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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유지.
사전 공모가 없었음에도 내란 실행을 위한 임무로 대법원에서 인정된 지시 내용이다.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979년 10월 26일 청와대 옆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보안유지를 당부받았다. 계엄령 선포 전까지 보안을 유지하라는 이 지시는 미수에 그쳤지만 대법원에서 내란 행위를 수행하기 위한 임무로 인정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지시 자체의 위법성이 드러나진 않지만 내란중요임무종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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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실장 사건은 내란중요임무종사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핵심적인 판례다. 12·3 불법계엄 가담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 중 '조치의 위법성 존부' 판단은 이런 대법원 판례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박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권리행무료황금성게임
사방해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가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앞서 김 전 실장의 내란 목적 살인, 내란중요임무종사 미수 혐의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 측은 당시 '김재규 전 부장과 상하관계도 아니고, 의사연락해 공모한 사실이 없주식배당금
음에도 보안유지 지시로 내란 수행 집단에 가입된 것처럼 보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보안유지 등이) 내란 행위 수행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이었던 만큼 그 자체로 가담의 중요한 사실판단 자료가 되고 임무 수행을 승낙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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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소집한 법무부 실·국바이오주
장 회의 전후 ①임세진 전 검찰과장에게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②배상업 전 출입국본부장에게 '출국금지팀 대기'를 ③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에게 '수용공간 확보'를 각각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관련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에선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을 말리는 모습 대신, 양복 안주머니에서 문건을 꺼내보고 메모한 정황이 담겼다.
박정호 부장판사의 기각 사유를 뜯어보면, 박 전 장관의 "비상계엄이 내란 행위라는 인식을 당시엔 하지 못했고, 이후 일련의 조치들은 통상 업무 범위 내에 있었기에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박 부장판사가 제시한 기각 사유대로라면 박 전 장관의 일련의 조치가 내란중요임무종사에 해당하기 위해선 '지시 자체에 위법성이 존재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지만 대법원 판례는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형법상 내란죄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로 규정돼 있다. 앞서 대법원은 "내란죄에 있어 '국헌문란의 목적'은 엄격한 증명 사항에 속하고 직접적임을 요하나,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않으며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고 봤다. 판례는 내란의 구성 요건 중 목적에 대한 위법성 입증은 필요하나, 그 수단으로써 실행 행위 자체가 위법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쟁점으로 삼지 않았다.
이를 박 전 장관 사건에 접목하면 합수부 검사 파견 검토, 출국금지팀 대기, 수용공간 확보 지시는 그 자체로 위법성이 드러나지 않아도 내란을 위해 필요한 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다만, 계엄 위법성 인식에 대한 입증은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이 풀어야 할 과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시 자체의 위법성을 전제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를 고려하더라도, 박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관련 위법성을 인식했는지 입증하는 게 특검 입장에선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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