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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reelnara.info이달 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탈석탄에 돌입합니다. 수십년간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을 이어온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중 가장 먼저 퇴장하는 것은 태안화력발전소의 1호기입니다. 1995년, 가장 먼저 준공된 1호기를 시작으로 내년 12월엔 2호기, 2028년 12월엔 3호기, 2029년 12월 4호기, 2032년 12월엔 5, 6호기, 그리고 2037년엔 7, 8호기가 잇따라 폐지되죠.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선 이러한 탈석탄과 에너지전환이 더욱 신속히 이뤄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발전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수천명이라는 점입니다. 에너지원(또는 발전원 야마토무료게임 )의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이 '진짜' 에너지전환의 구성 요소임에도, 이를 그저 '발전원의 전환'으로만 갈음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오늘날 처한 현실이고요.
정의로운 전환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올해로 10년이 된 파리협정에서도 명시된 개념으로, 이 협정 바다이야기5만 은 국회 비준을 거친 만큼 우리나라는 정의로운 전환에 맞는 정책을 이때부터 준비해와야 했습니다. 더불어 이는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도 담긴, 국내법상으로도 명시된 정부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릴게임골드몽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을 말한다.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 제2조(정의) 13호기후위기로 인한 책임과 이익이 사회 전체에 균형 있게 분배되도록 하는 기후정의를 추구함으로써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동시에 극복하고, 탄소중립 릴게임한국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한 계층·부문·지역을 보호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한다.탄소중립기본법 제3조(기본원칙) 4호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에 따라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한다.탄소중립기본법 제4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6항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기본법 릴게임손오공 의 7장으로 자세히 명시되어있습니다. 정부는 ①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 등의 현황과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의 영향 등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역 및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대책과 재난 대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②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에 있어 사업전환 및 구조적 실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실업의 발생 등 고용상태의 영향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재교육, 재취업 및 전직 등을 지원하거나 생활지원을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죠.
일찍이 정부는 폐지되는 발전소의 노동자들이 전원 재배치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의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발전소의 운영 요소별로 투입되는 인원에 따라서도 또 달랐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석탄운반선에실려오는 석탄을 하역하고, 이를 저탄장으로 옮긴 후, 서로 다른 종류의 석탄들을 섞고, 이를 작게 부수는 과정을 거쳐 보일러에 연료로 투입됩니다. 그리고 보일러의 열로 만든 증기가 터빈을 거쳐 발전기를 돌리고, 그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변압기를 거쳐 송전망과 배전망을 거쳐 가가호호로 전해지죠. 이 과정에서 직접 석탄을 다루는 업무 대부분은 공기업인 한전KPS 또는 2003년 민영화된 한전산업개발 등 협력업체가 담당합니다. 7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을 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한국발전기술)도, 지난 6월 홀로 선반 작업 도중 숨진 고 김충현 씨(한국파워O&M)도 협력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연료 및 환경설비는 1차 하청, 경상 정비는 2차 하청이 맡는 구조인 것이죠. 이곳의 노동자 2,676명 가운데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는 1,444명에 이릅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소속 인원(1,232명)보다 훨씬 많은 겁니다.
다양한 회사 소속의,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을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을 찾아 만나봤습니다. 탈석탄으로 근무지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모두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정책 방향 자체엔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임무에만 몰두해왔던 노동자들에 대한 무관심엔 한목소리로 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1993년, 한국전력공사(한전)에 입사했던 조인호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은 2001년, 발전 5개사가 분리되면서 지금의 회사(서부발전)에서 근무를 이어왔습니다. 조 위원장에게 폐지를 앞둔 소회를 물었습니다.
“과거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이 국가 정책으로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이 도입되면서 언젠가는 석탄화력 발전업계의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는 예상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폭염과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면서 여론 또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요구해왔으니까요. 다만, 이러한 탈석탄 정책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던 지난 윤석열 정부를 지나 정권교체 이후 이렇게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조인호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
이를 '급격하다'고 느끼게 만든 것은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거듭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입니다.
