 최고위원과 강득구·윤종군·김문수 의원 등은 1인 1표제에 대해 우려 섞인 부정적 의견을 냈다. 친명계 외곽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11월22일 "'이렇게 해야만 하나'라는 당원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들려온다"며 정 대표를 비판했다. 일부 당원은 해당 당헌 개정이 "민주당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명백한 '절차적 쿠데타'"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은 △1인 1표제가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 효과를 가져오고 △당내 절대소수인 영남권 당원들을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할 것이란 우려가 있으니 △의원과 당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일자 정 대표도 한발 물러섰다. 정 대표는 개정안을 최종 의결할 중앙위원회 개최를 12월5일로 1주일 미룬 뒤, 그때까지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보완 방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일련의 잡음을 자연스러운 논의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을까. 정치권에선 '1인 1표제가 가져올 나비효과'를 일부 친명계가 우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친문이 몰락하며 발생했던 이른바 '비명 횡사' 논란처럼, 차기 공천 과정에서 '비청(非정청래) 횡사'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여권 내에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1인 1표에 대해 공개적인 의견은 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면서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은 게임의 룰이 바뀌면 수혜자와 피해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與에 부상할 질문 "명심이 청심과 과연 같은가"
실제 '1인 1표제'가 확정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정 대표 자신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내 강성 당원들의 확고한 지지를 얻고 있는 정 대표지만, 대의원들의 표심은 그만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최종 득표율 61.74%로 박찬대(38.26%)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55%를 반영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66.48%를 얻고, 30%를 차지하는 국민여론조사에서 60.46%를 득표한 결과다. 다만 15%를 반영하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46.91%를 득표하며 박 후보(53.09%)에게 밀렸다. 1인 1표제가 현실화하면 기존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를 반영했던 비중에서 대의원은 사실상 권리당원 표와 가치가 같아진다. 산술적으로 정 대표의 연임 확률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정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를 거치며 체득한 '정청래식 성공 비법'과 이른바 '이재명 성공 모델'은 유사하다. 당원들의 열렬한 지지만 있다면 혼자 힘으로도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 대표는 지금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당원들의 이 에너지를 더 키우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강성 당원들이 '원외 세력'을 넘어 막강한 '원내 권력'으로 부상하게 되면, 정 대표는 차기 당권뿐 아니라 대권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을 넘어 유력한 '포스트 이재명'으로 부상하게 되는 셈이다. 그가 '미래권력'으로 떠오르는 순간 '현재권력'인 이 대통령에게 크게 기운 당의 구심력이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명–청 교체기', 즉 친명과 친청 사이의 세력 교체 국면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차기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원외 친명 인사들 반발이 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1월25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현역 의원들은 공천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고 '현역 프리미엄'도 존재하지만 원외 친명 인사들은 누구도 자신들을 챙겨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며 "정청래 체제에서는 이들이 공천 학살 1순위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의 '당심 정치'가 이어질 경우 향후 당정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이 대통령이 '정청래 체제'보다 '박찬대 체제'를 선호했다는 관측이 당내에 퍼졌던 만큼,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심이 청심과 같은가'라는 질문이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정 대표 행보에 이 대통령이 불만을 갖고 있더라도,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딜레마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의 주장처럼 이 대통령 자신이 그동안 '당원 권리 강화'를 여러 차례 천명해온 데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강하게 비판해온 주체가 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정청래, 李 대통령과 갈등 발화 가능성은?
