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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불디아스포라교육아카데미(TDLA)’ 스태프로 참여한 김안나(오른쪽 두 번째)씨 등 고려인 청소년들이 지난 23일 경기도 김포 생명나무교회에서 강의에 앞서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꿈이 뭐였냐고요? 언어 장벽 앞에서 하루하루가 생존이었습니다.”
2015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에 온 김안나(19)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낯선 언어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 오랫동안 꿈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는 한국에 사는 고려인 청소년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중도입국한 고려인 청소년들은 언어 장벽에 가로막혀 학교 교육에서 검증완료릴게임 소외되고, 고려인도 한국인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깊은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디아스포라 청소년들에게 한국교회가 손을 내밀며 새로운 희망을 열어 가고 있다.
고려인 목사가 세운 디아스포라 청소년
무료릴게임김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한국에 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모범생이었지만 한국에서는 달랐다. 학교는 그저 있어야 하는 곳일 뿐이었다.
“수업 내용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말할 때 실수할까 봐 주저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러시아어를 쓰는 고려인 친구 몇 명하고만 어울렸고 중학교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 릴게임야마토 복됐죠.”
2022년 카자흐스탄에서 온 동갑내기 허티나(19)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중학교 3학년 2학기에 편입한 그는 “처음에는 반 친구들이 제게 다가왔는데 제가 말을 못하니 점점 고립됐다”고 회상했다.
법무부 2024년 12월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독립국가연합(CIS) 출신 외국국적동포는 8만2000여명이 손오공릴게임예시 며, 이 가운데 학령기 청소년은 1만6000명으로 추산된다. 1860년대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해 140여년간 뿌리내린 고려인들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여러 곳으로 흩어졌다. 이들의 후손은 90년대 이후 조국을 찾아 한국으로 역이주했지만 대부분 외국인 등록증(3년 단위 비자 연장)에 의존하며 불안정한 바다이야기하는법 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배드미트리 목사는 김씨와 허씨처럼 한국에 중도입국한 고려인 청소년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이들의 영적·심리적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다. 김씨는 3년 전 고려인 교회에서 참석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 목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인 선교사를 만나 복음을 받아들였다. 98년 한국에 온 그는 대전 침례신학대에서 학부를 졸업한 뒤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러시아 체첸에서 자비량 선교사로 활동했고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에서 고려인 교회를 개척했다. 평택 안성 안산 김포 등 4곳에 분립 개척을 하며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사역을 시작했다.
배 목사는 고려인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언어 소통 부족과 함께 부모와의 분리를 꼽았다. “중도입국한 아이들은 부모 손길이 한창 필요한 시기에 부모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갑자기 낯선 환경에 던져지니 문화적 충격을 받습니다.”
지난 21일 경기도 안산 러시안교회에서 열린 TDLA 집단 상담 장면. 기독교선교횃불재단 제공
그의 고민은 3년 전 기독교선교횃불재단(원장 유승현)을 만나며 구체적인 희망으로 바뀌었다. 재단은 2022년 세계선교대회를 기점으로 ‘디아스포라 2기 사역’을 선포했다. 한국에 사는 고려인 디아스포라 청소년의 실질적 필요를 채우는 ‘횃불디아스포라교육아카데미(TDLA)’를 시작했다. 이 사역은 고려인 교회와 협력해 진행되며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TTGU) 재학생과 졸업생이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TDLA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모습. 기독교선교횃불재단 제공
재단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인천을 비롯해 경기도 안산, 김포의 고려인 교회에서 ‘2026 TDLA’를 열었고, 고려인 청소년 70여명이 참석했다. TTGU 교수진과 학생들이 강사로 동참해 상담 진로 인공지능(AI) 등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너는 하나님의 자녀” 예배와 진로 탐색
지난 23일 TDLA가 한창 진행되던 경기도 김포 생명나무교회(배드미트리 목사)를 찾았다. 10여명의 고려인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기타를 둘러멘 배 목사가 찬양을 인도하고 김씨가 찬양팀원으로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러시아어로 찬양을 부른 뒤 1시간가량 예배를 드렸다.
경기도 김포 생명나무교회에서 인공지능을 주제로 진행된 강의 모습.
이어진 인공지능(AI) 강의에서 강사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창의적인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시대”라며 “돈을 좇지 말고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면 재정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은 챗GPT로 그림을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수노(SUNO)로 노래를 만드는 실습에 참여했다. 두 번째 강의에서 청소년들은 ‘인생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한국에서 언어 소통의 어려움과 정체성 혼란으로 힘들어하던 고려인 청소년들은 TDLA를 통해 복음을 알게 됐으며 자존감도 회복했다. 배 목사는 김씨의 변화를 언급하며 “3년 전에는 자살까지 생각했던 친구였는데 이제는 신앙을 갖고 청소년 그룹 리더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최연소 참석자인 고려인 청소년이 소감을 발표하는 장면.
김씨는 무엇보다 한국인들과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했다. 그는 “강사들의 헌신을 보면서 마치 한국이 우리를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나중에 이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TDLA 프로그램을 통해 통역사의 꿈을 갖게 된 허씨는 김씨와 함께 TDLA 스태프로 봉사했다.
TDLA 기획에 참여해온 박형진 TTGU 선교학 교수는 “고려인 청소년들의 부모 대부분이 맞벌이하다 보니 방학 중에는 자녀들이 사실상 방치된다”며 “고려인은 중앙아시아의 타민족 중에 고학력·전문직으로 인정받지만 한국에서는 2등·3등 시민 취급을 받으며 상처를 입는다. 한국교회 역시 이들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회자원 연계로 일군 60% 진학률
수도권에서는 교회 간 협력 모델이 빛을 발하고 있다면, 광주에서는 마을 공동체 중심의 장기적 돌봄 시스템이 성과를 내고 있다.