“탄소중립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 가져가야죠. 기후위기에 관련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가져가야 하는데,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우리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발전을 위한 전력 공급의 주역이었지 않습니까? 여기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묵묵하게 피땀 흘려 일했다는 그 부분만 갖고 있다 보니, 약간 억울하고, 참담함, 절망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아직도 시작 단계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대안이나 관련 정책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지속적인 협의가 예고되어 있지만, 정작 이 과정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삶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논의는 현재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발전소 폐지는 단순히 시설의 폐지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 경제와 지역 주민들에게도 그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음에도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과 논의는 더디기만 해서 답답할 따름입니다.”조인호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
이러한 석탄 폐지에 따른 일자리 위기가 더욱 심각한 이들에 대해 조 위원장은 “탈황, 탈질 등 설비를 운전하는 노동자와 석탄 하역설비 등 연료와 관련한 노동자가 더 큰 고용의 불안을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각종 사고나 질병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온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발전원의 전환에 따른 실직 위기의 직격탄 또한 맞게 된 겁니다.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은 현재 자체적으로 전환 교육을 실시 중입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66명의 석탄 취급 근로자 및 협력사 근로자들이 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재수 한국서부발전 에너지전환지원단장은 “2024년부터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전문 조직을 만들고, 전사 차원의 에너지전환 TF를 구성했다”며 “2025년엔 근로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신재생 및 LNG 복합발전과 관련한 특화 교육과정을 개발해 교육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교육을 거쳐 실제 석탄 기반의 일터에서 향후 주력이 될 신재생 에너지원에 기반한 일자리로의 전환이 이뤄진 사례는 없습니다. 개별 발전 공기업 차원의 교육을 넘어 정부 차원의 일자리 전환 정책이 부재한 탓입니다.
2011년, 한전산업개발에 입사해 15년째 태안에서 근무중인박낙호 주임은 정부의 주도적인 일자리 전환 정책 없이는 백약이 무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1, 8호기에서 계측제어, 정비 업무를 수행 중인 박 주임에게 1호기의 폐지는 직접적인 일자리 위기로 다가옵니다.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필요한 발전 정비사라는 자격증이 있습니다. 정부나 발전소에서 그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 취득해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자격증은 지금의 발전소를 나가면 활용할 방도도 없습니다.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라든가 기관 등에서 '전환 교육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저희에게 보장된 일자리는 전혀 없습니다. 그 전환 교육과 별개로, 결국 업무분야를 바꾸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이직을 하라는 식으로 전부 등 떠미는 상황이거든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법조문 등을 찾아봤습니다. 사회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온전한 합의가 이뤄졌을 때를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실 속 정의로운 전환에선 협력업체는 빠져있습니다. 그나마 논의가 이뤄지는 것도 정규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따지고 보면, 발전소엔 정규직(발전 공기업)보다 협력업체가 더 많거든요. 지금의 논의는 그나마 발전 공기업에 있는 사람들의 일자리만 보존이 되는 것이지, 협력업체에 대한 건 보장이 아예 없습니다. 보장을 해주겠다는 의지도 그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현 정부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보니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표현이 현재 쓰이는 모습 자체가 저는 달갑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화력발전과 관련한 엔지니어링 등급의 정비사 자격증 제도만 있다 보니, 저희가 신재생이나 기타 발전원으로 옮겨 갈 신규 자격증에 대한 부분들에 지원이 없습니다. 현재 개인적으로 공부하며 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분야의 일자리가 얼마나 될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금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일자리를 보존하기는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데, 신재생 등 새 발전원의 일자리들을 확보해서 기존 발전 공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박낙호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
지난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안화력 1호기 노동자를 전원 타 발전소로 재배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일자리 상실 없는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자평했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인 것은 다릅니다.
“1호기가 폐지된다고 했을 때, 이를 LNG로 대체한다면 지금의 자리에 지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1호기를 대체하는 LNG 발전소는 이미 김포에서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폐지 수순만 남겨둔 채, 대체 발전소는 이미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1호기뿐 아니라 2, 3호기도 마찬가지입니다. 2호기는 공주, 3호기는 여수에다가 대체 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더라고요.
