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떠난 해외여행, 시알리스로 완성된 특별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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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수여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6-01-23 05:27조회1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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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떠난 해외여행, 시알리스로 완성된 특별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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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no1reelsite.com
진우 스님의 ‘두려워하지 않는 힘’을 만났고, 맏상좌인 덕유 스님을 통해 산사의 생각법을 들었다. 용흥사의 명산물은 명물이다. 회승당의 차 한잔에서 ‘산중문답’이 구상되었다. 사람들은 무슨 답을 들었을까. 여시아문(如是我聞: 나는 ‘이러히’ 들었다), 사고(思考)가 크면, 에어백이 팽창해 근심을 밀어낸다.
지난해 11월29일 전남 담양 용흥사의 ‘산중문답’ 행사. 1644년에 제작된 용흥사 동종의 보살상을 화폭에 옮겨 그렸다. 종이를 걷어내자 좌중의 합장과 함성이 가득했다. 왼 황금성사이트 쪽은 덕유 스님(용흥사 주지)이고, 오른쪽은 보살상을 그린 이채원(불화장 전승교육사)이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덩덩!” 장구를 울려놓고 관객들에게 묻는다. 장구와 장고, 둘 중 어느 게 표준말인가? 누구라도, 한순간 망설인다. 사실은 둘 다 표준말인데, 반수 넘게는 장구를 사투리로 생각한다. “ 황금성게임랜드 한쪽은 노루 가죽, 한쪽은 개 가죽을 쓰기에, ‘노루 장’(獐)자와 ‘개 구’(拘)자를 써 장구입니다.” 옛 분들의 말에 “아!” 하니 공감이 일면, 얼토당토않은 말을 암시랑토(아무렇지도) 않게 잇는다. “장구 때문에, 모래시계가 발명되었습니다!”
고연세의 ‘승무’는 산처럼 모바일야마토 정중한 병법 같은 무법이다. 사방을 구분해 장삼 자락을 뿌리고, 팔괘로 세분해 무대를 밟아 나갔다. 재일 한국인 3세로 태어나 일본의 대학에서 연극·무용을 전공하고, 남원의 명무 조갑녀의 춤을 정명희로부터 사사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사실인즉, 장구는 시간을 품고 있다. 그 시간을 꺼내 채로 릴짱릴게임 썰면 박이고, 그 박 위에 서면 춤이다. 무대에 용이 그려진 법고가 세워지고, 고연세가 ‘승무’로 나섰다. 불화를 앞두고 터를 닦는 의미이기에, 남원의 조갑녀 명무가 전한 옛 법도의 춤을 택했다. 고연세는 바닥에 먹줄을 튕겨 놓은 것처럼, 사방을 구분해 장삼 자락을 뿌리고, 팔괘로 세분해 밟아 나갔다.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고, 산처럼 정중하라’는 병법 같 게임릴사이트 았다. 장삼 자락이 장쾌히 휘날렸고, 발 디딤마다 장단이 ‘바스락’ 밟혔다. 법고에 다가가니, 진을 쳤으니 포를 쏘는 모양이다. 옹골찬 소리가 쏙쏙 빠져나오니 박수가 진동한다. 용구산, 용흥사, 용구루, 법고의 용까지, 용이 천지다. 날벼락 치는 북소리가 용들을 깨워 불사소(佛事所)를 호위케 한다.
불사소는 불화를 그릴 때 사찰에서 따로 마련한 공간이다. 입구에 잡인을 막는 금란방(禁亂榜)을 써 붙여 엄숙과 청정을 요구한다. 그리고 진언을 외우는 송주법사(誦呪法師)가 있어 불화를 그리는 불화장이 붓을 놓을 때까지 염불한다. 용흥사 동종의 보살상을 40분 안에 옮겨야 한다. 번갯불에 콩을 굽는 일이지만, 그 콩에 불맛도 배어야 한다. 소싯적 윤승운의 ‘요철발명왕’ 애독자라, 들쭉날쭉한 한자 ‘요철’(凹凸)을 알았다. 용구루에 요(凹)처럼 방석과 의자를 둘러 객석을 만들고, 철(凸)을 T자로 뒤집어 무대로 삼았다. 관객이 앞과 좌우를 호위하고, 뒤에 송주법사를 대신해 극단 연희단팔산대가 연주하니, 사방을 에워싼 신성불가침의 불사소다.
