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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주 북한 스웨덴 대사관에 파견된 서기관 '보리'는 누구나 꺼리는 평양 근무를 여러 차례 연장하는 중이다. 외교관 특권 덕에 직접 위협을 받을 일은 없지만, 사방에서 감시하는 시선은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불편하다. 자전거를 타고 평양 거리를 활보해도 늘 외롭기만 하고, '이방인'으로 겉도는 신세다. 그런 처지인데 굳이 체류 연장을 신청할까? 남에겐 알릴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자전거를 몰 때마다 마주치던 교통보안원 '복주'다. 무심코 스치던 그녀와 언젠가부터 눈빛이 교차하는 건 망상이 아니었다. 두 남녀는 주변 감시를 피하며 조심스레 만남을 이어왔다.
릴게임한국 보리는 복주 덕분에 외로웠던 평양 근무를 견뎠고, 이젠 그녀 없인 고국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번 연장근무를 신청한 탓에 더는 평양에 머물 수 없다. 해결책을 찾아보지만, 이방인인 그가 북한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예정된 이별을 피할 수 없는 둘은 소중한 추억을 남기려 애틋한 만남을 이어가지만, 복주가 갑자기 사라진다. 작별 인사라 바다신2릴게임 도 전하고픈 보리는 애타게 그녀를 찾아도 그녀는 오간 데 없다. 보리에게 마지막 남은 동아줄은 그의 외교관 업무를 돕는 동시에 감시자로 따라붙는 통역관 '명준' 뿐이다.
'극장국가' 북한의 실체
릴게임몰메가
▲ <광장> 스틸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한 황금성릴게임 반도 정치·군사적 분단은 어느새 80년 가까운 세월 교착 상태다. 세대를 거듭하며 이제 남과 북은 동질성보다 이질감이 더 커 보인다. 다른 체제 아래 보낸 시간이 너무 긴 탓이다. 방법은 달라도 '통일'은 당연시하던 세태도 변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영구분단론이 우세다.
하지만 남북 북단은 정상적 상황이 될 수 없다. 격 모바일바다이야기 차가 벌어진 남북 상황 때문에 조급한 통일 에 불안할 뿐, 현재의 극단적 군사 대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체제 대립에 지친 이들은 아무리 통제를 강화해도 한국 방송이나 인터넷 돌려보며 외부 정보를 접한 북한 주민들이 왜 참고 사는지 의아해하곤 한다.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나 북한이탈주민 출연하는 방송 콘테츠를 접하면 저곳도 사람 사는 데라 우리가 듣고 보는 것보다 살만한 곳인가 싶기도 하다. 휴전선 너머 그들의 일상은 체감하기 쉽 잖다.
혹자는 궁금할 테다. 21세기 대명천지에서 중세 봉건왕조 판박이인 3대 세습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냐고. 아무리 철권통치를 하더라도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을 텐데 하는 의문이다.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중의 시선과 달리 북한의 통치 비결은 시대착오적 봉건체제라기보단 오히려 20세기에 등장한 대중동원 권위주의 체제의 최신판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지도자를 '신'적 존재의 카리스마로 포장해 대중에게 주입하는 고도의 선전이 뒷받침한다는 것. 물리적 통제와 감시에 병행해 다각도로 펼치는 선전 전략이 국가 차원의 최면으로 가동되며 세습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애니메이션 <광장>은 그런 평양의 일상을 실사영화 이상의 재현으로 관객 앞에 선보인다.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할 때 내세우는 항일무장투쟁과 '유격대국가' 이미지를 형상화한 거대한 건조물과 역사화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가족국가'로 전 국민이 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나의 유기체로 기능해야 한다는 국가이념은 통역관 명준이 보리에게 문득 질문하는, 외교관의 숙소 거실에 걸린 '일편단심' 액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체제의 본질을 깊숙이 각인하게 만든다.
그렇게 체제 유지를 지상과제로 삼은 북한의 실체를 더욱 부각하는 건, 역설적으로 보리와 복주가 주변 시선을 덜 의식하며 찰나의 만남을 잇는 공간들에서 두드러진다. 평양 관광 필수 코스인 개선문과 옥류관, 대규모 퍼레이드와 여러 대중동원 행사가 둘의 데이트 코스로 활용된다. 안내원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가이드 멘트를 늘어놓는 복주와 이를 흐뭇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보리의 비밀 데이트, 혁명 가극 야외공연장에 지정된 위치 표시가 연인의 '핫플'로 변하는 장면들은 그들이 처한 환경의 실체를 관객에게 주지하는 장치로 절묘하게 역할을 소화한다.