서산, 태안 지역은 저희가 나고 자란 지역입니다. 현재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전산업개발 직원의 60% 이상이 태안에서 살고 있고, '전환 배치'라는 것이 한전산업개발 소속 직원들에겐 사실상 불가능합니다.”박낙호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
9, 10호기 전기 설비 정비 업무를 맡은 입사 24년차 박경환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직장이 사라지는 일이 저희의 실수라든지, 노동자들의 실수라든지, 그런 것으로 발생한 일이라면 감내를 해야겠지만, 정부의 정책으로 폐지가 이뤄지고, 이를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저희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몇십년간 노력한 대가가 이것인가'하는 자괴감이 들고는 합니다.
한 호기, 한 호기 폐쇄가 될 때마다 저희 직원들은 적게는 10~20명, 많게는 40명 이상 일자리를 잃게 되는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좀 상황에 맞는 교육을, 고용 보장이 되는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지되니 우리는 복합화력 또는 풍력, 신재생 등 교육을 보내줬다' 이런 것들을 막 광고하듯 이야기하거든요. 사실은 보여주기 식의, 아무 의미가 없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박경환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
박경환 주임은 홀로 민간기업으로 전환되어 에너지전환의 대응 여력이 사라진 한전산업개발 자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강조했습니다. 1990년 한전의 자회사로 설립됐던 한전산업개발은 1998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가 추진됐고, 당시 민영화가 검토됐던 한전KPS, 한전기술, 한전산업개발 등의 공공기관 가운데 홀로 2003년 한국자유총연맹에 매각되며 민영화가 이뤄졌습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 석탄화력발전소의 필수업무 유지인원에 대해선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직원들은 '이제 다시 공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후 2018년 고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 이후 정부의 권고안에도 한전산업개발을 다시 공기업화하는 내용이나 원청사의 직접고용 등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여전히 없습니다. 한전산업개발이 다시 공기업으로 돌아가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고, 직원들도 신재생 분야로 전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박경환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
현장 노동자들은 화력발전 중심의 전력생산 기반이 만들어졌던 당시, 공공 주도로 공기업들이 역할을 해온 것과 달리,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가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중인 것에 대한 우려도 피력했습니다. 조인호 위원장은 “일각에서 발전 공기업 5개사를 재통합하는 과정에서 이를 2~3개로 나누는 안이 거론되고, 최근엔 신재생에너지를 전담하는 공기업을 따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현장에선 이처럼 발전 공기업 전체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 화력발전과 같은 '사라질 발전원'과 재생에너지와 같은 '살아남을 발전원'으로 나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2013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해 온 한전KPS 태안사업처의 장현상 대리는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도 우려했습니다.
“근무를 해오며 실제 폐쇄가 다가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시간 지역사회와도 공존하며 발전소가 운영됐고, 저희처럼 발전소에 근무하는 많은 인원들도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발전소가 폐지되고, 대체 발전소는 타 지역에 들어서는 것은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은 일인데, 그에 대한 준비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정현상 한전KPS 태안사업처 대리
파리협정으로부터 10년,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선언과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으로부터 만 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의로운 전환이 '사문화된 법조문 속 문구'로만 남아있는 것일까. 탄소중립위원회로 출발했던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 거버넌스의 첨두는 2022년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로 개편됐습니다. 지난 2023년, 194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노동계, 농민, 청소년 '쏙' 빠진 탄중위…행정소송 대상 되다〉에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① 기후변화, ② 에너지혁신, ③ 경제산업, ④ 녹색생활, ⑤ 공정전환, ⑥ 과학기술, ⑦ 국제협력, ⑧ 국민참여로 총 8개였던 분과는 ① 온실가스 감축, ② 에너지·산업 전환, ③ 공정전환·기후적응, ④ 녹색성장·국제협력 4개 분과로 축소됐습니다. 얼핏, 8개였던 기존 분과를 2개씩 짝지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국민참여'라는 이름은 분과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죠. 참여는 분과에서만 사라지는 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산업계와 노동계, 농어민과 시민사회, 청년,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함께하는 협의체와 탄소중립시민회의 역시 사라졌습니다.
분과가 줄어들면서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의 수 또한 75명에서 32명으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단순히 '숫자의 감소' 이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1기에선 분과별로 학계나 연구기관의 내로라는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사회나 청년, 종교, 노동계, 산업계를 대표하는 이들이 골고루 포진되어 있습니다. 반면 2기의 구성은 상대적으로 심플합니다. 전문가와 기업, 그리고 대형 기관 소속으로 분류할 수 있죠. 환경단체나 노동계 등 시민사회 차원의 강한 반발이 나오고, 전력산업 노동자들이 직접 서울행정법원에 정의로운 전환 소송을 제기했었던 이유입니다.
