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사다리 금액조절(파워걸) 네임드사다리 파워볼 입출금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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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화수여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5-11-22 21:59조회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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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사다리 금액조절(파워걸) 네임드사다리 파워볼 입출금3분의 주요 베팅 방식은 ‘홀짝’과 ‘언더오버’입니다. 홀짝 베팅에서는 사다리의 결과가 홀수일지 짝수일지를 예측하게 됩니다. 결과 값이 홀수면 ‘홀’, 짝수면 ‘짝’에 베팅한 사람이 승리하게 되는 구조로, 직관적이면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방식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언더오버 베팅이 있습니다. 이 경우 결과 값이 특정 숫자보다 큰지 작은지를 예측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결과 값이 중간 기준인 ‘3’보다 작으면 ‘언더’, 크면 ‘오버’에 베팅한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방식 외에도, 게임에 따라서는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보다 세밀한 베팅을 즐길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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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admin@slotnara.info
편집자주
고인을 기리는 기억의 조각, 그 곁을 치열하게 마주한 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가신 이의 삶엔 어떤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 별세, 그 너머에 살아 숨 쉬는 발자취를 한국일보가 기록합니다.
※고인이 된 이유영 작가는 '소소'라는 활동명으로 남편 토토 그리고 쌍둥이 형제와의 일상을 소재로 웹툰 '열무와 알타리'를 5년 가까이 연재했다.
웹툰 '열무와 알타리'. 카카오 웹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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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 같았다. 쨍그랑! 느닷없는 소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시계가 새벽 4시 21분을 가리켰다. 토토가 돌아봤지만, 옆에 있어야 할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또 쨍그랑! 송곳이 찌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더듬더듬 불을 켜자, 부엌에서 접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아내가 보였다.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다급하게 외쳤다. "소소." 아내가 초점 없는 눈으로 돌아봤다.
소소는 어렵게 엄마가 됐다. 조기수축, 태아 부정맥, 입원, 응급분만, 조산, 신생아 중환자실 등 어려운 단어가 부부를 괴롭혔다. 눈물 끝에 쌍둥이를 만났다. 아이는 남달랐다. 형 열무는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더 무거운 단어 야마토릴게임 가 앞을 막았다. 동생 알타리는 발달이 느렸다. 소소는 종일 아이들을 챙겼지만 항상 손이 모자랐다. 잘 다니던 게임 회사를 그만뒀고, 병원 영수증은 쌓여만 갔다. 만화가의 꿈? 진작 접었다. 2016년 봄은 소소에게 깊은 바다, 어둠으로 남았다. "끝없는 어둠 속, 불빛 하나 없는 동굴,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다. (…) 그냥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바다이야기고래출현 "
상처를 지나치지 못했다
모든 게 무너진 절망의 순간, 소소에게 가족은 희망이었다. 그가 연재한 웹툰 '열무와 알타리'는 피폐된 그의 삶을 견디게 했던 쓴 진통제였다.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체리마스터모바일 소소는 바다를 싫어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떠날 거야." 2001년 어느 가을 저녁, 경남 통영시 바닷길을 걷던 고등학생 소소가 말했다. 소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친구 탁영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영에서 태어났지만 소소는 여느 바다 사람과 달랐다. 비위가 약해 회를 잘 못 먹었고, 밥상에 오르는 굴마저 지겨워했다. 비린내가 싫다며 목욕탕도 자주 갔다. 다만 영화는 생각했다. '소소가 바다를 힘겨워하는 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더 묻진 않았다.
소소가 정말 통영을 떠났다. 졸업과 함께, 영화와 함께. 서울로 온 둘은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에 방을 구했다. 싱크대 옆에 작은 변기가 붙어있는 26.4㎡짜리 낡은 단칸방이었다. 둘은 그 방에서 매일 웃었다. 소소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원을 다녔다.
불안하기만 한 10대의 끝자락에도 소소는 호기로웠다. 카페 단체손님에게 넉살 좋게 "메뉴 통일"을 제안하다 사장에게 들켜 바로 해고 당했는가 하면, 텔레마케터로 일할 땐 고객이 욕을 뱉으면 욕으로 응수했다. 비디오 가게 알바 시절엔 추근대는 아저씨들에게 눈을 잔뜩 부라려 만만찮은 상대임을 보여주곤 했다.
소소가 하루는 동물병원에 버려진 강아지를 키우자고 영화를 졸라댔다. 뜨뜻미지근했던 영화의 수긍에 기어이 안고는 왔지만 막상 데려온 강아지가 아팠다. 귀에 심한 염증을 앓자 버린 것이란 생각에 소소는 곧장 전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굴까지 붉히며 목소리를 높이던 소소에게, 상대는 역정을 냈다. "어린 놈이!" 소소는 당연히 기죽지 않았다.