홍형식 소장은 "정청래 대표는 기호지세(騎虎之勢·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다. 당원이라는 호랑이 덕에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지만, 그 등에서 내려오면 잡혀먹히는 상황"이라며 "야당과의 협치를 바라는 대통령실로서는 정 대표의 최근 행보가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 당무에 의견을 내는 순간 이재명 대통령은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대표가 용산과의 전면전, 혹은 친명과의 전선을 조기에 형성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진중권 교수는 "지금은 대통령 집권 1년 차이자 허니문 기간이고 최근 대통령 지지율도 60%대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정청래 대표에게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내란 종식'을 위해 정부·여당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라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한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릴 여력도, 그럴 이유도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가 11월9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룰은 연임용' 의심에…'찐명' 김민석 차출론 떠오른다
'1인 1표제' 논란이 정청래 대표의 '연임 포석'이라는 정치권의 의심이 확산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한 '당대표 차출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친명계 일각이 당의 '친청 체제'를 저지하기 위해 '김민석 지도부'를 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기 당대표는 이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2028년 총선의 공천권을 쥐고 2030년 대선의 유력 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차기 권력의 핵심이니만큼 확실한 친명 체제를 원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김 총리가 최근 12·3 비상계엄 연루 공직자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띄우고 전국을 누비는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을 두고도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는 11월6~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마친 후 울산(8일), 강원도 원주(11일), 경기도 화성(14일), 부산(15일), 울산(19일), 경북 경주(20일), 인천(21일) 등 전국을 누비고 있다.
동시에 김 총리의 서울시장 차출설은 잦아들고 있다. 김 총리는 11월24일 유튜브에서도 "생각 없다는 얘기를 벌써 이젠 입이 좀 민망할 만큼 여러 번 말씀드렸다"고 서울시장 출마설을 일축했다. 반면 김 총리는 차기 당대표 출마설에 대해선 "임명권자가 있기 때문에 총리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그런 것은 마음대로 못 한다. 전체 국정의 흐름 속에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명권자인 이 대통령이 허락하면 출마의 길은 열려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이른바 '당심'과 '명심'의 대결 양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대표에 비해 김 총리는 막대한 팬덤도, 당내 독자 세력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김 총리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큰 신임을 얻고 있다. 2024년 8월 전당대회 때도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냐"는 이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어 수석최고위원이 됐다.
대통령의 뜻을 잇겠다는 충심일까,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역심일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의 오랜 뜻'이라며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일하게 맞추는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자 여권 내 동요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1인 1표제'에 우려를 표시한 이들은 당내 절대소수인 영남권 당원들이 의사결정 구조에서 사실상 배제될 수 있고, 그렇기에 더 폭넓고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에는 현재의 '1인 1표제' 논란이 사실상 여권 내 '차기 권력 쟁투의 오징어릴게임 서막'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청래 대표가 이른바 '이재명식 성공 모델'을 재현하려 한다는 의심에, 일부 친명(親이재명)계가 친문처럼 '폐족'이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서사다. 즉, ①기성 정치 세력이 아닌 '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팬덤을 등에 업고(팬덤정치) ②당의 오랜 적자였던 친문(親문재인)계를 밀어내고 당권을 쟁취한 뒤(주류 교체) ③결국 대권 릴게임다운로드 까지 손에 넣은(권력 완성) '이재명식 성공 모델'이 다시금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선 내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심'(明心·이 대통령 의중)이 '정청래 2기 체제'를 원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대두된다. 이른 시일 내에 '친청(親정청래)-친명' 갈등이 발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권 1년 차, 예상보다 릴게임바다신2 빠르게 떠오른 두 번째 태양을 두고 여권 내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박은숙
'1인 1표제'로 독주시대 열려는 정청래
민주당의 '표 가 바다이야기2 치 개편' 논쟁은 당의 '권력구조 개편'과 맞닿아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1표는 수십 명의 권리당원 표와 맞먹는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다 보니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표가 어디로 움직이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대의원이 현역 의원·지역위원장 등 당내 주류 조직에 의해 사실상 선발·임명되면서, 이 제도가 조직 릴게임황금성 기반이 약한 비주류·대중형 정치인에게는 불리한 룰(규칙)로 작동해 왔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오랫동안 '대의원 과대표 구조'를 비판해 왔다. 지금은 권력의 정점에 서있지만, 친문 주류가 당을 장악하던 시절 그는 계파도 조직도 없는 비주류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당의 구심력을 '이재명'으로 돌려세울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당원 팬덤의 결집 덕이었다. 이 대통령은 기성 조직의 지원이 아닌 팬덤의 압도적 동원력으로 당심을 장악했고, 그 힘으로 당권을 거머쥐며 단숨에 당의 신(新)주류로 올라섰다.
