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같은 남아시아 주요국가에서 최근 3년 사이 연이어 정권이 무너졌다. 기성 정치권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분노한 젊은 세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결과다.
2010년대 초반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을 연상케 하는 이 현상을 두고 18일 AP 등 주요 매체들은 ‘아시아의 봄(The Asian Spring)’이라고 칭했다. 다만 이번 시위는 각 나라 Z세대(젠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가 주도하는 등 과거 아랍의 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단순한 정권 교체를 넘어, 민주주의 시스템 재건 가능성을 시험대에 올리고 나아가 인도와 중국이 양분하는 남아시아 지정학적 판도에도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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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생도단(NCC) 생도들이 2025년 9월 17일 카트만두의 마이티가르 만달라에서 최근 시위 중 충돌로 사망한 사람들을 추모하는 '국가 애도의 날'을 기념하며 묵념하는 동안 포스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에선 지난 9일 KP 샤르마 올리 총리가 사진양산업 주식
임했다. 부패와 족벌주의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정부가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금지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정치인 자녀들이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청년층 박탈감은 극에 달했다.
네팔 인구 약 56%는 30세 미만 젊은 층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외 친지와 소통하고 송금을 받는 등 생계 릴게임오션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정부의 소셜미디어 차단은 Z세대 생명줄을 끊는 조치나 다름없었다. 분노한 시위대는 의회와 대통령 관저, 장관 자택 등을 불태웠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 이상(최소 34~72명)이 숨졌다. 결국 올리 총리는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를 철회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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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수실라 카르키 신임 총리(오른쪽)와 아쇼크 라지 시그델 네팔 육군참모총장(왼쪽)이 2025년 9월 15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시위대에 의해 불타버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신임 장관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네팔 시위는 Z세대가 어떻게 낡은 정치 질서를 무너뜨리는지 보동양시스템즈 주식
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작은 6개월 전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올라온 한 졸업식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서 16세 소년 아이슈카르 로스는 졸업 소감 대신 “젊은이들이여, 일어나라. 우리가 바로 변화의 횃불이다”라고 외치며 기성세대의 부패와 무능을 질타했다. 이 연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네팔 젊은이들을 자극했다.
본격적인 시위는 청년 NGO ‘하미 네팔’ 대표 수단 구룽 같은 Z세대 리더들이 조직했다. 이들은 인스타그램과 게이머들이 주로 사용하던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를 이용해 시위를 조직하고, 네팔 전역에 참여를 유도했다.
이들은 철저하게 폭력 시위를 경계했다. 시위 원칙으로 ‘교복을 입고 책을 들고나와 비폭력 저항의 상징으로 삼자’고 명시했다. 시위대 목표는 총리 한 명을 끌어내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9일 총리가 사임하고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가 철회된 이후에도 시위는 이어졌다. 네팔 정치권에서는 Z세대 목소리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합의 정부를 구성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2022년 4월 11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국가 경제 위기 속에서 대통령 비서실 근처에서 시위대가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에 앞서 2022년 스리랑카에서도 청년 주도 시위로 정권이 무너졌다. 당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 일가가 부패와 실정으로 국가 부도 사태에 놓이자 스리랑카 시민들은 대통령궁을 점령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곧 해외로 도피했다. 당시 시위를 이끈 청년 운동가들은 콜롬보 대통령 사무국 앞에 텐트 농성촌을 세우고 시위를 이어갔다. 이후 2024년 선거에서 국민적 인기를 끈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체제 재편에 큰 한 걸음을 디뎠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해 7월 학생 시위가 셰이크 하시나 총리 15년 장기 집권을 끝냈다. 공무원 채용에서 실력보다 특정 집단에 혜택을 주는 할당제에 대한 불만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특히 시위 과정에서 수백 명이 경찰 진압으로 숨지자, 청년들을 넘어 분노한 일반 시민들까지 시위에 참여했다. 하시나 총리는 결국 사임하고 인도로 망명했다. 이후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들어서면서 방글라데시는 개혁 발판을 마련했다.