연출 안은 ‘불화의 초(草)처럼’이다. 몇년 전, 국가무형유산 불화장 보유자 임석환의 ‘초’라는 불화 그림본을 보았다. 이 초를 옆에 두고, 본떠 그리기를 수천번 했다고 한다. 두 그림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눈썹과 수염 한올까지 완벽히 포개질 때까지 그린다. 열장, 스무장을 포개도 선이 번지지 않을 때까지 그린다. 불화는 부처님 한분만 그리는 게 아니다. 그분 말로 불화를 “부처님 가족사진”이라 하니, 수많은 인물의 초를 각각 수천번 그려야 한다. 이 무한 붓질의 내공으로, 동종의 보살을 옮기자는 것이었다.
지난해 11월29일 ‘산중문답’, 용흥사 동종의 보살상을 옮겨 그리는 불화 장인 ‘불화장 이채원’. 임석환의 수제자로 불화장 전승교육사다. 불화장에게 붓은 몸이 사유에 잠기는 방식이다. 관객과 함께 ‘관불삼매’(觀佛三昧: 불화를 보며 수행하는 참선)에 들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불화장 이채원이 화폭 위로 오른다. 불화는 바닥에 펼쳐진 큰 화폭 위에 올라앉아 그린다. 부처의 몸 위에 오르는 일, 그래서 예전에 여성은 붓을 들 수 없었다. 심지어 불사소에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몇십년 전만 해도 엄한 금기였다. 그러나 이제, 유리천장이 깨졌다. 이채원은 임석환을 사사하여 불화장 전승교육사가 되었다. 금기의 시간 위로 그가 걸어 나온 것이다. 가부좌로 엎드리니, 마치 ‘승무’를 이어 출 태세이다.
‘옷을 꿰매는 데 굳이 긴 창이 필요 없다.’ 기시감처럼 나를 꿰어버리던 문장이 스쳐 갔다. 진우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의 책 ‘두려워하지 않는 힘’에 나온다. 전남 담양 용흥사를 중창하면서 메모한 글이라 했다. 나는 중창된 용흥사에서 창을 운(韻)으로, ‘창으로 방아를 찧으라’ 한 거다. 불화장은 형형색색을 다 내려놓고 오로지 먹으로 보살을 그려야 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 색이 공이고, 공이 색이다), 색이 비어 있지만, 비어도 오색찬란해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이 말한 ‘바늘로 우물 파기’다.
붓에서 흘러나온 선에도 들숨 날숨이 있다. 숨죽인 붓끝으로 보살의 얼굴선을 희미하게 그린다. 그리고 발끝까지 드리운 가사를 붓을 눌러 격하게 내리긋는다. 단호한 결단, 선의 바깥은 공일 뿐이다. 안쪽의 몸도 그저 텅 빈 공이다. 묵묵히 번지는 선의 먹빛에 시간이 말려 들어간다. 시간이 빠져나간 그 공백에, 관객의 시간이 삼투압처럼 밀려간다. 불화장은 색을 벗고, 관객은 생각을 벗는다. 관불삼매(觀佛三昧 : 불화를 보며 수행하는 참선)에 빠져들었다.
