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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겨붙어있었다. 눈[우먼센스] 최근 캄보디아 내 한국인 범죄조직 실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범죄단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박기태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는 그곳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입을 통해, 머나먼 나라에서 벌어진 지옥의 단면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한다.




박 변호사를 빚 때문에 찾아온 이들 중 "캄보디아에서 살아왔어요"라며 몸을 떨며 말한 사람들이 있었다. '살았다'가 아니라 '살아서' 돌아왔다고 했다. 그 말 속에는 생존의 기적과 동시에, 말로 다 할 수 없는 공포가 담겨 있었다.
그들은 돌아온 뒤에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가족의 안전이 위협받고 산와머니 대출조건 , 자신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약점을 쥐어진 채 침묵 속에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생파산 상담 과정에서 그 비밀이 조금씩 드러났다.
어떻게 이 사건을 알게 되셨나요?

회생파산 상담을 하다 보니 특정 시점에 갑자기 빚이 폭증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빚이 생겼습니까?"라고 물으면 처음에는 원캐싱 "어쩌다 이렇게 됐어요"라고 얼버무립니다. 계속 물어보자 몸을 떨면서 얘기합니다. "진짜 비밀로 해주셔야 됩니다"라며 "캄보디아에서 살아서 돌아 왔어요"라고 말합니다. '살았다'가 아니라 '살아서' 돌아왔다는 표현입니다. 피해자들 빚 때문에 회생파산 상담을 하러 왔다가, 빚이 생긴 이유를 설명하다 보니 캄보디아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겁니다. 
결장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사진 이종현 기자(이오이미지)


왜 피해자들은 신고를 하지 않나요?
캄보디아에서 계속 협박을 받습니다. "너 지금 한국 가면 너 같은 거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 주택마련대출 야. 네가 누구한테라도 말하면 너랑 네 가족이 절대 무사할 수 없어"라는 식으로요.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여러 약점을 만듭니다. 수상한 약을 때려서라도 강제로 먹게 한 뒤 "우리가 신고하면 넌 마약 범죄자가 되는 거야"라고 협박합니다. 그들이 약점을 쥐게 되는 거죠. 피해자의 계좌를 보이스피싱에 이용한 뒤 "너는 공범이 아니라 주범이야. 발설하는 순간 평생 학자금대출 2금융 감옥에서 썩어야 돼. 우리 조직원들이 네 가족을 가만 놔둘 줄 알아?"라고 말합니다. 협박이 얼마나 심각한지, 피해자들은 변호사인 저한테조차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캄보디아에 가서 사기에 당하나요?
캄보디아까지 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미 빚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 실패, 스포츠 도박 등으로 빚을 진 사람들이죠. 이들은 '월에 천만 원 준다'는 말에 쉽게 현혹됩니다. 대부분 불법이라고 짐작하면서도 갑니다.
빚이 있다고 해서 해외, 그것도 오지인 캄보디아까지 가게 되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 건가요?
요즘 사채업자들은 찾아가지도, 협박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매일 전화합니다. 아주 나긋나긋하게 물어봅니다. '얼마라도 갚으실 준비되셨어요?' 여기에 '안 됐습니다'라고 답하면 '네 알겠습니다'라며 끊습니다. 왜 그럴까요? 찾아가는 것도 비용입니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협박하는 것과 매일 전화하는 것의 수금률이 비슷했던 겁니다. 이게 10여 년 전에 도입된 '선진적 금융 기법'입니다.

그런데 빚이 있는 사람들은 한 곳에서만 빌리지 않습니다. 하루에 빚 갚으라는 전화를 5~6통 받습니다. 일이 안 됩니다. 대화 중에 그런 전화가 오면 표정이 변합니다. 상대방이 '무슨 일 있어?' 하고 묻습니다. 사람이 점점 피폐해집니다. 제가 상담했던 분 중 한 분은 매일 12통을 받았습니다. 결국 이렇게 되면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고 싶어집니다. 상당수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괜찮겠지', '내 인생이 이거보다 나빠지진 않을 테니까'라는 생각으로 갑니다.