그 뒤로 소소는 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여러 번 데려왔다. "길냥이였으니까 키우든가 버리든가"라던 지인의 고양이도 거뒀다. 소소에게 탁묘를 하곤 "너무 커버렸다"며 잠적한 주인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소는 정성껏 보살폈다. 많을 땐 6마리까지 곁에 두었다. 버거웠지만, 버릴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집에 놀러 왔던 회사 동료 박소영(44)이 한 마리를 데려가 키워줄 정도. 그 뒤 태어나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소영이 보고, 어쩔 줄 몰라 소소에게 전화를 하면 곧장 "데려오라"는 답을 아끼지 않았다. "버려진 애들을, 상처 있는 애들을 지나치지 못하네. 외로웠던 걸까." 소소 품에 안긴 고양이들을 볼 때면 소영은 그리 생각했다.
지켜줄 토토를 만났다
소소와 토토의 만남과 사랑이 담긴 웹툰 '열무와 알타리'. 카카오 웹툰 제공
남편 토토는 멍하니 접시를 깨는 소소를 다독였다. "내가 치울 테니깐 들어가서 다시 좀 자. (…) 우리 그냥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갈까? 그러면 괜찮아질까?"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소소와 토토는 2003년 만화 동호회에서 만났다. 작은 체형에 진한 화장, 머리를 질끈 묶고 할 말은 기어이 하고야 마는 소소가 토토는 내심 무서웠다. 만화가를 꿈꿨던 둘은 그림 이야기로 말문을 튼 뒤 차츰 가까워졌다. 공원에 모여 회원끼리 배드민턴을 치던 날, 토토는 소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날아오는 셔틀콕을 하나도 못 맞추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찬 첫인상과 달리 어설프게 허공에 라켓을 휘두르는 소소가 귀여웠다. 종일 게임, 영화, 산책을 하고 싸웠다. 입버릇처럼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토토가 세게 나올 때 소소는 항상 축 처진 눈으로 옷소매를 붙잡았다. "그게 아니라···." 토토는 진작 알았다. 걸걸한 소소가 얼마나 여린지.
어느 날인가부터 소소가 병원 신세를 지는 날이 늘었다. 갑자기 쓰러져 간 병원에서는 '롱큐티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선천성 부정맥 질환. 병원을 자주 가야 했고, 병간호는 지쳐갔지만, 토토는 결혼을 결심했다.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 2008년 3월, 두 사람은 혼인을 신고했다.
작별 인사는 없었다
이유영 작가가 학창시절 친구 탁영화씨에게 남긴 글과 그림. 탁씨 제공
소소는 1983년 12월 15일,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꽤 큰 사업을 했다. 당시 귀한 콜라가 소소네 냉장고엔 가득했다. 가정사는 복잡했다. 소소는 새어머니가 낳은 이복동생과 한집에서 사춘기를 났다.
"업어줄까?" 이복동생 승우는 따듯했던 소소 누나의 등을 기억한다. 승우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승우는 소소의 등을 찾았다. 동화책을 읽어달라 졸랐고, 낮이든 밤이든 보드게임, 인형놀이를 하며 의지했다. 바퀴벌레가 나오면 재빨리 소소 뒤로 숨었고, 학교에서 그림 그리기 숙제를 주면 소소에게 먼저 달려갔다. 그 덕에 승우는 상도 여럿 받았다.
가끔 이해 안 되는 일도 있었다. 어른들은 이상하게 소소를 싫어했다. 그림을 끄적인다고, 만화를 본다고, TV를 본다고, 늦게까지 논다고, 나댄다고. 갖은 이유로 소소를 혼냈다. 소소는 세 번이나 집을 나가려 했다. 마지막 가출은 일주일 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소소는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그러던 소소가 달라졌다. 마음을 굳게 먹은 듯 보였다. 할머니가 승우를 위해 소시지를 구워주면 덥석 손을 뻗어 그릇을 자기 앞으로 당겼다. "왜 늦게 들어왔냐"고 타박하면 "어제보단 일찍 들어왔다"고 대들었다. "만화를 그만 그리라"는 불호령에도 굴하지 않았다. 작별 없이 통영 바다를, 그리고 가족을 떠날 때 즈음의 일이었다.
축복이 예상과는 달리 왔다
소소는 웹툰 '열무와 알타리'에서 쌍둥이에 대한 기대감과 기쁨을 그려냈다. 카카오 웹툰 제공
소소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아이가 생긴 직후였다. "쌍둥이라니!" 날아갈 듯 기뻐했다. 당초 딩크(DINK·아이를 가지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원한 소소는 온데간데없었다. "쌍둥이니까 둘이 알아서 재미있게 크겠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조기수축, 태아 부정맥 그리고 긴 입원이 시작됐다.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의사의 말도 소소의 불안을 키웠다. "운동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소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을 거야."