용구루의 객석에 인물 병풍이 수려하다. 이지형(가운데 한복)은 굿판과 춤판, 오페라와 발레까지 찾는 마니아다. 사설지름시조 ‘태백산하’를 법도에 맞는 당찬 소리로 불렀다. 부장판사에서 퇴직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연희단팔산대를 뒤이어 이지형과 우지민이 송주법사로 나섰다. 이지형은 오페라와 발레, 굿판과 춤판까지 찾는 마니아다. 초장을 높이 지르는 사설지름시조 ‘태백산하'를 불렀다. 법을 잘 알아 법도에 맞게 가파른 태백산을 넘었다. 부장판사를 퇴직하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으니 ‘송주판사’다. 경기소리꾼 우지민은 전남 담양에 내려와 ‘선궁전통예술단’을 꾸리며 전국을 오간다. ‘밀양아리랑’, ‘군밤타령’ 등을 부르며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적벽가를 부른 동생 우정문까지 가세해, 관객과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니, 모두가 송주법사가 되었다.
경기소리꾼 우지민은 전남 담양에 내려와 ‘선궁전통예술단’을 꾸리며 전국을 오간다. ‘밀양아리랑’, ‘군밤타령’ 등을 부르며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적벽가를 부른 동생 우정문까지 가세해, 관객과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니, 모두가 송주법사가 되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이채원은 보살의 얼굴을 다듬는 개안을 하였다. 진한 선이 지나니 이목구비가 선명하고, 동공을 찍으니 그림이 눈을 떴다. 보살상은 그려진 게 아니라, 절제된 여백 속에 떠올라 있었다. 나와 덕유 스님(용흥사 주지)은 관객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불렀다. 이 시간의 증인들을 보살상의 화기(畵記)에 기록하였다. 보살상을 걸어 올리니 합장과 환호가 터졌다.
사회자란 출연자의 인기에 끼어들어 사는 세입자다. 그래도 판이 뜨면 등에 오만한 뼈가 돋아난다. 마지막 김운태의 ‘채상소고춤’ 앞에 한마디를 끼워 넣는다. 허튼소리도 대구(對句)가 필요해서다. 상모는 목이 아니라 무릎의 굴신으로 돌린다, 무릎의 피스톤 운동을 정수리가 회전 운동으로 바꾼다, 그리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상모 때문에, 증기 기관이 발명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29일 ‘산중문답’ 보살상을 걸어 올리니 합장과 환호가 터졌다. 우리 시대 유랑의 춤꾼 김운태가 판을 막기 위해 ‘채상소고춤’으로 나섰다. 서 있을 뿐인데, 흥이 흥건하다. 미동 끝에 질풍노도로 허공에 둥실 떠, 판을 막았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유랑의 춤꾼 김운태, 태어나 보니 공중에서 돌고 있었다. 여성농악단 단장의 아들로 전국을 돌았고, 춤꾼이 되어 세계를 돌았다. 일생을 도는 동안 세월도 돌았다. 이제는 춤을 추려면 눈썹도 무겁다. 그러나 춤은 익을 대로 익었다. 그저 서 있을 뿐인데, 흥이 흥건하다. 상모가 돌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돌 때, 춤이 뚝뚝 떨어진다. 비로소 장단이 빨라지면, ‘솟음벅구’가 나온다. 솟구치며 벅구(소고)를 치는 것인데, 이때 상모는 한 박에 좌우로 두번 돌리는 ‘양상’을 친다. 빛의 속도에 격한 함성이 터진다. 너도나도 무대에 나와 돈을 놓는다. 그 짧은 짬에 호흡을 정돈하고, 석쇠에 자반고등어를 뒤집듯, ‘자반뒤집기’를 돌며 허공에 둥실 뜬다.
‘산중문답’(山中聞答), 이백의 ‘산중문답’에서 물을 문(問)을 들을 문(聞)으로 바꾼 제목이다. 사람들은 행사를 마치고, 공양소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덕유 스님은 ‘사람 읽어주는 스님’이다. 누구라도 단숨에 두마디로 말해 준다. 웅성거리는 손님들 사이로 허리가 굽은 노스님이 걸어간다. 덕유 스님이 목소리를 바꾸어 혜권 스님이신데, “걸어 다니는 계율”이라 했다. 구순 노스님의 방을 닦아드리려 하면, “평생 해줄 것 아니면 하지 말라”며 스스로 닦는다 했다. 순간, 반나절 잔치는 끝이 났고, 용흥사는 어둠처럼 엄중한 수행처로 돌아갔다.
