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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관웅 특파원】 역시 반전은 없었다. 외교부 차관과 국가수사본부장, 여당 국회의원까지 포함된 범정부 차원의 합동대응팀이 지난 15일 저녁 캄보디아로 입국했지만 제대로 된 외교적 성과 하나 없이 보여주기식 활동만 하고 돌아갔다. 출발에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확실하게 대응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다. 국민들은 합동대응팀이 현지 당국과 함께 범죄조직을 직접 소탕하는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감금이 일어나고 있는 급박한 현장을 찾아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라도 보여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 합동대응팀은 범죄조직이 모두 떠 토목공사원가계산 난 텅 빈 현장 한 곳 찾은 게 전부였다.

17일(현지시간) 정부 합동대응팀은 지난 사흘간의 캄보디아 활동을 마무리하며 1시간에 가까운 장황한 브리핑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캄보디아 당국과 공조체계를 강화하고, 앞으로 수사 공조도 하겠다"고 했다. 합동대응팀은 앞으로 양국이 공조해 범죄현장을 합동단속을 진행하겠 신청방법 다거나, 캄보디아 경찰청 내 코리안전담데스크를 설치하겠다는 작은 성과조차 없었다. 그러면서 구금돼 있는 한국인 범죄혐의자 64명을 이번에 데려온 것을 내세웠다.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신변을 보호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들은 어차피 캄보디아에 수감돼 있으며 곧 추방당할 범죄혐의자 신분이었다.
국민 안전이 무너진데 대해 분노한 mp3제공 국민과 신속하고 확실한 대응을 주문한 대통령과는 온도차가 커도 너무 컸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따라다닌 기자들은 물론이고 범정부대응단이 온다는 소식에 기대감을 가졌던 현지 교민들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다.
#1. "기념사진 찍으러 왔나"
지난 16일 오후 정부합동대응팀은 프놈펜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태자단지를 새로운주택담보대출 찾아 첫 일정으로 진행했다. 아파트 10개 동 규모로 조성된 엄청난 규모의 범죄단지다. 그러나 정부 합동대응팀이 찾은 이곳엔 정말 인기척 하나 없었다. 범죄단체는 이미 한참 전에 이곳을 떠났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엔 왜 왔을까.
김진아 외교부 2차관과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 등 합동대응팀은 한국인 등을 상대로 잔혹행위와 파렴치한 범죄가 일본어 학원 강사 자행됐던 시설을 둘러봤다. 이들은 "현재 캄보디아 내 구금되어 있는 우리 국민 범죄 연루자의 조속한 송환을 위한 캄보디아 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며 간단한 브리핑만 했다.
캄보디아 범죄조직들은 한국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에 얼마 전부터 짐을 싸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지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시아누크빌 등 시내 한복판에는 이들 범죄단지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더구나 얼마 전 숨진 대학생이 감금돼 있던 보코산 범죄단지는 아랑곳없이 여전히 살벌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현장을 함께 찾은 한 교민은 "여기 사진 찍으러 왔나. 이미 이곳은 다 도망가고 없는데 국민들한테 뭘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직접 와도 범죄단지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2. 취재진 보호도 못하는데, 일반국민 안전이 눈에나 들어올까
"현지 취재 지원 못해드립니다." "(위험한 곳이니) 오지 않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캄보디아 현장 취재를 하는 동안 정부합동대응팀의 '입' 역할을 하는 외교부의 취재 안내는 늘 이런 식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보낸 합동대응팀의 활약상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에 급파된 각 언론들은 취재에 앞서 안전 확보를 위해 가드를 구하는 게 더 급한 일이었다. 길거리에서 납치가 일어나는 워낙 위험한 곳인데도 정부 대응팀이 취재진의 안전에 대해 일체의 도움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각 언론사들은 부랴부랴 몇 군데 안되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차량과 가드 등을 섭외, 정부 일정에 개별적으로 합류해야 했다. 캄보디아는 워낙 여행업계 규모가 작고 믿을 만한 곳이 적어 몇몇 기자들은 취재가 아니라 안전 확보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게 우리 외교부와 재외공관의 수준이다. 국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날아온 취재기자들에게도 안전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니 그동안 현지를 방문한 일반 국민에게는 어떻게 대응했을지는 뻔한 일이다.
얼마 전 도마에 오른 캄보디아 대사관의 대응이 대표적이다. 캄보디아 대사관은 취업사기로 감금됐을 때 "본인 위치, 연락처, 건물 사진(명칭, 동·호수), 여권 사본, 현재 얼굴사진, 구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담긴 동영상을 준비해 현지 경찰에 신고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대사관은 불과 1년 전에도 납치된 40대 자영업자에 대한 대처가 논란이 됐었다. 피해자 말에 따르면 그는 중국인들에게 납치 감금됐다가 숨겨둔 휴대폰으로 대사관에 연락했지만 "구글 번역기를 써서 직접 경찰에 신고해라"고 안내하고, 일주일 만에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탈출한 후 대사관 앞에서 연락했지만 "업무시간이 되면 다시 오라"고 말해 신고자는 대사관이 문을 열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쓰레기 더미 속에 숨어 있다가 간신히 구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캄보디아 대사관만의 일도,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정도만 다를 뿐 거의 모든 재외공관에서 비슷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종종 뉴스로 황당한 내용이 전해지지만 재외공관에서 어느 누구도 징계를 받은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재외공관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오히려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 사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확고하다.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확실하게 대응하라"는 지시엔 강력함이 담겨 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처하고 결론을 내는지에 따라 국가의 품격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군사작전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국민 수백명이 납치·감금을 당하고 범죄에 동원되다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처럼 흉내만 내고 뭉갤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외교역량을 동원해 과거 2011년 한국군이 해외에서 직접 인질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 같은 대규모 군사작전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덴만 여명작전은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수행한 최초의 인질작전으로 소말리아 해적 일파에 피랍된 1만t급 화물선 삼호주얼리호의 인질 21명을 구출했다. 당시 청해부대 소속 해군특수전(UDT·SEAL) 팀이 동원돼 해적들을 강력하게 진압하면서 이후 소말리아 해적들은 한국 선박을 건드리지 못했다.
재외공관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재외공관의 임무 첫 번째는 '자국민 보호'다. 그러나 방문하는 주요 인사 '심기경호'만 하면서 오히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작태를 더는 두고 봐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도 재외공관에 대한 개혁 의지를 보였으니 어떻게 달라질지 국민들이 분명 지켜볼 일이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