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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금호은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09-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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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을 얼굴이 물었다. 장. 한 있어야[이진순의 지남철]
[미디어오늘 이진순 성공회대 겸임교수]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컷.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게 번뜩이는 영감과 가슴 설레는 희열을 안겨 주는 존재는 고래다. 우영우가 참신한 발상으로 묘수를 떠올릴 때, 유리창 너머로 거대한 대왕고래가 춤추듯 도심의 하늘을 유영해 날아간다. 대왕고래는 몸길이 최대 30m에 몸무게도 2톤에 육박해서 현존 생물 중에서는 물론,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한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거대한 개체로 알려져 있다.

그 존재만으로 신비하고 우체국 희망적금 경이로운 대왕고래가 하루아침에 이름을 더럽혔다. 지난해 6월 윤석열이 대통령 취임 2년만에 처음으로 가진 깜짝 브리핑에서 '영일만 심해 가스전 탐사 개발사업'인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애초에 석유공사는 실패 가능성을 고려해 보도자료만 배포할 계획이었는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생방송으로 발표한다고 해서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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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6월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첫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은 “영일만 일대에 140억 배럴에 달하 해드림아파트 는 석유,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금세기 최대 사업인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기대를 부풀렸다. 발표 직후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 흥구석유, 동양철관 등 관련주들이 일제히 폭등했다. 고래 소동에 새우등이 터진 건 어민들이었다. 보물찾기 시추 탐사로 인해 홍게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어민들은 포스코미소금융 막대한 피해를 덮어써야 했다.

올해 2월 윤석열의 탄핵심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자부는 1차 잠정결과 보고를 통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제성에 회의를 표하고 애초 국정브리핑을 할 때 '정무적인 영향이 개입되었다'고 실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대왕고래가 아니라 대왕구라 프로젝트'라고 논평했다. 결국 지난 9월 2 야채 1일 한국석유공사가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경제성이 없다”고 최종 발표함으로써 탐사는 종료되었다. 봉이 김선달식 사기극은 1200억 원이 넘는 재원을 바다에 퍼붓고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대왕고래를 대왕구라로 만든 사기극에는 바람잡이 언론이 있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의 국정브리핑 당일 KBS의 '뉴스9'에서는 스포츠뉴스를 제외한 전체 뉴스의 40%를 개발의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보도로 메웠고 당시 박장범 앵커(현 KBS사장)는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상당수 경제지들도 앞다퉈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경제적 효과를 전했는데 <영일만 석유, 두바이유보다 품질 좋은 최상품>(한국경제, 2024년 6월4일), <7년간 타오르는 '불의 정원' 있는 포항… 석유·가스 140억 배럴 매장가능성에 주목>(이투데이, 2024년 6월3일)등 신뢰하기 힘든 추정에 기대 '로또의 꿈'을 키웠다.



▲ 2024년 6월3일 KBS '뉴스9'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브리핑 관련 보도



더 심각한 것은 지역언론들이다. 지난 2월 경제성 없다는 중간발표가 나온 뒤에도 <포항 앞바다 대왕고래프로젝트, 첫 시추에 악마몰이라니?>(대구일보, 2025년 2월9일), <시추 한번으로 “석유없다”… 성급하지 않나>(경북매일, 2025년 2월9일), <대왕고래 '사기'로 모는 야당 선동정치 멈춰야>(경북도민일보 2025년 2월18일)등의 기사와 사설을 통해 사업강행론을 펼쳤다. 지난 21일 석유공사의 최종 발표가 났음에도 <'동해 심해가스전' 대왕고래 실패에도 해외 자본 몰린다>(매일신문, 2025년 9월21일) <동해 가스전, 해외자본으로 새 동력 얻나>(대구신문, 2025년 9월21일)처럼 해외투자 유치를 통한 추가탐사에 대해 기대감을 높이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영남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만금국제공항이나 가덕도 신공항도 다르지 않았다. 대규모 국책사업이 논의될 때마다 다수의 지역언론은 면밀한 타당성 검토나 사업효과 분석보다 '무조건 짓자'로 여론몰이를 한다. 토건자본이 소유한 지역언론, 지역토호의 이해를 대변하는 지방의회와 지자체장이 손을 잡을 때, '닥치고 개발'의 신화가 조작되고 지역민의 여론은 호도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가리지 않는 개발 공약이 또다시 남발될까 걱정이다. 혈세 낭비와 환경파괴를 감시하고 주민의 실질적 이해관계에 주목하는 풀뿌리언론의 역할이 새삼 소중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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