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번째로 대면해 악수하고 있다. 주변에는 사진 기자와 양측 공보 당국자가 촬영으로 분주하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애의 방향이 바뀐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의 대화 요청을 외면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로소 수용 의향을 내비쳤지만 이제 도리어 미국이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한다는 목표가 바뀌지 않았다고 거듭 확인하며 고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섰다.

멋쩍어진 북한
미국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랜도 부장관이 미 뉴욕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를 계기로 조현 외교주식업
부 장관을 만난 뒤 당일 토미 피곳 수석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22일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의 성공적 개최 및 한반도와 더 넓게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번영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확인했다”며 “그 노력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의지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해당 목표를 확인한 것은쌍용차 주식
처음이 아니다. 로이터통신이 23일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언급을 인용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여전히 미국의 정책이며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김정은 국무위원장)를 만날 계획이 없다는 미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랜도 부장관이 성공했다고 평가한 22일 뉴욕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장관들이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향한 3국의 확고한 의지를 재IRONFX
확인했다.
미국 정부 입장이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올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에도 미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유세 때부터 누차 김 위원장과 자신의 관계가 좋다며 대화 재개 의지를 드러내 왔고 재집권 뒤 여러 번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무기를 KSS해운 주식
보유한 국가)’로 부르며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계기가 마련되면 북미 대화 재개라는 단기 목표 달성을 위해 비핵화 원칙은 장기 목표로 일단 미뤄 둘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유화 손짓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메시지도 선명했다. 2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개인적으로 현 미국 대통령 탑tv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북한 관영 매체들에 보도됐다.
하지만 막상 구애 대상이 호응한 셈인데도 일주일이 지나도록 미국은 전향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반응 역시 잠잠하다. 김 위원장 제안에 대해 거론할 수 있는 기회로 보였던 23일 유엔 총회 기조 연설 때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았다.

푸틴만 보이는 트럼프?



조현(왼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이 26일 미국 뉴욕에서 크리스토퍼 랜도(오른쪽 두 번째)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에 따라 어쩌면 10월 31일부터 이틀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네 번째 대면이 성사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부풀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26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정상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김 위원장 발언 이후 정부 판단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지만,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곧장 확대 해석을 단속했다. 27일 채널A에 출연해 “(북미 정상 간 APEC 회동 가능성이) 아직은 그냥 상상의 영역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렇게 될 개연성이나 조짐이 보이는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당시 두 정상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이듬해 2월 하노이에서 각각 정식 회담을 했고, 2019년 6월에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들러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전격적으로 회동했다.
물론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협상에 착수한 북미가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무 차원 논의가 갑자기 진전돼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의 우선 의제로 부상할 수도 있다. 다만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본보에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조차 망설였을 정도로 자신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종전 중재에 비협조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장 관심 대상과 북한이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