2025년 9월 15일 런던 중심부 트라팔가 광장에서 영국 아와미 연맹이 주최한 '방글라데시를 위한 집회'에서 시위자가 방글라데시 국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세 나라에서 벌어진 시위들은 2010년대 ‘아랍의 봄’과 여러모로 닮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 확산, 청년층이 주도한 저항, 부패한 기득권에 대한 분노 등이 공통점이다. 조이딥 다스 굽타 미디어 기술 연구소장은 보고서에서 “인터넷 민주화 덕분에 지리적 장벽 없이 메시지가 퍼져나갔고 운동이 동력을 얻었다”고 했다.
다만 아랍의 봄이 독재 타도라는 정치적 구호에 집중했다면, 아시아의 봄은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부조리 해결이라는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요구를 내세웠다. 미낙시 강굴리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부국장은 알자지라에 “남아시아 젊은이들은 기성 정치인들과 어떤 연결고리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들 삶과 정치인 및 그들 자녀 삶 사이 괴리가 분노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아랍의 봄이 리비아, 시리아 등에서 내전과 더 큰 혼란으로 이어진 것과 달리,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 개혁적 성향을 잃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위대가 특정 지도자 축출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법부와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독립적인 감시 기구 창설 등 제도적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분노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지속적인 정치 변화를 이루려면 분노를 개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튀니지 시위대가 2011년 7월 15일 튀니스 카스바 광장에서 튀니지 임시 정부에 아랍의 봄 혁명에서 약속했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아시아 Z세대가 불러온 정권 교체는 자국 내 정치 변화를 넘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번에 무너진 네팔과 지난해 교체된 방글라데시 정부는 대표적인 친중(親中) 성향 정권이다. 두 나라는 중국이 추진하는 현대판 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핵심 파트너 역할을 맡았다. 네팔은 지난해 말 일대일로 협력 프레임워크에 정식 서명하며 중국과 10개 우선 사업을 논의해왔다. 에베레스트산으로 향하는 관문 포카라 국제공항은 중국 수출입은행 차관으로 지었다. 방글라데시 역시 2016년부터 철도와 화력 발전소 등 8개 대형 프로젝트를 중국 자금으로 지었다. 지정학적으로도 두 나라는 중국이 인도를 견제하는 요충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부패와 불평등에 분노한 시민들이 친중 정권을 무너뜨리면서 이미 체결한 일대일로 관련 사업 재검토와 차관 조건 재협상 가능성이 커졌다. 네팔에선 이미 중국 자금 10억2000만 위안(약 1990억원)을 들여 만든 포카라 공항의 부패 의혹, 비행경로 설정 오류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중국발(發) ‘부채 함정’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차관 조건 손보기가 국가 공식 의제로 올라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10월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10주년을 기념하는 일대일로 포럼(BRF) 개막식에 참석해 다른 국가 정상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입장에서도 당장 네팔과 방글라데시 정국 불확실성이 커진 와중에 이전처럼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는 어렵다. 남아시아 시위는 청년들이 주도한 반부패, 반기득권 시위다. 중국이 과거처럼 엘리트 지도 계층을 상대로 ‘뒷거래’ 방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려워졌다. 어설픈 개입은 오히려 반중 감정만 키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치적 급변이 중국의 오랜 라이벌인 인도와 미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남아시아 맹주를 자처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적극적인 공세에 밀려 지역 영향력이 약화됐다. 인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네팔·방글라데시에 전력·항만·물류 연계를 고도화하며 자국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에 나섰다. 미국 역시 중국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 국가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며 개입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은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네팔에 5억 달러(약 7000억원) 규모로 전력 무상원조를 하고 있다. 학계에선 “방글라데시가 일대일로에 기대 대중(對中) 인프라 의존도를 키웠지만, 정권 교체 이후 대외 조달 다변화와 조건 투명성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중국·인도 두 나라 사이 지역 연계 균형점이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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