끽다거(喫茶去: 차 한잔 마시고 가라)하는 ‘따거’(大兄)같은 덕유 스님(용흥사 주지). ‘사람 읽어주는 스님’인데, 세탁기의 사용법도 법문처럼 매달렸다. 사찰에 머무는 모든 이의 ‘뽀송뽀송’을 실천하다 ‘통돌이 도사’가 되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용구루 옆 회승당에 올라가니, 차 맛이 깊다. 덕유 스님이 비결은 물이라 했다. 원래는 계곡 물을 마셨는데, 중창주 진우 스님이 꿈에 예시를 받아 암반수를 찾았다 한다. 어느 식당에 붙은 ‘산은 산이요, 물은 셀프다’가 생각났다. 영화 ‘나랏말싸미’의 조철현 감독이 보고 전해 준 말이다. 피식 웃다가도, 생각하면 웃을 일이 아니다. 굴정지인(掘井之人: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라)이라 했다. 진우 스님의 ‘두려워하지 않는 힘’을 만났고, 맏상좌인 덕유 스님을 통해 산사의 생각법을 들었다. 용흥사의 명산물은 명물이다. 회승당의 차 한잔에서 ‘산중문답’이 구상되었다. 사람들은 무슨 답을 들었을까. 여시아문(如是我聞: 나는 ‘이러히’ 들었다), 사고(思考)가 크면, 에어백이 팽창해 근심을 밀어낸다.
예부터 ‘이난’(二難)이라 하여, 어진 주인과 훌륭한 손님을 만나기 어렵다 했다. 2025년 11월29일 용흥사에서 둘을 갖추었기에, 불화의 화기에 주인과 140여명의 손님을 기록했다. 아울러 그간에 없던 일이라, 천년 고찰에서 벌인 ‘산중문답’의 시말기(始末記)를 써 둔다.
진옥섭
지난해 11월29일 전남 담양 용흥사의 ‘산중문답’ 행사. 1644년에 제작된 용흥사 동종의 보살상을 화폭에 옮겨 그렸다. 종이를 걷어내자 좌중의 합장과 함성이 가득했다. 왼 황금성사이트 쪽은 덕유 스님(용흥사 주지)이고, 오른쪽은 보살상을 그린 이채원(불화장 전승교육사)이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덩덩!” 장구를 울려놓고 관객들에게 묻는다. 장구와 장고, 둘 중 어느 게 표준말인가? 누구라도, 한순간 망설인다. 사실은 둘 다 표준말인데, 반수 넘게는 장구를 사투리로 생각한다. “ 황금성게임랜드 한쪽은 노루 가죽, 한쪽은 개 가죽을 쓰기에, ‘노루 장’(獐)자와 ‘개 구’(拘)자를 써 장구입니다.” 옛 분들의 말에 “아!” 하니 공감이 일면, 얼토당토않은 말을 암시랑토(아무렇지도) 않게 잇는다. “장구 때문에, 모래시계가 발명되었습니다!”
