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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열하면 져 없었다. 혜주의 울고 사람은대구=이종수 기자
“김밥은 믿음직스러워요. 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예상 밖의 식감이나 맛에 놀랄 일이 없습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년, 유인식 감독)의 주인공 우영우 변호사(박은빈 분)는 하루 세끼 김밥을 먹는다. 얇게 썬 달걀지단·당근·우엉·시금치가 들어간 김밥은 늘 같은 모양에 예상할 수 있는 맛을 지닌다. 우영우는 재료 하나하나가 다 보이는 단면을 요리조리 살핀 뒤에야 김밥을 입으로 가져간다.
드라마 ‘이상한 백경게임랜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우영우가 항상 김밥을 찾는 이유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어서다. 자폐 증상이 있는 사람은 변화를 낯설어하고 항상 같은 방식을 고집한다. 낯설고 예측할 수 없는 변호사 생활 속에서 매끼 먹는 김밥만이 그에게 안정감을 준다.
릴게임바다이야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우영우가 매일 먹는 김밥을 싸는 건 아버지 우광호다. 우광호는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아픈 딸을 잘 키워보겠다며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김밥집을 연다. 매일 새벽 일어나 재료를 준비하고, 김밥을 말고 사아다쿨 , 같은 개수로 썬다. 이 모든 과정은 수고스럽지만 딸을 향한 깊은 애정이 있기에 하루하루 가게 문을 연다.
드라마 속 아버지의 김밥처럼, 가족의 사랑이 담긴 김밥은 특별하다. 지난해 10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김천김밥축제’에서도 이런 김밥을 만날 수 있었다. ‘김밥천국 김천’이라는 구호를 내세운 김천김밥축제는 이틀간 방문객 15만명을 검증완료릴게임 모으며 대한민국 대표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축제 사전행사로 8월 개최한 ‘김천 김밥쿡킹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건 딸 김예지씨(28·대구)와 어머니 박진희씨 팀이었다.
호두마요제육김밥을 개발해 김천 김밥쿡킹대회에서 우승한 김예지씨. 대구=이종수 기자
바다이야기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김밥이거든요. 그 덕에 저도 김밥을 많이 먹으면서 자연스레 좋아하게 됐어요. 김밥 동호회에 가입해서 전국 김밥 맛집 탐방을 다니기도 했는데, 2024년에 김천김밥축제가 열린다길래 한달음에 달려갔답니다.”
김씨는 축제 현장에서 김밥 만들기 경연도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인 직업을 살려 다음해엔 꼭 참여해보리라 다짐했다. 이듬해 대회 공고를 보자마자 김씨는 김밥 재료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다녀간 주꾸미 삼겹살 식당에서의 경험을 떠올린다.
“상추와 깻잎 위에 매콤한 주꾸미 삼겹살을 올리고 마요네즈와 무절임까지 곁들이니 정말 맛있더라고요. 주꾸미 삼겹살의 매운맛은 중화해주면서 고소함은 더하는 마요네즈를 김밥에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경연에선 음식 맛은 물론이거니와 지역 농특산물 활용도 중요 심사 기준이었다. 김씨는 김천에 사는 외할머니가 좋아하는 김천 호두를 떠올렸다. 호두를 다져 마요네즈에 넣고 소스를 만드니 그 고소함이 배가됐다. 할머니와 함께 거닐던 명소 연화지에서의 추억을 되살려 연잎 물로 밥을 짓고, 김천의 또 다른 명물 ‘지례흑돼지(지례면에서 생산한 토종돼지)’ 앞다리살로 제육볶음을 요리했다. 무절임은 김천포도식초로 새콤달콤한 맛을 냈다. 그렇게 엄선한 재료가 조화를 이룬 ‘호두마요제육김밥’이 탄생했다.
호두마요제육김밥 요리법 >>>
(1) 김천포도식초에 절인 무채는 새콤달콤한 맛과 아삭한 식감으로 김밥 전체의 밸런스를 잡아준다. 당근은 채 썰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무르지 않게 가볍게 볶는다. 대구=이종수 기자
(2) 지례흑돼지 앞다릿살은 매콤하게 양념해 하루 정도 숙성한다. 숙성된 제육은 달궈진 팬에 볶은 뒤 토치로 불맛을 더한다. (3) 마요네즈 소스에 김천산 호두를 넣어 고소함을 극대화한다. (4) 김 위에 밥, 볶은 당근, 무절임, 상추, 깻잎, 제육볶음, 호두마요소스를 올린다. (5) 김밥이 터지지 않게 꽉 말아 한입 크기로 썬다. 대구=이종수 기자
완성한 요리법으로 연습을 거듭했지만 김밥을 썰 때면 옆구리가 자꾸 터졌다. 결국 그는 가내 최고의 김밥 전문가인 어머니에게 SOS를 요청했다. 모녀는 하루 종일 김밥을 싸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요리법과 사진으로 평가받는 예선에서 15위 안에 들어 본심에 진출했다. 본심장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조리대에 있는 가스레인지가 고장 난 거예요. 당황했지만 주최 측이 버너를 구해왔어요. 다른 팀을 보니 김밥집을 운영하는 분들이 많아서 재료를 채 써는 솜씨, 김밥을 말고 써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더라고요. 저희는 모양이 흐트러질까봐 조심조심 썰었거든요. 재료도 필요한 것의 몇배는 더 가져오고요.”
전문가와 시민평가단으로 구성한 40명의 심사위원은 본선에 진출한 김밥을 일일이 맛보며 평가표를 작성했다. 은상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자 심장은 점점 빨리 뛰었다. 금상일까, 빈손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금상 수상작으로 호두마요제육김밥을 호명하자 모녀는 환호성을 질렀다. 상금 200만원과 편의점 제품으로 출시할 기회를 얻었다.
“국내산 농산물을 많이 쓰고, 요리법이 편의점 공장 생산설비에 적용하기 쉽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엄마·외할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김밥이어서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025년 3월 “김밥의 세계화는 매우 인상적이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 기폭제가 됐다”는 로버트 구 빙엄턴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드라마 속 김밥이 인기를 끈 이유는 먹음직스러운 모습에만 있진 않을 것이다. 딸을 위해 매일 김밥을 싸는 아버지의 사랑이 외국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 아닐까.
“김밥은 믿음직스러워요. 재료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예상 밖의 식감이나 맛에 놀랄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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