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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꺼냈다. 떻게 거야? 웃었다. 전에는 야간K팝 아이돌의 콘서트는 볼거리가 넘친다. 무대 위로 깔리는 안개, 화려한 레이저 조명, 반짝이는 무대 배경, 좌중을 압도하는 대형 스크린까지. 이렇게 다채로운 무대장치가 이번엔 클래식 음악 공연에 붙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은 ‘더 모먼트: 라이브 온 멜론’이란 이름으로 장르를 망라한 16개 공연을 지난달 1일부터 선보여왔다. 한 달 만인 지난 1일엔 서울 중구 신당동 충무아트센터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리사이틀을 열었다.



멜론이 더 모먼트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이 음원 플랫폼은 2009년부터 해마다 K팝 가수들과 함께 음악제인 멜론 뮤직 어워드(MMA)를 열고 있다. 그만큼 K팝 문법으로 공연을 강시우 연출하는 데 익숙하다. 선우예권 리사이틀에서도 멜론은 무대의 양옆에 높이 약 10m에 달하는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관객들이 피아니스트의 손놀림과 표정을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팝스타의 실황 공연에서나 경험할 만한 풍경이었다.
색달랐던 선우예권의 쇼팽
리사이틀은 사회자와 선우예권의 토크쇼와 피아노 연주를 오가는 신용정보업자 방식이었다. 공연 시작 전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배경음악이 관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첫 곡은 크라이슬러의 소품인 ‘사랑의 슬픔’을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 버전으로 편곡한 작품이었다. 선우예권은 통통 튀면서도 잘 다듬어진 소리로 공연장에 따뜻한 온기를 채웠다. 무대 아래에 잔잔히 깔린 안개가 아련한 분위기를 더했다. 연주의 절정에서 울린 스마트폰의 벨소 강남역 맛집 나인로드 피제리아 리도 이 분위기를 깨진 못했다.



첫 곡 연주 뒤엔 토크쇼가 이어졌다. 선우예권은 “스모그가 멋있었다”고 하거나 “아까 핸드폰 울리셨죠. 그 부분이 (앞에는) 밝았다가 딱 슬퍼지는 지점이에요”라고 말하며 관객들과 스스럼 없이 소통했다. 그는 30여차례 도전했던 콩쿠르의 경험에 대해 내집마련대출상환 서도 소회를 밝혔다. 미국에서 공부할 땐 생활비 충당에 콩쿠르 상금이 도움이 됐다고. 그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나가 커티스 음악원, 줄리어드 스쿨 등에서 공부했다. 지금은 독일 하노버 음악대학에서 연주자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다음 레퍼토리는 이날 공연의 핵심이었던 쇼팽의 ‘24개 전주곡’이었다. 쇼팽은 모든 장조와 단조를 하나 삼성카드 씩 써서 곡 24개를 썼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러시아의 음악을 주로 선보였던 그의 다른 공연에선 듣기 어려웠던 레퍼토리였다. 그의 쇼팽 연주에선 차곡차곡 음을 쌓아 풀어나가는 구조적인 견고함이 두드러졌다. 음들이 일정한 질서를 지키는 가운데 중간중간 응축됐던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가 사라지는 인상이었다. 음을 살짝 뭉게구름처럼 희미한 인상을 남기는 쪽은 아니었다. 그의 연주엔 안정감과 단단함이 담겨 있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 '더 모먼트: 라이브 온 멜론'. /사진출처. 멜론.


“슈베르트” 그리고 “베토벤 소나타 30번”
다음 토크쇼는 피아니스트가 한 사람으로서 관객들과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다. MBTI, 가족, 음악을 시작한 계기 등이 화제에 올랐다. 위대한 작곡가 중 단 한 명만 친구로 삼고 싶은 이를 꼽아달란 사회자 질문에 그는 “슈베르트”라고 답했다. 슈베르트 ‘4개의 즉흥곡’ 중 2·3번이 각별하다고. 어렸을 때 귀에 꽂혔던 작품이자 미국에서 공부했을 때 위안을 줬던 작품이었단다. 무인도에 남게 됐을 때 챙기고 싶은 악보로는 베토벤 소나타 30번을 골랐다. 2017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그에게 결선 티켓을 안겼던 작품이다.
마지막 레퍼토리는 콩쿠르 결선 곡이었던 라벨의 ‘라 발스’였다. 연주에선 음량 크기를 탄력적으로 빠르게 조절하는 대담함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형식미를 깨지 않으면서 일정 수준의 유려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앙코르는 슈만의 ‘헌정’을 리스트가 피아노로 편곡한 버전이었다. 피아니스트의 손과 표정을 포개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스크린 연출은 방송에서나 볼 법한 연출이었다. 무대 뒤편 벽면에 있는 조명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조명을 부드럽게 덮은 스모그는 은하수 같았다.



많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놀라웠을 장면은 공연이 다 끝나고 나왔다. 앙코르 연주가 끝나자 객석을 배경으로 음악가와 모든 관객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자리가 마련됐다. K팝 아이돌 콘서트의 한 회차를 마무리할 때 잡혀 있는 코너와 같은 형식이었다. 음원 플랫폼이 기획한 이번 공연은 클래식 음악이 현장에서 팬덤과 어떻게 호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음 하나하나에 오롯이 집중하길 바라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선 이러한 공연 문법이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시도로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음악인들의 열정을 체감하고 싶거나 다른 공연 문화에 익숙했던 클래식 음악 입문자로선 이러한 연출이 반가울 만하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 '더 모먼트: 라이브 온 멜론'. /사진출처. 멜론.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