2015년 응급수술과 조산 끝에 두 아이를 만났다. 열무에게 영아연축(1세 미만의 영유아의 원인불명 발작)이 왔다. "뇌손상, 장애, 뇌성마비로 이어진다"는 설명을 들었다.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한단 뜻이었다. 소소가 멍하니 접시를 깬 건, 그 며칠 뒤였다. 멈춰 선 시간 속에 열무는 모빌을 봐도 웃지 않았고, 좋아하던 쪽쪽이도 찾지 않았다.
모든 게 무너져갔다. 소소는 웹툰 '열무와 알타리'에서 당시의 좌절감을 어둡게 그려냈다. 카카오 웹툰 제공
소소는 죄책감에 힘들어했다. 체구가 작고 몸이 안 좋았던 자신 탓에 아이들까지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럴수록 소소는 열심히 뛰었다. 열무를 안고 응급실, 진료실, 각종 치료실 등을 부지런히 오갔다. 다만 축 처진 열무를 안고 뛰다 보니 알타리 곁을 비워둬야 했다. 알타리의 첫 걸음마도 편한 마음으로 오롯이 기뻐해 주지 못했다. 열무의 첫 '엄마' 소리도 기약이 없었다.
지쳐갔다. 운동발달재활사 셀레나는 2016년 초 성남의 한 병원 치료실 앞에서 만난 소소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그때 장애아 재활치료 중이었다. 키가 큰 장발의 토토가 의료진 사이에서 화제였지만, 정작 셀레나는 소소에게 눈길이 갔다. 헝클어진 파마 머리와 펑퍼짐한 옷에 가려진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많은 장애아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열무 엄마는 유독 대화할 힘도 없어 보이셔서···.' 셀레나는 권했다. "어머니 치료도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신체적 건강도 너무 안 좋으신데."
바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행복하기로 했다.' 웹툰 '열무와 알타리'에 표현된 소소의 당시 마음가짐은 그랬다. 카카오 웹툰 제공
아픔이 일상을 사정없이 할퀴고 있었지만, 소소는 버텨냈다. 작은 변화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독려했다. 열이 펄펄 끓던 날, 열무의 첫 뒤집기에 기뻐하면서. 지친 엄마일지라도 미소 지어주는 알타리에 감사하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시간을' 버티고 버텼다.
치료 외에도 갖은 잔병은 끝도 없이 돌고 돌았다. 두 아이를 장애 어린이집과 비장애 어린이집에 나란히 보내며 고민도 거듭됐다. 그럴수록 작은 행복에 주목하려 애썼다. "나를 위해 커피를 내려주는 토토의 모습에." "내 뺨에 가장 아끼는 돌고래 스티커를 붙여주는 알타리의 모습에." "느리지만 천천히 커가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열무의 미소에."
소소의 기록은 그때쯤 시작됐다. 아이들의 미소가 눈에 들어올 무렵, 그 미소를 기억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잘하는 만화를 통해. 웹툰 예고편과 1화 시안이 그렇게 완성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시안을 보여주며 평가해달라고 졸랐다. 지인들의 반응은 하나같았다. "무조건 해라!" 공모를 거쳐 2019년 12월 카카오웹툰 '열무와 알타리'를 선보였다. 자신을 닮은 작고 동글동글한 캐릭터를 그리며 소소는 그간 통과한 일상의 아픔을 담담히 풀어냈다. 가족을 칭하는 웹툰 내 별칭도 지었다. 소소, 토토, 열무, 알타리. 소소는 '소소하게 살자'는 소망을 담아, 토토는 좋아하는 토마토 캐릭터를 떠올리며 지었다. 열무와 알타리는 아기 시절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이 김치와 닮아 붙였다.
그러곤 다 털어놨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졸이던 마음, 피하고 싶었던 '뇌신경 센터'에서 만난 당혹감, 혼이 쏙 빠지던 육아, 접시를 깨던 날의 고뇌, 퇴원 후 반복된 잔병치레 등. 독자들도 반응했다. 함께 울고 웃고, 몇몇은 소소에게 고백했다. "작가님, 저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스무 살 대학생입니다. 저를 키워 내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열무와 알타리를 잘 읽고 있습니다. 작가님도 어렵지만 강인하게 길을 걸어 내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16화 댓글)" "알타리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참 외로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그런가 봐요.(17화 댓글)"
소소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 주변사람들 이야기를 쓸 때는 문어체와 구어체를 구분 지어 꼬치꼬치 캐물었다. 마감이 임박하면 모든 걸 팽개치고 몇 시간씩 방에 박혀 그림을 그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까 늘 고민했다. 장애아동이 직면하는 적나라한 차별에 점점 더 많은 독자들이 반응했다. 입소문을 탄 웹툰은 2024년 9월 기준으로 4,500만 회를 기록했다. 평점은 9.9에 달하며 5년간 플랫폼 내에서도 손꼽히는 장기 연재 작품이 됐다.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축제야." 소소는 예전보다 더 가족을 축복으로 여기고 있었다. 가족은 더 이상은 벗어나고 싶은 상처도, 예상치 못했던 난관도 아니었다. 마감은 버거웠지만,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는 계기도 됐다. 웹툰을 그리며 매 순간을 되새기고,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며 자연스럽게 지나쳤던 아이들의 모든 반응을 돌아본 덕이다.