고연세의 ‘승무’는 산처럼 모바일야마토 정중한 병법 같은 무법이다. 사방을 구분해 장삼 자락을 뿌리고, 팔괘로 세분해 무대를 밟아 나갔다. 재일 한국인 3세로 태어나 일본의 대학에서 연극·무용을 전공하고, 남원의 명무 조갑녀의 춤을 정명희로부터 사사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사실인즉, 장구는 시간을 품고 있다. 그 시간을 꺼내 채로 릴짱릴게임 썰면 박이고, 그 박 위에 서면 춤이다. 무대에 용이 그려진 법고가 세워지고, 고연세가 ‘승무’로 나섰다. 불화를 앞두고 터를 닦는 의미이기에, 남원의 조갑녀 명무가 전한 옛 법도의 춤을 택했다. 고연세는 바닥에 먹줄을 튕겨 놓은 것처럼, 사방을 구분해 장삼 자락을 뿌리고, 팔괘로 세분해 밟아 나갔다.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고, 산처럼 정중하라’는 병법 같 게임릴사이트 았다. 장삼 자락이 장쾌히 휘날렸고, 발 디딤마다 장단이 ‘바스락’ 밟혔다. 법고에 다가가니, 진을 쳤으니 포를 쏘는 모양이다. 옹골찬 소리가 쏙쏙 빠져나오니 박수가 진동한다. 용구산, 용흥사, 용구루, 법고의 용까지, 용이 천지다. 날벼락 치는 북소리가 용들을 깨워 불사소(佛事所)를 호위케 한다.
불사소는 불화를 그릴 때 사찰에서 따로 마련한 공간이다. 입구에 잡인을 막는 금란방(禁亂榜)을 써 붙여 엄숙과 청정을 요구한다. 그리고 진언을 외우는 송주법사(誦呪法師)가 있어 불화를 그리는 불화장이 붓을 놓을 때까지 염불한다. 용흥사 동종의 보살상을 40분 안에 옮겨야 한다. 번갯불에 콩을 굽는 일이지만, 그 콩에 불맛도 배어야 한다. 소싯적 윤승운의 ‘요철발명왕’ 애독자라, 들쭉날쭉한 한자 ‘요철’(凹凸)을 알았다. 용구루에 요(凹)처럼 방석과 의자를 둘러 객석을 만들고, 철(凸)을 T자로 뒤집어 무대로 삼았다. 관객이 앞과 좌우를 호위하고, 뒤에 송주법사를 대신해 극단 연희단팔산대가 연주하니, 사방을 에워싼 신성불가침의 불사소다.
연출 안은 ‘불화의 초(草)처럼’이다. 몇년 전, 국가무형유산 불화장 보유자 임석환의 ‘초’라는 불화 그림본을 보았다. 이 초를 옆에 두고, 본떠 그리기를 수천번 했다고 한다. 두 그림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눈썹과 수염 한올까지 완벽히 포개질 때까지 그린다. 열장, 스무장을 포개도 선이 번지지 않을 때까지 그린다. 불화는 부처님 한분만 그리는 게 아니다. 그분 말로 불화를 “부처님 가족사진”이라 하니, 수많은 인물의 초를 각각 수천번 그려야 한다. 이 무한 붓질의 내공으로, 동종의 보살을 옮기자는 것이었다.
지난해 11월29일 ‘산중문답’, 용흥사 동종의 보살상을 옮겨 그리는 불화 장인 ‘불화장 이채원’. 임석환의 수제자로 불화장 전승교육사다. 불화장에게 붓은 몸이 사유에 잠기는 방식이다. 관객과 함께 ‘관불삼매’(觀佛三昧: 불화를 보며 수행하는 참선)에 들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불화장 이채원이 화폭 위로 오른다. 불화는 바닥에 펼쳐진 큰 화폭 위에 올라앉아 그린다. 부처의 몸 위에 오르는 일, 그래서 예전에 여성은 붓을 들 수 없었다. 심지어 불사소에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몇십년 전만 해도 엄한 금기였다. 그러나 이제, 유리천장이 깨졌다. 이채원은 임석환을 사사하여 불화장 전승교육사가 되었다. 금기의 시간 위로 그가 걸어 나온 것이다. 가부좌로 엎드리니, 마치 ‘승무’를 이어 출 태세이다.
