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중 최대 쇼핑 시즌 광군제를 맞잏나 11일 베이징의 한 아파트단지 앞에서 한 택배 기사가 배송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내수 위축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계속되는 중국에서 연중 최대 쇼핑 대목인 광군제(光棍節·11월11일)에 350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실적은 개선됐으나 평년 대비 축제 기간을 늘린 덕분으로, 광군제마저 소비 심리를 크게 자극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로 검증완료릴게임 이터통신은 중국 데이터 분석 업체 신툰(Syntun·星圖數據)의 조사치를 인용해 올해 광군제의 총매출이 1조7000억위안(약 350조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매출 1조4400억 위안(약 297조 원)보다 약 18% 많다.
중국에서는 주로 숫자 11이 두 개라는 의미의 솽스이(雙十一·쌍십일)로 불리는 광군제는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 릴게임골드몽 바바가 11월 11일을 ‘연인이 없는 싱글을 위한 날’로 기획해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행사로 2009년 처음 시작했다.
이후 10여 년간 매년 11월 11일 구매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중국 최대 쇼핑 대목으로 자리잡았다. 매출 면에서도 미국 추수감사절(11월 네번째 목요일) 직후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까지 이른바 ‘사이버 위크’ 할인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기간 매출액을 크게 뛰어넘는 세계 최대 쇼핑 이벤트가 됐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부동산 시장 침체와 그에 따른 내수 부진,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의 영향으로 솽스이 효과가 이전만 못 하다.
행사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연중 다른 할인 행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알리바바와 징둥 등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이 릴게임골드몽 10월 초부터 솽스이 할인에 들어가며 역대 최장기간 행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올해 솽스이 분위기는 ‘잠잠한’ 편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12곳 이상의 중국 내 온라인 스토어를 관리하는 회사인 쿵푸데이터의 조쉬 가드너 대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브랜드도 있지만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하락 바다이야기5만 한 정도”라며 “잠잠하다는 게 이번 솽스이 기간의 분위기와 매출을 설명하는 적합한 단어 같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과거 실시간으로 솽스이 매출 정보를 공개하고 행사 종료 후에는 대대적인 미디어 행사를 열었던 중국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은 2022년부터 거래액 등 구체적 매출 수치를 내놓지 않고 있는데 올해는 더 공개를 꺼리는 모습이다.
알리바바의 양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淘寶)와 티몰(天猫·톈마오)은 솽스이 행사가 끝난 12일 현재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알리바바는 작년만 해도 솽스이 직후 총거래액(GMV) 10억위안(약 2천59억원)을 넘긴 브랜드들과 판매가 급증한 제품군 등을 정리해 소개했는데, 올해는 아직 이 내용도 발표하지 않았다.
징둥은 지난달 9일부터 전날까지 솽스이 프로모션 기간 주문량이 작년 동기 대비 60%, 구매 고객 수는 40% 증가해 이전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으나 총거래액은 언급하지 않았다.
징둥은 인공지능(AI) 태블릿 매출이 작년보다 200% 급증하고 AI 안경·스피커가 100% 이상 증가하는 등 AI 기반 전자제품 판매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며 가전제품과 홈리빙, 의류, 뷰티, 스포츠 등 부문에서 수천개 브랜드 매출이 100% 늘었다고 설명했다.
솽스이 총거래액을 발표한 곳은 전자제품 회사 샤오미 정도다. 샤오미는 올해 솽스이 행사 기간 자사 제품 총거래액이 290억위안(약 5조9700억 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국경절과 중추절(추석) 연휴 효과 등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소폭 반등한 뒤 징둥과 샤오미 등이 솽스이 매출 증가를 발표한 것은 긍정적 신호일 수 있으나 외신과 전문가들은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봤다.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의 중국 거시경제 분석가인 네오 왕은 징둥이 정부의 소비 보조금을 받는 주요 제품군인 3C(컴퓨터·통신·소비자가전) 판매 선두 주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 보조금이 12월31일 종료되기 전에 소비자들이 구매를 서둘렀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징둥의 솽스이 매출 증가 원인이 해외 부문 성과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징둥의 해외 사업부문 JD글로벌은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등 국가에서 거래와 주문이 작년의 배로 증가했다.
징둥은 직배송 대상을 36개국으로 확대했는데 무료 배송을 제공하는 13개국에서 매출이 3배로 늘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P와 AFP통신도 경제 불안과 길어진 행사 기간에 피곤함을 느끼는 중국 소비자들이 솽스이에 꼭 사려던 물건이나 생필품 외에 큰돈을 쓰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상하이에 사는 장징(29)은 온라인 플랫폼들이 쿠폰을 여러 개 요구하는 등 프로모션이 복잡해진 데 실망했다며 “올해 솽스이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고 AFP에 말했다. 베이징의 한 직업훈련기관 직원인 장스쥔(45)은 AP와 인터뷰에서 “생필품 외에 비싼 물건을 살 필요가 없다. 가족이 입을 겨울옷이 필요한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소비자 분석 전문가 장야링은 “많은 사람이 올해 할인 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고 불평한다. 소비자의 피로감이 강하다”고 AP에 말했다.
ING의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린 송은 “가정의 소비 의욕이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연초부터 정부가 가전제품과 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한 것도 솽스이 할인 효과가 떨어지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