얼핏 생각하면, 문을 꼭꼭 잠그고 외부와 단절하는 게 더 체제 유지에 효과적일 것 같지만, 오히려 체제 선전을 통해 북한의 독특(?)한 통치 구조가 '예외'이면서도 우월감과 자부심의 대상이 되어야만 대중의 자발적 지지가 유지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조선'이 되어야 한다. 몇 안 되는 서방 선진국 대사관은 감시는 해도 친선과 교류는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애매한 줄타기는 또 다른 모순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이 처한 비극의 근본 이유다.
북한판 'HGW XX/7'의 탄생
▲ <광장> 스틸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그렇다면 주인공은 왜 굳이 동료들 다 발령받길 피하는 평양 근무를 신청한 걸까? '조선말'도 유창하고 김치도 잘 먹는 보리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관객의 궁금증은 이야기가 진행되며 조금씩 해소된다. 그의 할머니는 분단 이전에 북유럽에 정착한 이민자다. 사랑하는 이에 의지해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이국에서의 삶을 선택한 조모의 인생이 손자에게 계승된 셈이다. 대사관에서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위해 동화 번역과 출판 사업을 맡은 주인공의 순수한 면 역시 한 몫했을 테다.
그렇게 경계선에 선 이들이 갖는 근본적 외로움과 뿌리 찾기의 염원이 보리를 북한으로 이끌었고, 할머니와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 그러나 둘은 시작부터 끝이 예정되어 있다는 걸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현실은 할리우드 영화가 주는 판타지와 다르다. 그저 지금 누리는 은밀한 행복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계속되기만 바랄 뿐이다. 식당에서 한자리에 앉지 못하고 건너편에서 지긋이 바라만 볼 수 있고, 오랜 연구 끝에 인적 없는 시간대와 장소를 찾을 때만 함께 거리를 거닐 수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소박한 행복마저 북한 체제에선 허용될 수 없다. 미디어 선전을 통해 국가를 결속하지만, 거대한 극장에서 홍보영화가 상영될 때 일절 잡담과 소음은 용납될 수 없다. 극장의 수동성과 폐쇄성이 예외를 허용치 않는 사회에서 반정부·반체제적 의도가 없다 해도 작은 틈새는 체제 위협으로만 인식할 뿐이다. 보리와 복주의 소심한 연애조차 그렇다. 보리가 복주를 포기할 수 없어 북한에 망명 신청이라도 하지 않는 한. 그러나 외교관계 잡음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니 그조차 쉽잖게 보인다. 결국엔 둘의 사랑은 체제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버그로만 취급될 운명이다.
슬픈 연인의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있다. 통역관(이자 감시자)인 명준이다. 보리는 그와 체제를 넘어서는 인간적 유대를 바라지만, 명준은 그런 감시대상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저 자신에게 입력된 것처럼 부여된 임무에만 충실하면 될 일인데, 이 이방인은 자꾸만 '선'을 넘고자 한다. 차라리 자신을 노리고 첩보 수작이라도 부리면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면 될 터인데, 천진한 눈빛과 선량한 의지가 전해져 오니 더 갑갑한 노릇이다. 보리의 일상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게 임무이니 그의 진실함도 가장 먼저 깨닫고 만다. 그런 불편한 상대가 이제 출국한다니 한숨 돌릴 판인데 당혹스런 부탁을 해온다. 잘못하면 신세 망칠 판이다.
이제 불행한 연인의 운명은 오롯이 명준의 선의에 좌우된다. 보리는 작은 부탁이라 하지만, 명준은 그 호소가 자신의 이 땅에서의 운명을 결정할 위험이란 걸 너무나 잘 안다. 왜 하필 나란 말인가. 하지만 감시역이란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준 드문 이방인의 처지가 딱하긴 하다. 그가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면 겉으론 아무 일 없이 모든 게 정리될 테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는다. '나'는 그런 '나'를 짊어지고 살 수 있을까?