광주 광산구 고려인 마을에는 7000여명의 고려인이 거주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려인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한 곳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려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했고 2004년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CIS 지역 고려인의 합법적 장기체류가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인 이주가 증가했다. 이곳에서 고려인 청소년들은 각종 교육 기관과 은퇴 교사,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겨울방학인 최근 고려인 마을 청소년문화센터에는 매일 30여명의 청소년이 모여 한국어 영어 수학 등을 배우며 미래를 준비한다.
고려인 마을의 특징은 다른 지역에서 흔히 겪는 정체성 혼란이나 언어 소통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는 점이다. 고려인들이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아 대학 진학률이 60%에 달한다. 고려인 마을은 20여년간 새날학교를 운영하며 중도입국 청소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학업 중단을 막고 진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국적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새날학교 교장이자 고려인 마을 교육을 주도해온 이천영 광주고려인마을교회 목사는 “고려인들은 외국인 등록증으로 3년에 한 번씩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고려인 사역에 관심 있는 한국교회들이 서로 연결되고 더 긴밀하게 협력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포=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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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였냐고요? 언어 장벽 앞에서 하루하루가 생존이었습니다.”
2015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에 온 김안나(19)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낯선 언어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 오랫동안 꿈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이야기는 한국에 사는 고려인 청소년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중도입국한 고려인 청소년들은 언어 장벽에 가로막혀 학교 교육에서 검증완료릴게임 소외되고, 고려인도 한국인도 아닌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깊은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디아스포라 청소년들에게 한국교회가 손을 내밀며 새로운 희망을 열어 가고 있다.
고려인 목사가 세운 디아스포라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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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목사는 고려인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언어 소통 부족과 함께 부모와의 분리를 꼽았다. “중도입국한 아이들은 부모 손길이 한창 필요한 시기에 부모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갑자기 낯선 환경에 던져지니 문화적 충격을 받습니다.”
지난 21일 경기도 안산 러시안교회에서 열린 TDLA 집단 상담 장면. 기독교선교횃불재단 제공
그의 고민은 3년 전 기독교선교횃불재단(원장 유승현)을 만나며 구체적인 희망으로 바뀌었다. 재단은 2022년 세계선교대회를 기점으로 ‘디아스포라 2기 사역’을 선포했다. 한국에 사는 고려인 디아스포라 청소년의 실질적 필요를 채우는 ‘횃불디아스포라교육아카데미(TDLA)’를 시작했다. 이 사역은 고려인 교회와 협력해 진행되며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TTGU) 재학생과 졸업생이 강사진으로 참여한다.
TDLA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모습. 기독교선교횃불재단 제공
재단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인천을 비롯해 경기도 안산, 김포의 고려인 교회에서 ‘2026 TDLA’를 열었고, 고려인 청소년 70여명이 참석했다. TTGU 교수진과 학생들이 강사로 동참해 상담 진로 인공지능(AI) 등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너는 하나님의 자녀” 예배와 진로 탐색
지난 23일 TDLA가 한창 진행되던 경기도 김포 생명나무교회(배드미트리 목사)를 찾았다. 10여명의 고려인 청소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기타를 둘러멘 배 목사가 찬양을 인도하고 김씨가 찬양팀원으로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러시아어로 찬양을 부른 뒤 1시간가량 예배를 드렸다.
경기도 김포 생명나무교회에서 인공지능을 주제로 진행된 강의 모습.
이어진 인공지능(AI) 강의에서 강사는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창의적인 사람이 지도자가 되는 시대”라며 “돈을 좇지 말고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면 재정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은 챗GPT로 그림을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수노(SUNO)로 노래를 만드는 실습에 참여했다. 두 번째 강의에서 청소년들은 ‘인생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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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무엇보다 한국인들과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했다. 그는 “강사들의 헌신을 보면서 마치 한국이 우리를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나중에 이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TDLA 프로그램을 통해 통역사의 꿈을 갖게 된 허씨는 김씨와 함께 TDLA 스태프로 봉사했다.
TDLA 기획에 참여해온 박형진 TTGU 선교학 교수는 “고려인 청소년들의 부모 대부분이 맞벌이하다 보니 방학 중에는 자녀들이 사실상 방치된다”며 “고려인은 중앙아시아의 타민족 중에 고학력·전문직으로 인정받지만 한국에서는 2등·3등 시민 취급을 받으며 상처를 입는다. 한국교회 역시 이들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사회자원 연계로 일군 60% 진학률
수도권에서는 교회 간 협력 모델이 빛을 발하고 있다면, 광주에서는 마을 공동체 중심의 장기적 돌봄 시스템이 성과를 내고 있다.
광주 광산구 고려인 마을에는 7000여명의 고려인이 거주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고려인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한 곳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려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했고 2004년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CIS 지역 고려인의 합법적 장기체류가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인 이주가 증가했다. 이곳에서 고려인 청소년들은 각종 교육 기관과 은퇴 교사,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겨울방학인 최근 고려인 마을 청소년문화센터에는 매일 30여명의 청소년이 모여 한국어 영어 수학 등을 배우며 미래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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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적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새날학교 교장이자 고려인 마을 교육을 주도해온 이천영 광주고려인마을교회 목사는 “고려인들은 외국인 등록증으로 3년에 한 번씩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고려인 사역에 관심 있는 한국교회들이 서로 연결되고 더 긴밀하게 협력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포=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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