규모가 줄고, 노동자가 배제됐다 하더라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다뤄지고, 성과가 도출됐다면 나았겠지만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정전환·기후적응 분과 간사였던 박현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은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명칭이 바뀐 시기,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나 정책의 도출이 더뎠다고 지적했습니다.
“탄소중립위원회 시절, 공정전환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실제 하는 분들, 관심이 많은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졌던 것에 비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의 개편 이후엔 그런 것이 전혀 형성되지 않았기에 탄중위 시절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탄녹위 개편 이후엔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여건이 주어지지도 않았었죠. 전박적으로 구조가 다양한 이해관게자가 참여하거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에 있어선 '정의로운 전환 특구'에 대한 논의가 비중이 컸는데, 이 특구를 어떻게 지정할 것이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연구가 끝나고서도 그 결과가 공유되진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많은 준비가 이뤄지지 못했고요. 이를 위해선 시간도, 예산도 수반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이행되기 어려운데, 그런 것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던 것이죠.”박현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
올해 태안 1호기를 시작으로 2038년 연말까지 총 4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전국 각지에서 폐지됩니다. 지난 11월, 국회에선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고요. 법안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석탄화력발전산업 종사 노동자 및 그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발전사업자 또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및 정의로운 전환 계획 등을 포함한 폐쇄신청서를 기후에너지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탈석탄 이행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산업 종사 노동자에 대하여 고용을 승계하여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탄소중립이 결정됐을 때 이미 만들어졌어야 하는 이 법안은 탄소중립 선언으로부터 4년이 지나서야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제정되기 전, 태안 1호기는 폐지가 진행됩니다. 상반기에 시행되지 않는다면, 하동 1호기와 보령 5호기 또한 소급적용이 안 되는 이 법과 관계없이 폐지가 진행됩니다. 그동안 신속한 탈석탄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어쩌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보다 탈석탄을 외치면서도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국회와 정부의 몫이 더 클 것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정의로운 전환은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올해로 10년이 된 파리협정에서도 명시된 개념으로, 이 협정 바다이야기5만 은 국회 비준을 거친 만큼 우리나라는 정의로운 전환에 맞는 정책을 이때부터 준비해와야 했습니다. 더불어 이는 2021년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도 담긴, 국내법상으로도 명시된 정부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릴게임골드몽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을 말한다.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약칭 탄소중립기본법) 제2조(정의) 13호기후위기로 인한 책임과 이익이 사회 전체에 균형 있게 분배되도록 하는 기후정의를 추구함으로써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동시에 극복하고, 탄소중립 릴게임한국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한 계층·부문·지역을 보호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한다.탄소중립기본법 제3조(기본원칙) 4호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에 따라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한다.탄소중립기본법 제4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6항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기본법 릴게임손오공 의 7장으로 자세히 명시되어있습니다. 정부는 ①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 등의 현황과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의 영향 등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역 및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대책과 재난 대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②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에 있어 사업전환 및 구조적 실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실업의 발생 등 고용상태의 영향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재교육, 재취업 및 전직 등을 지원하거나 생활지원을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죠.
일찍이 정부는 폐지되는 발전소의 노동자들이 전원 재배치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의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발전소의 운영 요소별로 투입되는 인원에 따라서도 또 달랐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석탄운반선에실려오는 석탄을 하역하고, 이를 저탄장으로 옮긴 후, 서로 다른 종류의 석탄들을 섞고, 이를 작게 부수는 과정을 거쳐 보일러에 연료로 투입됩니다. 그리고 보일러의 열로 만든 증기가 터빈을 거쳐 발전기를 돌리고, 그 발전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변압기를 거쳐 송전망과 배전망을 거쳐 가가호호로 전해지죠. 이 과정에서 직접 석탄을 다루는 업무 대부분은 공기업인 한전KPS 또는 2003년 민영화된 한전산업개발 등 협력업체가 담당합니다. 7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을 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한국발전기술)도, 지난 6월 홀로 선반 작업 도중 숨진 고 김충현 씨(한국파워O&M)도 협력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연료 및 환경설비는 1차 하청, 경상 정비는 2차 하청이 맡는 구조인 것이죠. 이곳의 노동자 2,676명 가운데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는 1,444명에 이릅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소속 인원(1,232명)보다 훨씬 많은 겁니다.