이제 명준은 <타인의 삶> 속 동독 정보국 요원, 코드명 'HGW XX/7'이 겪던 고뇌에 봉착한다. 자유로운 예술과 영혼의 해방을 꿈꾸다 반체제 문화인으로 감시 대상이 된 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인 배우 크리스타의 일상을 도청하게 된 비밀요원이 그들의 진실한 영혼을 접하며 오히려 상부에 거짓 보고서를 올려 그들을 보호하려 했던 은밀한 기억은 냉전 치하 동독 국가보위부보다 더 거대하고 전면적으로 국민을 감시하는 현실 북한을 배경으로 재연된다. 명준은 자신이 조국에서 쌓아올린 안정된 삶을 날릴 걸 감수하며 위험한 도박에 나설 수 있을까?
틈새에서 들리는 영혼의 소나타
▲ <광장> 스틸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애니메이션 <광장>은 판타지와는 다른 방법론으로 불운한 연인과 북한판 'HGW XX/7'의 사연을 풀어낸다. 소박하고 진실한 영혼을 가진 이들의 양심이 울림을 던지지만, 거대한 판옵티콘의 현실판 앞에서 그들의 소박한 염원은 수백 겹으로 촘촘하게 구축된 감시 통제를 판타지처럼 꿰뚫기엔 역부족이다. 작중 인물들도 이를 잘 안다. 비현실적 만사형통 대신에 이 오랜만에 등장한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은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형태로 리얼리즘을 극상으로 구현해낸다.
<타인의 삶>의 인상적 결말처럼, '아름다운 영혼의 소나타'가 가슴 졸이던 관객 앞에 흘러나온다. 물론 우리는 독일 통일 불과 5년 전 일어난 해당 영화 속 인물들의 미래를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다. 이미 붕괴한 전체주의 체제와 여전히 작동하는 더 강력한 통제 사회에서 결말이 같을 순 없는 노릇이다. 제목이 주는 역설은 '극장'과 '광장'이 제공하는 부정적이고 획일화 된 이미지의 총합이자 최인훈의 소설 <광장>부터 계승되는 '한국적' 감성으로 연속된다.
관객이 바라는 후련한 결말 대신, <광장>은 현실의 모순이 엄중함을,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가 포착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다양한 슬픔에 관해 관객이 외면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한반도의 북쪽 동네에서 또 다른 '보리', '복주', '명준'이 지금도 탄생하고 수난을 겪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분단 모순을 풀기 위한 연민과 연대의 필요성은 더는 이견의 대상이 될 수 없을 테다. 애니메이션이 남북 분단의 현실태에 관해 표현하고 발언하는 현재 극점에 닿는 작업으로 이 작품은 특별한 위상을 갖는다.
▲ <광장> 스틸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작품정보>
광장The Square2025|한국|애니메이션2026.01.15. 개봉|72분|12세 관람가각본/연출 김보솔조연출/프로덕션 디자인 오유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2025 49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심사위원상
▲ <광장> 포스터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주 북한 스웨덴 대사관에 파견된 서기관 '보리'는 누구나 꺼리는 평양 근무를 여러 차례 연장하는 중이다. 외교관 특권 덕에 직접 위협을 받을 일은 없지만, 사방에서 감시하는 시선은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불편하다. 자전거를 타고 평양 거리를 활보해도 늘 외롭기만 하고, '이방인'으로 겉도는 신세다. 그런 처지인데 굳이 체류 연장을 신청할까? 남에겐 알릴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 자전거를 몰 때마다 마주치던 교통보안원 '복주'다. 무심코 스치던 그녀와 언젠가부터 눈빛이 교차하는 건 망상이 아니었다. 두 남녀는 주변 감시를 피하며 조심스레 만남을 이어왔다.
릴게임한국 보리는 복주 덕분에 외로웠던 평양 근무를 견뎠고, 이젠 그녀 없인 고국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번 연장근무를 신청한 탓에 더는 평양에 머물 수 없다. 해결책을 찾아보지만, 이방인인 그가 북한에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예정된 이별을 피할 수 없는 둘은 소중한 추억을 남기려 애틋한 만남을 이어가지만, 복주가 갑자기 사라진다. 작별 인사라 바다신2릴게임 도 전하고픈 보리는 애타게 그녀를 찾아도 그녀는 오간 데 없다. 보리에게 마지막 남은 동아줄은 그의 외교관 업무를 돕는 동시에 감시자로 따라붙는 통역관 '명준' 뿐이다.