캄보디아에 도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프놈펜 공항에서 선글라스 낀 사람이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기다립니다. 차에 타자마자 휴대폰을 뺏깁니다. 도착해서는 이틀을 꼬박 굶깁니다. 여권, 휴대폰, 모든 것을 빼앗긴 뒤 피해자의 계좌로 대출을 최대한 받습니다. 그 계좌를 보이스피싱에 사용합니다. 이틀 후 한 끼 밥을 주며 작업장으로 데려갑니다. 작업장은 보통 시아누크빌 캄보디아 해안도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시아누크빌에는 범죄 단지(Scam compound)가 많고 여기로 끌려가면 큰일 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 범죄 단지에서는 검찰, 금감원 사칭 보이스피싱부터, 주식이나 코인 리딩방, 로맨스 스캠까지 거의 모든 온라인 사기를 칩니다. 신입에게는 사기를 칠 때 채팅이나 댓글로 분위기를 이끄는 바람잡이부터 시킵니다. 
작업장에서는 어떤 생활을 하나요?
하루 한 끼만 줍니다. 강제로 약을 먹이고, 먹지 않으면 폭력을 씁니다. 한 번 먹으면 '야 그거 마약이야. 너 한국 가면 마약사범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형도 처음엔 너 같았어. 형 1년 동안 3억 벌었어. 너도 그만큼 벌 수 있어'라고 세뇌합니다.하지만 최근 캄보디아에서 돌아온 피해자들을 마약 검사하면 실제로는 반응이 거의 안 나옵니다. 비타민을 먹이고 '너 마약했으니까 도망가면 죽는다'고 협박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일하다 보면 급이 올라가고, 급이 올라간 사람들은 밥을 세 끼 받으며 사기나 협박으로 돈을 뜯는 전화를 합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송환된 사람들 중 문신한 사람이 많이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번에 한국으로 송환된 인원 중 문신을 한 사람이 많자, "가해자를 구출한 것 아니냐", "범죄자들을 왜 데려오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입니다. 하지만 귀국한 인원 대부분은 캄보디아 경찰에 이미 구금돼 있던 사람들입니다. 구금돼 있던 인원은 당연히 현지 기준으로도 범죄 혐의를 받던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겉모습이 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겁니다. 
즉, 컴파운드를 깨고 구출해온 게 아니라 대부분 캄보디아 경찰에 잡힌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진짜 피해자들은 아직 그 안에 감금돼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경찰에 구금된 인원만 인수가 가능했고, 그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수사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봅니다. 
그럼 진짜 피해자는 어떻게 구출하나요?

컴파운드 내부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려면 물리적으로 그곳을 깨부수거나, 외부 정보를 토대로 구출 작전을 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현지 정부와의 협조, 안전 문제 등 훨씬 복잡한 과정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범죄 가담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고 외부와 연락이 닿습니다. 반면 진짜 피해자들은 완전히 차단돼 있어 연락조차 안 됩니다. 지금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정적인 이유입니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사진 이종현 기자(이오이미지)


가해자도 섞여 있는데, 왜 일괄 송환하나요?
송환이 곧 면죄부는 아닙니다. 국내 도착 즉시 전원 입건돼 수사가 시작됩니다. 강제 감금, 폭행, 여권 압수 등에 대해서는 피해자로 구제하고, 적극적으로 범죄에 가담하고 수익을 챙긴 부분에 대해 피의자로 처벌받습니다. 캄보디아에 두면 제대로 된 처벌도, 피해자 보호도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한국으로 데려와야 정확한 수사와 처벌이 가능합니다. 피의자라면 더더욱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닐까요.
캄보디아에서 처벌하면 안 되나요?

캄보디아 같은 나라는 범죄 조직과 유착 가능성이 높고, 뇌물로 무마될 위험도 큽니다.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의 증거(금융 흔적, 통신 기록, 피해자 진술) 등은 대부분 한국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으로 데려와 수사하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피해를 받았다면 당연히 데려와야 하고, 우리나라 범죄자가 외국에 도피해 있다면 더더욱 데려와야 합니다.




앞으로 이런 논란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선 송환 후 피해자와 가담자를 분류하는 기준과 진행 상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해자를 구출했다'는 오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사전 차단도 강화해야 합니다.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를 규제하고, 출국 전 경고 시스템을 가동해 애초에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은행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비대면 계좌 개설로 생긴 보이스피싱 피해는 은행도 일부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야 범죄 수익의 '출구'가 막히고, 이런 범죄의 유인 자체가 줄어듭니다. 마지막으로 현지 정부와 협력해 컴파운드 내부에 갇힌 진짜 피해자들을 구출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처럼 경찰에 구금된 인원만 데려오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탈출이 아닌 풀려나는 경우도 있나요.
제가 들은 사례는 이렇습니다. 피해자 휴대폰을 빼앗고 눈앞에 두었습니다. 매일 30통씩 전화가 왔습니다. 특히 엄마가 계속 전화했습니다. 조직이 시키는 대로 "나 여행 중이라 전화 못 받아"라는 문자를 보냈는데도 엄마는 계속 전화했습니다. 이게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풀어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더 노골적입니다. 납치한 뒤에 '통장 개설에 협조해라. 안 하면 시아누크빌로 데려간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시아누크빌이 공포의 이름이 된 겁니다. 계좌 개설에 협조했더니 집으로 보내줬다고 합니다. 그 피해자는 지금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