다양한 회사 소속의,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을 태안화력발전소 현장을 찾아 만나봤습니다. 탈석탄으로 근무지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모두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정책 방향 자체엔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임무에만 몰두해왔던 노동자들에 대한 무관심엔 한목소리로 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1993년, 한국전력공사(한전)에 입사했던 조인호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은 2001년, 발전 5개사가 분리되면서 지금의 회사(서부발전)에서 근무를 이어왔습니다. 조 위원장에게 폐지를 앞둔 소회를 물었습니다.
“과거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이 국가 정책으로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이 도입되면서 언젠가는 석탄화력 발전업계의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는 예상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폭염과 폭설 등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하면서 여론 또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요구해왔으니까요. 다만, 이러한 탈석탄 정책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했던 지난 윤석열 정부를 지나 정권교체 이후 이렇게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조인호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
이를 '급격하다'고 느끼게 만든 것은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거듭한 정의로운 전환 정책입니다.
“탄소중립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 가져가야죠. 기후위기에 관련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가져가야 하는데,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찰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우리 대한민국의 산업과 경제발전을 위한 전력 공급의 주역이었지 않습니까? 여기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묵묵하게 피땀 흘려 일했다는 그 부분만 갖고 있다 보니, 약간 억울하고, 참담함, 절망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아직도 시작 단계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대안이나 관련 정책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지속적인 협의가 예고되어 있지만, 정작 이 과정에서 우리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삶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한 논의는 현재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발전소 폐지는 단순히 시설의 폐지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노동자뿐 아니라 지역 경제와 지역 주민들에게도 그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일자리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음에도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과 논의는 더디기만 해서 답답할 따름입니다.”조인호 한국서부발전노동조합 위원장
이러한 석탄 폐지에 따른 일자리 위기가 더욱 심각한 이들에 대해 조 위원장은 “탈황, 탈질 등 설비를 운전하는 노동자와 석탄 하역설비 등 연료와 관련한 노동자가 더 큰 고용의 불안을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각종 사고나 질병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온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발전원의 전환에 따른 실직 위기의 직격탄 또한 맞게 된 겁니다.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영사인 한국서부발전은 현재 자체적으로 전환 교육을 실시 중입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66명의 석탄 취급 근로자 및 협력사 근로자들이 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재수 한국서부발전 에너지전환지원단장은 “2024년부터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전문 조직을 만들고, 전사 차원의 에너지전환 TF를 구성했다”며 “2025년엔 근로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신재생 및 LNG 복합발전과 관련한 특화 교육과정을 개발해 교육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교육을 거쳐 실제 석탄 기반의 일터에서 향후 주력이 될 신재생 에너지원에 기반한 일자리로의 전환이 이뤄진 사례는 없습니다. 개별 발전 공기업 차원의 교육을 넘어 정부 차원의 일자리 전환 정책이 부재한 탓입니다.