당권을 쥔 후에도 이 대통령은 당원 표의 영향력을 계속 키우고 싶어 했다. 이 과정에서 '비명횡사'(非이재명계는 공천을 받지 못하는) 논란과 과도한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지만, 이 대통령은 개의치 않았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는 2023년 11월27일 50~60대 1 수준이던 전당대회 내 권리당원 대 대의원 표 비율을 20대 1 미만으로 조정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한 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의 등가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민주당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1인 1표제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최근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의 뜻'을 이어받겠다며 당내 선거에서 대의원과 당원 모두에게 '1인 1표'를 부여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대표는 11월23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시절 최고위원으로서 호흡을 맞추며 당원주권정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적었다. 이어 2022~23년 당 원외지역위원장 협의회가 대의원제 개선과 권리당원 1인 1표제를 요구했던 성명서를 인용하며 "이재명 정부의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주권 시대로 화답해 달라"고 했다.
11월2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왼쪽부터 전현희 최고위원,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한준호 최고위원, 이언주 최고위원 ⓒ시사저널 이종현
"왜 지금?" 발끈한 친명, '비청 횡사' 우려하나
그렇게 '친명'을 자처하는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주장해온 '1인 1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여권 내부의 기류는 심상치 않다. 당 지도부와 원외 친명 조직 등이 연이어 정 대표가 충분한 숙의 없이 이 같은 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언주 최고위원과 강득구·윤종군·김문수 의원 등은 1인 1표제에 대해 우려 섞인 부정적 의견을 냈다. 친명계 외곽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11월22일 "'이렇게 해야만 하나'라는 당원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들려온다"며 정 대표를 비판했다. 일부 당원은 해당 당헌 개정이 "민주당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명백한 '절차적 쿠데타'"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들은 △1인 1표제가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 효과를 가져오고 △당내 절대소수인 영남권 당원들을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할 것이란 우려가 있으니 △의원과 당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일자 정 대표도 한발 물러섰다. 정 대표는 개정안을 최종 의결할 중앙위원회 개최를 12월5일로 1주일 미룬 뒤, 그때까지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보완 방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일련의 잡음을 자연스러운 논의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을까. 정치권에선 '1인 1표제가 가져올 나비효과'를 일부 친명계가 우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친문이 몰락하며 발생했던 이른바 '비명 횡사' 논란처럼, 차기 공천 과정에서 '비청(非정청래) 횡사'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여권 내에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1인 1표에 대해 공개적인 의견은 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면서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은 게임의 룰이 바뀌면 수혜자와 피해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與에 부상할 질문 "명심이 청심과 과연 같은가"
실제 '1인 1표제'가 확정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정 대표 자신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내 강성 당원들의 확고한 지지를 얻고 있는 정 대표지만, 대의원들의 표심은 그만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최종 득표율 61.74%로 박찬대(38.26%)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55%를 반영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66.48%를 얻고, 30%를 차지하는 국민여론조사에서 60.46%를 득표한 결과다. 다만 15%를 반영하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46.91%를 득표하며 박 후보(53.09%)에게 밀렸다. 1인 1표제가 현실화하면 기존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15%, 권리당원 55%, 일반 국민 30%를 반영했던 비중에서 대의원은 사실상 권리당원 표와 가치가 같아진다. 산술적으로 정 대표의 연임 확률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연구소장은 "정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를 거치며 체득한 '정청래식 성공 비법'과 이른바 '이재명 성공 모델'은 유사하다. 당원들의 열렬한 지지만 있다면 혼자 힘으로도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 대표는 지금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당원들의 이 에너지를 더 키우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강성 당원들이 '원외 세력'을 넘어 막강한 '원내 권력'으로 부상하게 되면, 정 대표는 차기 당권뿐 아니라 대권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을 넘어 유력한 '포스트 이재명'으로 부상하게 되는 셈이다. 