'극장국가' 북한의 실체
릴게임몰메가
▲ <광장> 스틸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한 황금성릴게임 반도 정치·군사적 분단은 어느새 80년 가까운 세월 교착 상태다. 세대를 거듭하며 이제 남과 북은 동질성보다 이질감이 더 커 보인다. 다른 체제 아래 보낸 시간이 너무 긴 탓이다. 방법은 달라도 '통일'은 당연시하던 세태도 변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영구분단론이 우세다.
하지만 남북 북단은 정상적 상황이 될 수 없다. 격 모바일바다이야기 차가 벌어진 남북 상황 때문에 조급한 통일 에 불안할 뿐, 현재의 극단적 군사 대치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체제 대립에 지친 이들은 아무리 통제를 강화해도 한국 방송이나 인터넷 돌려보며 외부 정보를 접한 북한 주민들이 왜 참고 사는지 의아해하곤 한다.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나 북한이탈주민 출연하는 방송 콘테츠를 접하면 저곳도 사람 사는 데라 우리가 듣고 보는 것보다 살만한 곳인가 싶기도 하다. 휴전선 너머 그들의 일상은 체감하기 쉽 잖다.
혹자는 궁금할 테다. 21세기 대명천지에서 중세 봉건왕조 판박이인 3대 세습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냐고. 아무리 철권통치를 하더라도 불만이 터질 수밖에 없을 텐데 하는 의문이다.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중의 시선과 달리 북한의 통치 비결은 시대착오적 봉건체제라기보단 오히려 20세기에 등장한 대중동원 권위주의 체제의 최신판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지도자를 '신'적 존재의 카리스마로 포장해 대중에게 주입하는 고도의 선전이 뒷받침한다는 것. 물리적 통제와 감시에 병행해 다각도로 펼치는 선전 전략이 국가 차원의 최면으로 가동되며 세습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애니메이션 <광장>은 그런 평양의 일상을 실사영화 이상의 재현으로 관객 앞에 선보인다. 정권의 정당성을 강조할 때 내세우는 항일무장투쟁과 '유격대국가' 이미지를 형상화한 거대한 건조물과 역사화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가족국가'로 전 국민이 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나의 유기체로 기능해야 한다는 국가이념은 통역관 명준이 보리에게 문득 질문하는, 외교관의 숙소 거실에 걸린 '일편단심' 액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느냐는 질문과 함께 체제의 본질을 깊숙이 각인하게 만든다.
그렇게 체제 유지를 지상과제로 삼은 북한의 실체를 더욱 부각하는 건, 역설적으로 보리와 복주가 주변 시선을 덜 의식하며 찰나의 만남을 잇는 공간들에서 두드러진다. 평양 관광 필수 코스인 개선문과 옥류관, 대규모 퍼레이드와 여러 대중동원 행사가 둘의 데이트 코스로 활용된다. 안내원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가이드 멘트를 늘어놓는 복주와 이를 흐뭇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보리의 비밀 데이트, 혁명 가극 야외공연장에 지정된 위치 표시가 연인의 '핫플'로 변하는 장면들은 그들이 처한 환경의 실체를 관객에게 주지하는 장치로 절묘하게 역할을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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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HGW XX/7'의 탄생
▲ <광장> 스틸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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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의 소박한 행복마저 북한 체제에선 허용될 수 없다. 미디어 선전을 통해 국가를 결속하지만, 거대한 극장에서 홍보영화가 상영될 때 일절 잡담과 소음은 용납될 수 없다. 극장의 수동성과 폐쇄성이 예외를 허용치 않는 사회에서 반정부·반체제적 의도가 없다 해도 작은 틈새는 체제 위협으로만 인식할 뿐이다. 보리와 복주의 소심한 연애조차 그렇다. 보리가 복주를 포기할 수 없어 북한에 망명 신청이라도 하지 않는 한. 그러나 외교관계 잡음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니 그조차 쉽잖게 보인다. 결국엔 둘의 사랑은 체제 차원에서 용납할 수 없는 버그로만 취급될 운명이다.