2011년, 한전산업개발에 입사해 15년째 태안에서 근무중인박낙호 주임은 정부의 주도적인 일자리 전환 정책 없이는 백약이 무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1, 8호기에서 계측제어, 정비 업무를 수행 중인 박 주임에게 1호기의 폐지는 직접적인 일자리 위기로 다가옵니다.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에서 필요한 발전 정비사라는 자격증이 있습니다. 정부나 발전소에서 그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 취득해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자격증은 지금의 발전소를 나가면 활용할 방도도 없습니다.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라든가 기관 등에서 '전환 교육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저희에게 보장된 일자리는 전혀 없습니다. 그 전환 교육과 별개로, 결국 업무분야를 바꾸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이직을 하라는 식으로 전부 등 떠미는 상황이거든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법조문 등을 찾아봤습니다. 사회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온전한 합의가 이뤄졌을 때를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현실 속 정의로운 전환에선 협력업체는 빠져있습니다. 그나마 논의가 이뤄지는 것도 정규직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따지고 보면, 발전소엔 정규직(발전 공기업)보다 협력업체가 더 많거든요. 지금의 논의는 그나마 발전 공기업에 있는 사람들의 일자리만 보존이 되는 것이지, 협력업체에 대한 건 보장이 아예 없습니다. 보장을 해주겠다는 의지도 그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현 정부도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보니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표현이 현재 쓰이는 모습 자체가 저는 달갑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화력발전과 관련한 엔지니어링 등급의 정비사 자격증 제도만 있다 보니, 저희가 신재생이나 기타 발전원으로 옮겨 갈 신규 자격증에 대한 부분들에 지원이 없습니다. 현재 개인적으로 공부하며 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분야의 일자리가 얼마나 될지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금의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협력업체의 일자리를 보존하기는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데, 신재생 등 새 발전원의 일자리들을 확보해서 기존 발전 공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박낙호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
지난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태안화력 1호기 노동자를 전원 타 발전소로 재배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일자리 상실 없는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자평했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인 것은 다릅니다.
“1호기가 폐지된다고 했을 때, 이를 LNG로 대체한다면 지금의 자리에 지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1호기를 대체하는 LNG 발전소는 이미 김포에서 상업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폐지 수순만 남겨둔 채, 대체 발전소는 이미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1호기뿐 아니라 2, 3호기도 마찬가지입니다. 2호기는 공주, 3호기는 여수에다가 대체 발전소를 짓는다고 하더라고요.
서산, 태안 지역은 저희가 나고 자란 지역입니다. 현재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전산업개발 직원의 60% 이상이 태안에서 살고 있고, '전환 배치'라는 것이 한전산업개발 소속 직원들에겐 사실상 불가능합니다.”박낙호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
9, 10호기 전기 설비 정비 업무를 맡은 입사 24년차 박경환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직장이 사라지는 일이 저희의 실수라든지, 노동자들의 실수라든지, 그런 것으로 발생한 일이라면 감내를 해야겠지만, 정부의 정책으로 폐지가 이뤄지고, 이를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저희의 현실입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몇십년간 노력한 대가가 이것인가'하는 자괴감이 들고는 합니다.
한 호기, 한 호기 폐쇄가 될 때마다 저희 직원들은 적게는 10~20명, 많게는 40명 이상 일자리를 잃게 되는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좀 상황에 맞는 교육을, 고용 보장이 되는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지되니 우리는 복합화력 또는 풍력, 신재생 등 교육을 보내줬다' 이런 것들을 막 광고하듯 이야기하거든요. 사실은 보여주기 식의, 아무 의미가 없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박경환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
박경환 주임은 홀로 민간기업으로 전환되어 에너지전환의 대응 여력이 사라진 한전산업개발 자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강조했습니다. 1990년 한전의 자회사로 설립됐던 한전산업개발은 1998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가 추진됐고, 당시 민영화가 검토됐던 한전KPS, 한전기술, 한전산업개발 등의 공공기관 가운데 홀로 2003년 한국자유총연맹에 매각되며 민영화가 이뤄졌습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 석탄화력발전소의 필수업무 유지인원에 대해선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직원들은 '이제 다시 공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후 2018년 고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 이후 정부의 권고안에도 한전산업개발을 다시 공기업화하는 내용이나 원청사의 직접고용 등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여전히 없습니다. 한전산업개발이 다시 공기업으로 돌아가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고, 직원들도 신재생 분야로 전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박경환 한전산업개발 태안사업처 주임
현장 노동자들은 화력발전 중심의 전력생산 기반이 만들어졌던 당시, 공공 주도로 공기업들이 역할을 해온 것과 달리,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가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중인 것에 대한 우려도 피력했습니다. 조인호 위원장은 “일각에서 발전 공기업 5개사를 재통합하는 과정에서 이를 2~3개로 나누는 안이 거론되고, 최근엔 신재생에너지를 전담하는 공기업을 따로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현장에선 이처럼 발전 공기업 전체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 화력발전과 같은 '사라질 발전원'과 재생에너지와 같은 '살아남을 발전원'으로 나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2013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해 온 한전KPS 태안사업처의 장현상 대리는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도 우려했습니다.