비로소 바다를 사랑하는데
바다를 싫어했던 소소는 이제 바다가 좋아졌다. 이유가 있었을까? 웹툰 '열무와 알타리'. 카카오 웹툰 제공
2024년 9월 23일, 토토에게 평소와는 전혀 다른 하루였다. 소소는 새벽까지 작업에 매진하다 잠이 들었을 터라, 굳이 깨우려 들지 않았다. 알타리를 먼저 학교에 보내고, 열무의 등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업실 문을 열어 소소를 불렀다. 어라, 반응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숨을 쉬지 않았다. 토토의 아내, 소소, 열무와 알타리의 엄마, 이유영 작가가 눈을 감았다. 향년 41세.
비보가 전해질 때, 20년지기 고양이 친구 소영은 세탁소에 들러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손에는 마침 평소 장례식장에 자주 입고 가던 남색 옷이 들려 있었다. 열무의 재활치료 선생님 셀레나는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을 마시던 중이었다. 이복동생 승우는 부산에서 회의 중이었다. 독자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유영 작가님이 주무시는 중에 심정지로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그동안 '열무와 알타리'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신 독자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주인공인 '열무와 알타리' 율이와 권이는 아빠와 함께 엄마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운증후군 아이가 찾아왔다'를 쓴 울림 작가는 페이스북에 썼다. "일상생활이 안 될 만큼 울고 있다. 장애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주겠다고 몸을 갈아 애쓰면서 세상 인식도 바꿔보겠다고 시간 쪼개 만화까지 그린 작가님이 너무 나 같아서 눈물 바람이다." 범죄 피해자 국선 전담 유가영 변호사도 적었다. "남은 열무와 알타리, 아빠 토토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내 가슴이 이렇게 찢어질 것 같은데. 너무 먼 여행을 떠난 작가님. 비록 불시착이었지만 행복 가득하였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소소를 떠나보낸 토토는 육아에 매진하고 있다. 열무와 알타리는 여전히 소소를 보고 싶어 한다. 알타리는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한다. 아직 말로 표현은 못 하지만 납골당을 갔다가 돌아온 날 저녁, 열무도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토토는 소소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열무와 알타리를 생각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2024년 12월, 영화는 눈앞의 통영 바다를 바라보며 소소를 생각했다. 소소는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싫다던 바다를 찾았다. 탁 트여서 좋다고 했고, 약속은 꼭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잡았다. 가족 여행지로는 바다를 꼽았다. 동생 승우와도 바다를 보러 여수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왜 이렇게 바다가 좋은지 모르겠어!" 바다는 더 이상 기필코 벗어나고 싶은 상처도, 자신을 허우적거리게 하는 난관도 아니었다. 영화는 소소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소소가 바다를 사랑하게 돼 다행이라 생각했다.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 한국일보 엑설런스랩팀장: 김혜영 기자취재: 손영하 · 이서현 기자, 이지수 인턴기자데이터 분석: 황수현 기자플랫폼: 박인혜 플랫폼서비스팀장영상: 김가현 인턴PD
■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① 비로소 부고
• 교수, 장관, 회장의 별세만 특별할까…" 미처 몰랐던 보통 삶의 비범한 희망"(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309550004945)
• 생면부지 남을 구하려 목숨을 던졌다..."다시 돌아와도 또 도울 사람"(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309570000462)
• 작곡가를 꿈꾼 택배기사...'어느 나라에서도 안 하는 노동'을 했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310130002000)
• 가출 그리고 탈출... 꽃 피는 봄, 약속대로 아빠가 돌아왔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310120004296)
•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309550004732)
• "뭐 이런 애들이 다 있어?"… 놀란 신부님은 아이들의 '대장'이 됐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310190004994)
② 비로소 부고 Ⅱ
• 동심으로 생명을 노래하던 시인...제자들 배웅을 받으며 별이 되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010330003849)
• 무덤 파던 '그 여자'...편견과 사납게 싸우고, 우아하게 눈을 감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813010002672)
• 성매매 여성 쉼터 지킨 푸른 눈의 수녀…외롭던 골목에 삶의 빛 안기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507450003543)
• 탐사보도에 목말랐던 서른 살 기자... 불길 속에 질문을 남기고 떠났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2204490001757)
■ <제보 받습니다> 한국일보는 크든 작든 비범한 희망을 품었던 고인의 가족과 주변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미처 충분히 기록되지 못한 고인의 이야기, 고인을 기리는 남다른 기억의 조각을 간직하고 계신 분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경청하고 기록하겠습니다. ▶ 제보하기 (비로소 부고 제보 링크 https://forms.office.com/r/LaFmQHG2bQ)
대전 · 성남 · 거제 · 통영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이지수 인턴 기자 ssu1404@naver.com
고인을 기리는 기억의 조각, 그 곁을 치열하게 마주한 뒤 비로소 전하는 느린 부고. 가신 이의 삶엔 어떤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 별세, 그 너머에 살아 숨 쉬는 발자취를 한국일보가 기록합니다.