그가 '미래권력'으로 떠오르는 순간 '현재권력'인 이 대통령에게 크게 기운 당의 구심력이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명–청 교체기', 즉 친명과 친청 사이의 세력 교체 국면은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차기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원외 친명 인사들 반발이 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11월25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현역 의원들은 공천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고 '현역 프리미엄'도 존재하지만 원외 친명 인사들은 누구도 자신들을 챙겨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며 "정청래 체제에서는 이들이 공천 학살 1순위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의 '당심 정치'가 이어질 경우 향후 당정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이 대통령이 '정청래 체제'보다 '박찬대 체제'를 선호했다는 관측이 당내에 퍼졌던 만큼,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명심이 청심과 같은가'라는 질문이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정 대표 행보에 이 대통령이 불만을 갖고 있더라도, 적극적 대응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딜레마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의 주장처럼 이 대통령 자신이 그동안 '당원 권리 강화'를 여러 차례 천명해온 데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강하게 비판해온 주체가 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정청래, 李 대통령과 갈등 발화 가능성은?
홍형식 소장은 "정청래 대표는 기호지세(騎虎之勢·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형세)다. 당원이라는 호랑이 덕에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지만, 그 등에서 내려오면 잡혀먹히는 상황"이라며 "야당과의 협치를 바라는 대통령실로서는 정 대표의 최근 행보가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민주당 당무에 의견을 내는 순간 이재명 대통령은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대표가 용산과의 전면전, 혹은 친명과의 전선을 조기에 형성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진중권 교수는 "지금은 대통령 집권 1년 차이자 허니문 기간이고 최근 대통령 지지율도 60%대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정청래 대표에게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내란 종식'을 위해 정부·여당이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라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한 정치적 계산기를 두드릴 여력도, 그럴 이유도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가 11월9일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룰은 연임용' 의심에…'찐명' 김민석 차출론 떠오른다
'1인 1표제' 논란이 정청래 대표의 '연임 포석'이라는 정치권의 의심이 확산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한 '당대표 차출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친명계 일각이 당의 '친청 체제'를 저지하기 위해 '김민석 지도부'를 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차기 당대표는 이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2028년 총선의 공천권을 쥐고 2030년 대선의 유력 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차기 권력의 핵심이니만큼 확실한 친명 체제를 원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김 총리가 최근 12·3 비상계엄 연루 공직자를 조사하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띄우고 전국을 누비는 광폭 행보에 나선 것을 두고도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는 11월6~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마친 후 울산(8일), 강원도 원주(11일), 경기도 화성(14일), 부산(15일), 울산(19일), 경북 경주(20일), 인천(21일) 등 전국을 누비고 있다.
동시에 김 총리의 서울시장 차출설은 잦아들고 있다. 김 총리는 11월24일 유튜브에서도 "생각 없다는 얘기를 벌써 이젠 입이 좀 민망할 만큼 여러 번 말씀드렸다"고 서울시장 출마설을 일축했다. 반면 김 총리는 차기 당대표 출마설에 대해선 "임명권자가 있기 때문에 총리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그런 것은 마음대로 못 한다. 전체 국정의 흐름 속에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명권자인 이 대통령이 허락하면 출마의 길은 열려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면 이른바 '당심'과 '명심'의 대결 양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대표에 비해 김 총리는 막대한 팬덤도, 당내 독자 세력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김 총리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큰 신임을 얻고 있다. 2024년 8월 전당대회 때도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냐"는 이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어 수석최고위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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