“근무를 해오며 실제 폐쇄가 다가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시간 지역사회와도 공존하며 발전소가 운영됐고, 저희처럼 발전소에 근무하는 많은 인원들도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습니다. 이렇게 발전소가 폐지되고, 대체 발전소는 타 지역에 들어서는 것은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은 일인데, 그에 대한 준비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정현상 한전KPS 태안사업처 대리
파리협정으로부터 10년,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선언과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으로부터 만 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의로운 전환이 '사문화된 법조문 속 문구'로만 남아있는 것일까. 탄소중립위원회로 출발했던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 거버넌스의 첨두는 2022년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로 개편됐습니다. 지난 2023년, 194번째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노동계, 농민, 청소년 '쏙' 빠진 탄중위…행정소송 대상 되다〉에서 설명드렸던 것처럼, ① 기후변화, ② 에너지혁신, ③ 경제산업, ④ 녹색생활, ⑤ 공정전환, ⑥ 과학기술, ⑦ 국제협력, ⑧ 국민참여로 총 8개였던 분과는 ① 온실가스 감축, ② 에너지·산업 전환, ③ 공정전환·기후적응, ④ 녹색성장·국제협력 4개 분과로 축소됐습니다. 얼핏, 8개였던 기존 분과를 2개씩 짝지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국민참여'라는 이름은 분과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죠. 참여는 분과에서만 사라지는 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산업계와 노동계, 농어민과 시민사회, 청년,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함께하는 협의체와 탄소중립시민회의 역시 사라졌습니다.
분과가 줄어들면서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의 수 또한 75명에서 32명으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단순히 '숫자의 감소' 이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1기에선 분과별로 학계나 연구기관의 내로라는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사회나 청년, 종교, 노동계, 산업계를 대표하는 이들이 골고루 포진되어 있습니다. 반면 2기의 구성은 상대적으로 심플합니다. 전문가와 기업, 그리고 대형 기관 소속으로 분류할 수 있죠. 환경단체나 노동계 등 시민사회 차원의 강한 반발이 나오고, 전력산업 노동자들이 직접 서울행정법원에 정의로운 전환 소송을 제기했었던 이유입니다.
규모가 줄고, 노동자가 배제됐다 하더라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다뤄지고, 성과가 도출됐다면 나았겠지만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공정전환·기후적응 분과 간사였던 박현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은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명칭이 바뀐 시기,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나 정책의 도출이 더뎠다고 지적했습니다.
“탄소중립위원회 시절, 공정전환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실제 하는 분들, 관심이 많은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졌던 것에 비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의 개편 이후엔 그런 것이 전혀 형성되지 않았기에 탄중위 시절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탄녹위 개편 이후엔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여건이 주어지지도 않았었죠. 전박적으로 구조가 다양한 이해관게자가 참여하거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에 있어선 '정의로운 전환 특구'에 대한 논의가 비중이 컸는데, 이 특구를 어떻게 지정할 것이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연구가 끝나고서도 그 결과가 공유되진 않았습니다. 노동자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많은 준비가 이뤄지지 못했고요. 이를 위해선 시간도, 예산도 수반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이행되기 어려운데, 그런 것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던 것이죠.”박현정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부소장
올해 태안 1호기를 시작으로 2038년 연말까지 총 4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전국 각지에서 폐지됩니다. 지난 11월, 국회에선 〈석탄화력발전 중단과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고요. 법안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석탄화력발전산업 종사 노동자 및 그 지역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발전사업자 또한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및 정의로운 전환 계획 등을 포함한 폐쇄신청서를 기후에너지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 탈석탄 이행 과정에서 석탄화력발전산업 종사 노동자에 대하여 고용을 승계하여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탄소중립이 결정됐을 때 이미 만들어졌어야 하는 이 법안은 탄소중립 선언으로부터 4년이 지나서야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제정되기 전, 태안 1호기는 폐지가 진행됩니다. 상반기에 시행되지 않는다면, 하동 1호기와 보령 5호기 또한 소급적용이 안 되는 이 법과 관계없이 폐지가 진행됩니다. 그동안 신속한 탈석탄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어쩌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보다 탈석탄을 외치면서도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국회와 정부의 몫이 더 클 것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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