※고인이 된 이유영 작가는 '소소'라는 활동명으로 남편 토토 그리고 쌍둥이 형제와의 일상을 소재로 웹툰 '열무와 알타리'를 5년 가까이 연재했다.
웹툰 '열무와 알타리'. 카카오 웹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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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 같았다. 쨍그랑! 느닷없는 소음에 눈이 번쩍 떠졌다. 시계가 새벽 4시 21분을 가리켰다. 토토가 돌아봤지만, 옆에 있어야 할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또 쨍그랑! 송곳이 찌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더듬더듬 불을 켜자, 부엌에서 접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아내가 보였다. 오션파라다이스다운로드 다급하게 외쳤다. "소소." 아내가 초점 없는 눈으로 돌아봤다.
소소는 어렵게 엄마가 됐다. 조기수축, 태아 부정맥, 입원, 응급분만, 조산, 신생아 중환자실 등 어려운 단어가 부부를 괴롭혔다. 눈물 끝에 쌍둥이를 만났다. 아이는 남달랐다. 형 열무는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더 무거운 단어 야마토릴게임 가 앞을 막았다. 동생 알타리는 발달이 느렸다. 소소는 종일 아이들을 챙겼지만 항상 손이 모자랐다. 잘 다니던 게임 회사를 그만뒀고, 병원 영수증은 쌓여만 갔다. 만화가의 꿈? 진작 접었다. 2016년 봄은 소소에게 깊은 바다, 어둠으로 남았다. "끝없는 어둠 속, 불빛 하나 없는 동굴,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다. (…) 그냥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바다이야기고래출현 "
상처를 지나치지 못했다
모든 게 무너진 절망의 순간, 소소에게 가족은 희망이었다. 그가 연재한 웹툰 '열무와 알타리'는 피폐된 그의 삶을 견디게 했던 쓴 진통제였다.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체리마스터모바일 소소는 바다를 싫어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떠날 거야." 2001년 어느 가을 저녁, 경남 통영시 바닷길을 걷던 고등학생 소소가 말했다. 소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친구 탁영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통영에서 태어났지만 소소는 여느 바다 사람과 달랐다. 비위가 약해 회를 잘 못 먹었고, 밥상에 오르는 굴마저 지겨워했다. 비린내가 싫다며 목욕탕도 자주 갔다. 다만 영화는 생각했다. '소소가 바다를 힘겨워하는 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더 묻진 않았다.
소소가 정말 통영을 떠났다. 졸업과 함께, 영화와 함께. 서울로 온 둘은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에 방을 구했다. 싱크대 옆에 작은 변기가 붙어있는 26.4㎡짜리 낡은 단칸방이었다. 둘은 그 방에서 매일 웃었다. 소소는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원을 다녔다.
불안하기만 한 10대의 끝자락에도 소소는 호기로웠다. 카페 단체손님에게 넉살 좋게 "메뉴 통일"을 제안하다 사장에게 들켜 바로 해고 당했는가 하면, 텔레마케터로 일할 땐 고객이 욕을 뱉으면 욕으로 응수했다. 비디오 가게 알바 시절엔 추근대는 아저씨들에게 눈을 잔뜩 부라려 만만찮은 상대임을 보여주곤 했다.
소소가 하루는 동물병원에 버려진 강아지를 키우자고 영화를 졸라댔다. 뜨뜻미지근했던 영화의 수긍에 기어이 안고는 왔지만 막상 데려온 강아지가 아팠다. 귀에 심한 염증을 앓자 버린 것이란 생각에 소소는 곧장 전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굴까지 붉히며 목소리를 높이던 소소에게, 상대는 역정을 냈다. "어린 놈이!" 소소는 당연히 기죽지 않았다.
