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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정의는 무한하다. 불같이 뜨거운 것.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것. 그런 줄로만 알았지만 실은 가장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것. 영원할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언제 피어났는지, 또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를 감정이다. 그 때문일까. 인간은 참 오랜 세월 사랑의 흔적을 남겨왔다. 동굴의 벽을 긁고, 돌을 깎고, 종이 위에 붓질을 하면서, 사랑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이 책은 지난 1만 년간 그렇게 남은 기묘한 사랑의 흔적들을 금융계열사 추적한다.
저자가 영국의 논픽션 작가 에드워드 브룩 히칭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간다. 전작 ‘이상한 책들의 도서관’에선 난생처음 보는 권총책, 옷책과 같은 물건들을 끊임없이 소개했으니 이번엔 또 얼마나 기상천외한 사연들을 담아냈을까. 기대감 속에 책을 펼치니 역시나, 이번에도 그는 ‘이상한 사랑 이야기’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시작부 해외직수입 터 발상이 독특하다. 저자가 사랑의 증거로 가져온 것은 네안데르탈인의 치아다. 2017년 인류학자 로라 웨이리치는 네안데르탈인의 유해에서 현대 인류에게도 존재하는 미생물 ‘메타노브레비박터 오랄리스’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이 약 12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전파됐다고 추정했다. 그 경로는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단 한 번 당일여성대출 의 입맞춤으로 미생물이 옮겨갔을 수도 있고, 혹은 좀 더 정기적으로 이어진 무언가가 있었을 수도 있다.” 현대인이 확인한 인류의 첫 입맞춤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은 끊임없이 사랑을 ‘소망’했다.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인간이 경배하던 사랑의 신들이 여럿이다. 가장 잘 알려진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를 비롯해 고대 신앙에서도 이집트에는 태양 한부모가정혜택 의 신 라의 아내인 하토르가 있었고 수메르에는 사랑과 전쟁, 풍요와 다산의 여신인 이난나가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힌두교의 사랑의 신 만마타는 관능적으로 묘사된 다른 사랑의 신보다 어딘가 귀엽다. 만마타는 보통 활을 들고 앵무새에 올라탄 젊은 남성으로 그려지는데 활대는 사탕수수로 이뤄져 있고 활시위는 꿀벌들로 둘러싸여 있다. 활통의 다섯 대의 화 균등상환 살은 사랑으로 마비시키는 다섯 가지 감각을 상징한다.



대리모 명시한 ‘4000년전 결혼계약서’


사랑의 상징이 된 ‘하트’는 어떠한가. 사랑의 감정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부호이자 우리 몸속 심장을 의미하는 하트는 사실 초기 중세에만 해도 실제 심장의 실루엣과 유사한 솔방울 모양으로 그림과 벽화에서 묘사됐다. 지오토가 1305년 그린 그림에서 잘 드러나는데 그림 속 인물이 솔방울 형태의 물건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바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15세기에 들어 어느 순간 하트 모양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으로 대체됐다. 책에 따르면 이 무렵 새로운 사랑을 봄과 연관 짓기 시작하며 나뭇잎 모양의 부호가 인기를 얻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소유와 구속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그것이 많은 문제를 불렀음에도 인간은 늘 실수를 한다. 현존하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결혼계약서를 살펴보자. 4000여 년 전 아시리아인 부부가 작성한 이 고대문서의 주요 조항은 ‘아내가 결혼 후 2년 안에 아이를 출산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와 같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경우 남편과 합방하고 대리모 역할을 할 ‘신전 노예’ 여성을 사는 데 동의한다고 이들은 서명했다.



상아에 그린 사랑 증표 ‘연인의 눈’


그렇다고 사랑의 증표가 모두 무겁지만은 않았다. 중국에서는 옥과 금으로 만든 빗이, 웨일스에서는 젊은 남성이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조각한 금색 수저인 ‘러브스푼’이 있었지만 가장 독특한 물건은 18세기에서 19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했던 ‘연인의 눈’이다. 연인 간의 사랑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무례하다고 여겨지던 이 시대에 만들어진 낭만적인 기념품인데 마치 지금의 키링처럼 작은 크기의 상아에 연인의 눈을 그려서 연인끼리 가지고 다녔다. 영국의 연인들 사이에선 브로치 등의 장신구, 혹은 이쑤시개나 코담배를 보관하는 곽에 머리카락 일부를 넣은 뒤 자신의 눈을 그려 선물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밸런타인데이의 기원, 세계적인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사연까지 사랑을 둘러싼 소소하지만 즐거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무엇보다 유려하게 엮어낸 50여 가지의 유물과 작품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다양한 문화적 해석을 낳았는지 실감하게 된다. 사랑은 신화를 만들어낸다. 종교에서도 사랑은 빠질 수 없다. 영감의 불을 지피는 장작이 된다. 사랑은 그 형태가 조금씩 달라졌을지라도 변함없는 본질을 지녔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10세기 전 그림 속 질투의 눈빛을 가졌고 조각상의 다정한 손길을 지녔다. 인류의 시작부터 사랑은 함께했다. 정의할 순 없더라도 우리는 분명 사랑 안에 살고 있고, 여전히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 328쪽, 2만8000원.
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