슬픈 연인의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가 있다. 통역관(이자 감시자)인 명준이다. 보리는 그와 체제를 넘어서는 인간적 유대를 바라지만, 명준은 그런 감시대상이 불편하기만 하다. 그저 자신에게 입력된 것처럼 부여된 임무에만 충실하면 될 일인데, 이 이방인은 자꾸만 '선'을 넘고자 한다. 차라리 자신을 노리고 첩보 수작이라도 부리면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면 될 터인데, 천진한 눈빛과 선량한 의지가 전해져 오니 더 갑갑한 노릇이다. 보리의 일상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게 임무이니 그의 진실함도 가장 먼저 깨닫고 만다. 그런 불편한 상대가 이제 출국한다니 한숨 돌릴 판인데 당혹스런 부탁을 해온다. 잘못하면 신세 망칠 판이다.
이제 불행한 연인의 운명은 오롯이 명준의 선의에 좌우된다. 보리는 작은 부탁이라 하지만, 명준은 그 호소가 자신의 이 땅에서의 운명을 결정할 위험이란 걸 너무나 잘 안다. 왜 하필 나란 말인가. 하지만 감시역이란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준 드문 이방인의 처지가 딱하긴 하다. 그가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면 겉으론 아무 일 없이 모든 게 정리될 테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는다. '나'는 그런 '나'를 짊어지고 살 수 있을까?
이제 명준은 <타인의 삶> 속 동독 정보국 요원, 코드명 'HGW XX/7'이 겪던 고뇌에 봉착한다. 자유로운 예술과 영혼의 해방을 꿈꾸다 반체제 문화인으로 감시 대상이 된 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인 배우 크리스타의 일상을 도청하게 된 비밀요원이 그들의 진실한 영혼을 접하며 오히려 상부에 거짓 보고서를 올려 그들을 보호하려 했던 은밀한 기억은 냉전 치하 동독 국가보위부보다 더 거대하고 전면적으로 국민을 감시하는 현실 북한을 배경으로 재연된다. 명준은 자신이 조국에서 쌓아올린 안정된 삶을 날릴 걸 감수하며 위험한 도박에 나설 수 있을까?
틈새에서 들리는 영혼의 소나타
▲ <광장> 스틸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애니메이션 <광장>은 판타지와는 다른 방법론으로 불운한 연인과 북한판 'HGW XX/7'의 사연을 풀어낸다. 소박하고 진실한 영혼을 가진 이들의 양심이 울림을 던지지만, 거대한 판옵티콘의 현실판 앞에서 그들의 소박한 염원은 수백 겹으로 촘촘하게 구축된 감시 통제를 판타지처럼 꿰뚫기엔 역부족이다. 작중 인물들도 이를 잘 안다. 비현실적 만사형통 대신에 이 오랜만에 등장한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은 다큐멘터리와는 다른 형태로 리얼리즘을 극상으로 구현해낸다.
<타인의 삶>의 인상적 결말처럼, '아름다운 영혼의 소나타'가 가슴 졸이던 관객 앞에 흘러나온다. 물론 우리는 독일 통일 불과 5년 전 일어난 해당 영화 속 인물들의 미래를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다. 이미 붕괴한 전체주의 체제와 여전히 작동하는 더 강력한 통제 사회에서 결말이 같을 순 없는 노릇이다. 제목이 주는 역설은 '극장'과 '광장'이 제공하는 부정적이고 획일화 된 이미지의 총합이자 최인훈의 소설 <광장>부터 계승되는 '한국적' 감성으로 연속된다.
관객이 바라는 후련한 결말 대신, <광장>은 현실의 모순이 엄중함을,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가 포착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다양한 슬픔에 관해 관객이 외면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한반도의 북쪽 동네에서 또 다른 '보리', '복주', '명준'이 지금도 탄생하고 수난을 겪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분단 모순을 풀기 위한 연민과 연대의 필요성은 더는 이견의 대상이 될 수 없을 테다. 애니메이션이 남북 분단의 현실태에 관해 표현하고 발언하는 현재 극점에 닿는 작업으로 이 작품은 특별한 위상을 갖는다.
▲ <광장> 스틸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작품정보>
광장The Square2025|한국|애니메이션2026.01.15. 개봉|72분|12세 관람가각본/연출 김보솔조연출/프로덕션 디자인 오유진제공 영화진흥위원회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2025 49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심사위원상
▲ <광장> 포스터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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