그 뒤로 소소는 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여러 번 데려왔다. "길냥이였으니까 키우든가 버리든가"라던 지인의 고양이도 거뒀다. 소소에게 탁묘를 하곤 "너무 커버렸다"며 잠적한 주인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소는 정성껏 보살폈다. 많을 땐 6마리까지 곁에 두었다. 버거웠지만, 버릴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집에 놀러 왔던 회사 동료 박소영(44)이 한 마리를 데려가 키워줄 정도. 그 뒤 태어나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소영이 보고, 어쩔 줄 몰라 소소에게 전화를 하면 곧장 "데려오라"는 답을 아끼지 않았다. "버려진 애들을, 상처 있는 애들을 지나치지 못하네. 외로웠던 걸까." 소소 품에 안긴 고양이들을 볼 때면 소영은 그리 생각했다.
지켜줄 토토를 만났다
소소와 토토의 만남과 사랑이 담긴 웹툰 '열무와 알타리'. 카카오 웹툰 제공
남편 토토는 멍하니 접시를 깨는 소소를 다독였다. "내가 치울 테니깐 들어가서 다시 좀 자. (…) 우리 그냥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갈까? 그러면 괜찮아질까?"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소소와 토토는 2003년 만화 동호회에서 만났다. 작은 체형에 진한 화장, 머리를 질끈 묶고 할 말은 기어이 하고야 마는 소소가 토토는 내심 무서웠다. 만화가를 꿈꿨던 둘은 그림 이야기로 말문을 튼 뒤 차츰 가까워졌다. 공원에 모여 회원끼리 배드민턴을 치던 날, 토토는 소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날아오는 셔틀콕을 하나도 못 맞추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당찬 첫인상과 달리 어설프게 허공에 라켓을 휘두르는 소소가 귀여웠다. 종일 게임, 영화, 산책을 하고 싸웠다. 입버릇처럼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토토가 세게 나올 때 소소는 항상 축 처진 눈으로 옷소매를 붙잡았다. "그게 아니라···." 토토는 진작 알았다. 걸걸한 소소가 얼마나 여린지.
어느 날인가부터 소소가 병원 신세를 지는 날이 늘었다. 갑자기 쓰러져 간 병원에서는 '롱큐티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선천성 부정맥 질환. 병원을 자주 가야 했고, 병간호는 지쳐갔지만, 토토는 결혼을 결심했다.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 2008년 3월, 두 사람은 혼인을 신고했다.
작별 인사는 없었다
이유영 작가가 학창시절 친구 탁영화씨에게 남긴 글과 그림. 탁씨 제공
소소는 1983년 12월 15일,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꽤 큰 사업을 했다. 당시 귀한 콜라가 소소네 냉장고엔 가득했다. 가정사는 복잡했다. 소소는 새어머니가 낳은 이복동생과 한집에서 사춘기를 났다.
"업어줄까?" 이복동생 승우는 따듯했던 소소 누나의 등을 기억한다. 승우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승우는 소소의 등을 찾았다. 동화책을 읽어달라 졸랐고, 낮이든 밤이든 보드게임, 인형놀이를 하며 의지했다. 바퀴벌레가 나오면 재빨리 소소 뒤로 숨었고, 학교에서 그림 그리기 숙제를 주면 소소에게 먼저 달려갔다. 그 덕에 승우는 상도 여럿 받았다.
가끔 이해 안 되는 일도 있었다. 어른들은 이상하게 소소를 싫어했다. 그림을 끄적인다고, 만화를 본다고, TV를 본다고, 늦게까지 논다고, 나댄다고. 갖은 이유로 소소를 혼냈다. 소소는 세 번이나 집을 나가려 했다. 마지막 가출은 일주일 동안 이어지기도 했다. 그게 아니라면 소소는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그러던 소소가 달라졌다. 마음을 굳게 먹은 듯 보였다. 할머니가 승우를 위해 소시지를 구워주면 덥석 손을 뻗어 그릇을 자기 앞으로 당겼다. "왜 늦게 들어왔냐"고 타박하면 "어제보단 일찍 들어왔다"고 대들었다. "만화를 그만 그리라"는 불호령에도 굴하지 않았다. 작별 없이 통영 바다를, 그리고 가족을 떠날 때 즈음의 일이었다.
축복이 예상과는 달리 왔다
소소는 웹툰 '열무와 알타리'에서 쌍둥이에 대한 기대감과 기쁨을 그려냈다. 카카오 웹툰 제공
소소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아이가 생긴 직후였다. "쌍둥이라니!" 날아갈 듯 기뻐했다. 당초 딩크(DINK·아이를 가지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원한 소소는 온데간데없었다. "쌍둥이니까 둘이 알아서 재미있게 크겠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조기수축, 태아 부정맥 그리고 긴 입원이 시작됐다.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의사의 말도 소소의 불안을 키웠다. "운동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소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다. "내가 운동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니 괜찮을 거야."