‘옷을 꿰매는 데 굳이 긴 창이 필요 없다.’ 기시감처럼 나를 꿰어버리던 문장이 스쳐 갔다. 진우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의 책 ‘두려워하지 않는 힘’에 나온다. 전남 담양 용흥사를 중창하면서 메모한 글이라 했다. 나는 중창된 용흥사에서 창을 운(韻)으로, ‘창으로 방아를 찧으라’ 한 거다. 불화장은 형형색색을 다 내려놓고 오로지 먹으로 보살을 그려야 한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 색이 공이고, 공이 색이다), 색이 비어 있지만, 비어도 오색찬란해야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이 말한 ‘바늘로 우물 파기’다.
붓에서 흘러나온 선에도 들숨 날숨이 있다. 숨죽인 붓끝으로 보살의 얼굴선을 희미하게 그린다. 그리고 발끝까지 드리운 가사를 붓을 눌러 격하게 내리긋는다. 단호한 결단, 선의 바깥은 공일 뿐이다. 안쪽의 몸도 그저 텅 빈 공이다. 묵묵히 번지는 선의 먹빛에 시간이 말려 들어간다. 시간이 빠져나간 그 공백에, 관객의 시간이 삼투압처럼 밀려간다. 불화장은 색을 벗고, 관객은 생각을 벗는다. 관불삼매(觀佛三昧 : 불화를 보며 수행하는 참선)에 빠져들었다.
용구루의 객석에 인물 병풍이 수려하다. 이지형(가운데 한복)은 굿판과 춤판, 오페라와 발레까지 찾는 마니아다. 사설지름시조 ‘태백산하’를 법도에 맞는 당찬 소리로 불렀다. 부장판사에서 퇴직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연희단팔산대를 뒤이어 이지형과 우지민이 송주법사로 나섰다. 이지형은 오페라와 발레, 굿판과 춤판까지 찾는 마니아다. 초장을 높이 지르는 사설지름시조 ‘태백산하'를 불렀다. 법을 잘 알아 법도에 맞게 가파른 태백산을 넘었다. 부장판사를 퇴직하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으니 ‘송주판사’다. 경기소리꾼 우지민은 전남 담양에 내려와 ‘선궁전통예술단’을 꾸리며 전국을 오간다. ‘밀양아리랑’, ‘군밤타령’ 등을 부르며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적벽가를 부른 동생 우정문까지 가세해, 관객과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니, 모두가 송주법사가 되었다.
경기소리꾼 우지민은 전남 담양에 내려와 ‘선궁전통예술단’을 꾸리며 전국을 오간다. ‘밀양아리랑’, ‘군밤타령’ 등을 부르며 관객을 쥐락펴락했다. 적벽가를 부른 동생 우정문까지 가세해, 관객과 함께 ‘진도아리랑’을 부르니, 모두가 송주법사가 되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이채원은 보살의 얼굴을 다듬는 개안을 하였다. 진한 선이 지나니 이목구비가 선명하고, 동공을 찍으니 그림이 눈을 떴다. 보살상은 그려진 게 아니라, 절제된 여백 속에 떠올라 있었다. 나와 덕유 스님(용흥사 주지)은 관객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불렀다. 이 시간의 증인들을 보살상의 화기(畵記)에 기록하였다. 보살상을 걸어 올리니 합장과 환호가 터졌다.
