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생활 쓰레기를 매립하는 모습. /경인일보DB


2026년 첫날부터 시행되는 수도권매립지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개시가 임박하면서 잠복했던 현실적 갈등이 터지고 말았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5일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직매립 금지 1년 유예를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천 시민단체들이 10일 김 장관을 규탄하는 공동입장문을 발표한 것이다. 유 시장도 당일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고, 시민단체들은 유예 없는 즉각 시행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는 2021년 환경부가 직접 법령으로 결정한 사안이다. 이를 시행 임박해 유예하자고 나섰으니 인천의 반대에 할 말이 없게 됐다. 환경부가 기관의 권위와 신뢰 훼손을 무릅쓰고 유예를 요청한 것은 직매립 금지가 불가능한 현실 때문이다. 생활쓰레기를 전부 태워 소각재로 만들 수도권 소각장 인프라가 절대 부족해서다. 매립지에 반입되는 생활쓰레기는 기초단체 공공소각장과 민간소각장에서 태우지 못한 잔여 물량이다. 직매립을 금지하면 이 물량이 지자체에 쌓이거나 전국 민간 소각장을 돌아다니며 쓰레기 대란을 일으킨다.
환경부의 직매립 금지는 기초단체의 소각 용량 확충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소각장에 대한 직관적 혐오 민심을 감안하면 불가능했다. 2015년 수도권매립지 연장의 조건이었던 대체매립지 확보를 10년 동안 공전시킨 바로 그 민심이다. 인천시는 환경부와 경기·서울의 기약 없는 대체매립지와 소각장 신·증설 계획을 수도권매립지 영구 사용을 위한 기만술로 여기기에 이르렀다.
4자협의체는 수도권매립지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했다고 단정해도 무방하다. 환경부는 조정자 역할 수행에 실패했다.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폐쇄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기도와 서울은 대체매립지 를 결단할 수 없는 정치적 지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발생지 처리 원칙을 수행해야 할 수도권 기초단체들의 소각 인프라 신·증설 역량과 환경은 천차만별이다. 수도권 쓰레기 처리시설은 국가 인구 절반을 떠받치는 사회간접자본이다. 지금처럼 이해가 엇갈리고 역량이 상이한 지자체들의 임시변통적 합의와 책임회피에 맡겨선 10년의 허송세월이 무한정 연장되면서 무의미한 갈 등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할 것이다.
경인일보가 수차례 지적했듯이 정부가 직접 수도권쓰레기SOC를 전담하지 않고는 사태의 근본적 해결이 요원하다. 총리실 직속 전담 조직이든 대통령 직속 국가위원회든 정부가 떠안을 때가 됐다.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