2015년 응급수술과 조산 끝에 두 아이를 만났다. 열무에게 영아연축(1세 미만의 영유아의 원인불명 발작)이 왔다. "뇌손상, 장애, 뇌성마비로 이어진다"는 설명을 들었다.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한단 뜻이었다. 소소가 멍하니 접시를 깬 건, 그 며칠 뒤였다. 멈춰 선 시간 속에 열무는 모빌을 봐도 웃지 않았고, 좋아하던 쪽쪽이도 찾지 않았다.
모든 게 무너져갔다. 소소는 웹툰 '열무와 알타리'에서 당시의 좌절감을 어둡게 그려냈다. 카카오 웹툰 제공
소소는 죄책감에 힘들어했다. 체구가 작고 몸이 안 좋았던 자신 탓에 아이들까지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럴수록 소소는 열심히 뛰었다. 열무를 안고 응급실, 진료실, 각종 치료실 등을 부지런히 오갔다. 다만 축 처진 열무를 안고 뛰다 보니 알타리 곁을 비워둬야 했다. 알타리의 첫 걸음마도 편한 마음으로 오롯이 기뻐해 주지 못했다. 열무의 첫 '엄마' 소리도 기약이 없었다.
지쳐갔다. 운동발달재활사 셀레나는 2016년 초 성남의 한 병원 치료실 앞에서 만난 소소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다. 그때 장애아 재활치료 중이었다. 키가 큰 장발의 토토가 의료진 사이에서 화제였지만, 정작 셀레나는 소소에게 눈길이 갔다. 헝클어진 파마 머리와 펑퍼짐한 옷에 가려진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많은 장애아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열무 엄마는 유독 대화할 힘도 없어 보이셔서···.' 셀레나는 권했다. "어머니 치료도 받으셔야 할 것 같아요. 신체적 건강도 너무 안 좋으신데."
바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행복하기로 했다.' 웹툰 '열무와 알타리'에 표현된 소소의 당시 마음가짐은 그랬다. 카카오 웹툰 제공
아픔이 일상을 사정없이 할퀴고 있었지만, 소소는 버텨냈다. 작은 변화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독려했다. 열이 펄펄 끓던 날, 열무의 첫 뒤집기에 기뻐하면서. 지친 엄마일지라도 미소 지어주는 알타리에 감사하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시간을' 버티고 버텼다.
치료 외에도 갖은 잔병은 끝도 없이 돌고 돌았다. 두 아이를 장애 어린이집과 비장애 어린이집에 나란히 보내며 고민도 거듭됐다. 그럴수록 작은 행복에 주목하려 애썼다. "나를 위해 커피를 내려주는 토토의 모습에." "내 뺨에 가장 아끼는 돌고래 스티커를 붙여주는 알타리의 모습에." "느리지만 천천히 커가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열무의 미소에."
소소의 기록은 그때쯤 시작됐다. 아이들의 미소가 눈에 들어올 무렵, 그 미소를 기억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잘하는 만화를 통해. 웹툰 예고편과 1화 시안이 그렇게 완성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시안을 보여주며 평가해달라고 졸랐다. 지인들의 반응은 하나같았다. "무조건 해라!" 공모를 거쳐 2019년 12월 카카오웹툰 '열무와 알타리'를 선보였다. 자신을 닮은 작고 동글동글한 캐릭터를 그리며 소소는 그간 통과한 일상의 아픔을 담담히 풀어냈다. 가족을 칭하는 웹툰 내 별칭도 지었다. 소소, 토토, 열무, 알타리. 소소는 '소소하게 살자'는 소망을 담아, 토토는 좋아하는 토마토 캐릭터를 떠올리며 지었다. 열무와 알타리는 아기 시절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이 김치와 닮아 붙였다.