사회자란 출연자의 인기에 끼어들어 사는 세입자다. 그래도 판이 뜨면 등에 오만한 뼈가 돋아난다. 마지막 김운태의 ‘채상소고춤’ 앞에 한마디를 끼워 넣는다. 허튼소리도 대구(對句)가 필요해서다. 상모는 목이 아니라 무릎의 굴신으로 돌린다, 무릎의 피스톤 운동을 정수리가 회전 운동으로 바꾼다, 그리고 확신에 차서 말한다. “상모 때문에, 증기 기관이 발명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29일 ‘산중문답’ 보살상을 걸어 올리니 합장과 환호가 터졌다. 우리 시대 유랑의 춤꾼 김운태가 판을 막기 위해 ‘채상소고춤’으로 나섰다. 서 있을 뿐인데, 흥이 흥건하다. 미동 끝에 질풍노도로 허공에 둥실 떠, 판을 막았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유랑의 춤꾼 김운태, 태어나 보니 공중에서 돌고 있었다. 여성농악단 단장의 아들로 전국을 돌았고, 춤꾼이 되어 세계를 돌았다. 일생을 도는 동안 세월도 돌았다. 이제는 춤을 추려면 눈썹도 무겁다. 그러나 춤은 익을 대로 익었다. 그저 서 있을 뿐인데, 흥이 흥건하다. 상모가 돌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돌 때, 춤이 뚝뚝 떨어진다. 비로소 장단이 빨라지면, ‘솟음벅구’가 나온다. 솟구치며 벅구(소고)를 치는 것인데, 이때 상모는 한 박에 좌우로 두번 돌리는 ‘양상’을 친다. 빛의 속도에 격한 함성이 터진다. 너도나도 무대에 나와 돈을 놓는다. 그 짧은 짬에 호흡을 정돈하고, 석쇠에 자반고등어를 뒤집듯, ‘자반뒤집기’를 돌며 허공에 둥실 뜬다.
‘산중문답’(山中聞答), 이백의 ‘산중문답’에서 물을 문(問)을 들을 문(聞)으로 바꾼 제목이다. 사람들은 행사를 마치고, 공양소에서 저녁을 함께했다. 덕유 스님은 ‘사람 읽어주는 스님’이다. 누구라도 단숨에 두마디로 말해 준다. 웅성거리는 손님들 사이로 허리가 굽은 노스님이 걸어간다. 덕유 스님이 목소리를 바꾸어 혜권 스님이신데, “걸어 다니는 계율”이라 했다. 구순 노스님의 방을 닦아드리려 하면, “평생 해줄 것 아니면 하지 말라”며 스스로 닦는다 했다. 순간, 반나절 잔치는 끝이 났고, 용흥사는 어둠처럼 엄중한 수행처로 돌아갔다.
끽다거(喫茶去: 차 한잔 마시고 가라)하는 ‘따거’(大兄)같은 덕유 스님(용흥사 주지). ‘사람 읽어주는 스님’인데, 세탁기의 사용법도 법문처럼 매달렸다. 사찰에 머무는 모든 이의 ‘뽀송뽀송’을 실천하다 ‘통돌이 도사’가 되었다. 담양군문화재단 제공
용구루 옆 회승당에 올라가니, 차 맛이 깊다. 덕유 스님이 비결은 물이라 했다. 원래는 계곡 물을 마셨는데, 중창주 진우 스님이 꿈에 예시를 받아 암반수를 찾았다 한다. 어느 식당에 붙은 ‘산은 산이요, 물은 셀프다’가 생각났다. 영화 ‘나랏말싸미’의 조철현 감독이 보고 전해 준 말이다. 피식 웃다가도, 생각하면 웃을 일이 아니다. 굴정지인(掘井之人: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라)이라 했다. 진우 스님의 ‘두려워하지 않는 힘’을 만났고, 맏상좌인 덕유 스님을 통해 산사의 생각법을 들었다. 용흥사의 명산물은 명물이다. 회승당의 차 한잔에서 ‘산중문답’이 구상되었다. 사람들은 무슨 답을 들었을까. 여시아문(如是我聞: 나는 ‘이러히’ 들었다), 사고(思考)가 크면, 에어백이 팽창해 근심을 밀어낸다.
예부터 ‘이난’(二難)이라 하여, 어진 주인과 훌륭한 손님을 만나기 어렵다 했다. 2025년 11월29일 용흥사에서 둘을 갖추었기에, 불화의 화기에 주인과 140여명의 손님을 기록했다. 아울러 그간에 없던 일이라, 천년 고찰에서 벌인 ‘산중문답’의 시말기(始末記)를 써 둔다.
진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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