그러곤 다 털어놨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졸이던 마음, 피하고 싶었던 '뇌신경 센터'에서 만난 당혹감, 혼이 쏙 빠지던 육아, 접시를 깨던 날의 고뇌, 퇴원 후 반복된 잔병치레 등. 독자들도 반응했다. 함께 울고 웃고, 몇몇은 소소에게 고백했다. "작가님, 저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스무 살 대학생입니다. 저를 키워 내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열무와 알타리를 잘 읽고 있습니다. 작가님도 어렵지만 강인하게 길을 걸어 내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16화 댓글)" "알타리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건, 참 외로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그런가 봐요.(17화 댓글)"
소소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꼈다. 주변사람들 이야기를 쓸 때는 문어체와 구어체를 구분 지어 꼬치꼬치 캐물었다. 마감이 임박하면 모든 걸 팽개치고 몇 시간씩 방에 박혀 그림을 그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까 늘 고민했다. 장애아동이 직면하는 적나라한 차별에 점점 더 많은 독자들이 반응했다. 입소문을 탄 웹툰은 2024년 9월 기준으로 4,500만 회를 기록했다. 평점은 9.9에 달하며 5년간 플랫폼 내에서도 손꼽히는 장기 연재 작품이 됐다.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축제야." 소소는 예전보다 더 가족을 축복으로 여기고 있었다. 가족은 더 이상은 벗어나고 싶은 상처도, 예상치 못했던 난관도 아니었다. 마감은 버거웠지만, 아이들을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는 계기도 됐다. 웹툰을 그리며 매 순간을 되새기고,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며 자연스럽게 지나쳤던 아이들의 모든 반응을 돌아본 덕이다.
비로소 바다를 사랑하는데
바다를 싫어했던 소소는 이제 바다가 좋아졌다. 이유가 있었을까? 웹툰 '열무와 알타리'. 카카오 웹툰 제공
2024년 9월 23일, 토토에게 평소와는 전혀 다른 하루였다. 소소는 새벽까지 작업에 매진하다 잠이 들었을 터라, 굳이 깨우려 들지 않았다. 알타리를 먼저 학교에 보내고, 열무의 등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업실 문을 열어 소소를 불렀다. 어라, 반응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숨을 쉬지 않았다. 토토의 아내, 소소, 열무와 알타리의 엄마, 이유영 작가가 눈을 감았다. 향년 41세.
비보가 전해질 때, 20년지기 고양이 친구 소영은 세탁소에 들러 집으로 가던 중이었다. 손에는 마침 평소 장례식장에 자주 입고 가던 남색 옷이 들려 있었다. 열무의 재활치료 선생님 셀레나는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을 마시던 중이었다. 이복동생 승우는 부산에서 회의 중이었다. 독자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유영 작가님이 주무시는 중에 심정지로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그동안 '열무와 알타리'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신 독자님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주인공인 '열무와 알타리' 율이와 권이는 아빠와 함께 엄마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운증후군 아이가 찾아왔다'를 쓴 울림 작가는 페이스북에 썼다. "일상생활이 안 될 만큼 울고 있다. 장애 아이에게 필요한 지원을 해주겠다고 몸을 갈아 애쓰면서 세상 인식도 바꿔보겠다고 시간 쪼개 만화까지 그린 작가님이 너무 나 같아서 눈물 바람이다." 범죄 피해자 국선 전담 유가영 변호사도 적었다. "남은 열무와 알타리, 아빠 토토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내 가슴이 이렇게 찢어질 것 같은데. 너무 먼 여행을 떠난 작가님. 비록 불시착이었지만 행복 가득하였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소소를 떠나보낸 토토는 육아에 매진하고 있다. 열무와 알타리는 여전히 소소를 보고 싶어 한다. 알타리는 "엄마가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한다. 아직 말로 표현은 못 하지만 납골당을 갔다가 돌아온 날 저녁, 열무도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토토는 소소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열무와 알타리를 생각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2024년 12월, 영화는 눈앞의 통영 바다를 바라보며 소소를 생각했다. 소소는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싫다던 바다를 찾았다. 탁 트여서 좋다고 했고, 약속은 꼭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잡았다. 가족 여행지로는 바다를 꼽았다. 동생 승우와도 바다를 보러 여수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왜 이렇게 바다가 좋은지 모르겠어!" 바다는 더 이상 기필코 벗어나고 싶은 상처도, 자신을 허우적거리게 하는 난관도 아니었다. 영화는 소소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소소가 바다를 사랑하게 돼 다행이라 생각했다.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 한국일보 엑설런스랩팀장: 김혜영 기자취재: 손영하 · 이서현 기자, 이지수 인턴기자데이터 분석: 황수현 기자플랫폼: 박인혜 플랫폼서비스팀장영상: 김가현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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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비로소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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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309550004732)
• "뭐 이런 애들이 다 있어?"… 놀란 신부님은 아이들의 '대장'이 됐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310190004994)
② 비로소 부고 Ⅱ
• 동심으로 생명을 노래하던 시인...제자들 배웅을 받으며 별이 되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010330003849)
• 무덤 파던 '그 여자'...편견과 사납게 싸우고, 우아하게 눈을 감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92813010002672)
• 성매매 여성 쉼터 지킨 푸른 눈의 수녀…외롭던 골목에 삶의 빛 안기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1507450003543)
• 탐사보도에 목말랐던 서른 살 기자... 불길 속에 질문을 남기고 떠났다(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0220449000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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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 성남 · 거제 · 통영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이지수 인턴 기자 ssu14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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